이렇게 끝없는 병치레를 내게 주시는 하느님에게 따지고 싶었다.
요즘 나는 누구에겐가 화를 내고 싶다.
성당에 나가니 천원짜리는 내지 말라는 말만 귀에 들어온다.
트집거리를 찾으려는 나의 못된 의도때문이리라.
기도를 멀리하고 성당에 나가지 않았다.
큰병에 걸렸어도 다시 일어나게 해주신것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은 일지 않으니
어찌된 일일까.
\"할머니! 보고싶어요..할머니! 우리집에 오세요.\"
윤지의 전화를 받고 아이들을 보러 갔다.
아이들과 있으면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
할머니만큼은 동생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결심이 선 아이처럼 내 무릎에서
떠나지를 않는 윤지를 말리지 않았다.
어린이집 버스가 오는 장소까지 윤지의 손을 잡고 아침마다 나갔고
윤지가 돌아오는 시간에는 버스정류소에 나가 기다렸다.
\"할머니가 혼내줘. 저 아이가 나를 약올렸어.\"
\"알았어. 나중에 또 그러면 진짜루 혼내줄게.\"
\"우리 할머니가 얼마나 무서운데.\"
주일에는 며늘아이와 아이들 교회에 가는 길 운전기사를 해주고
예배가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아이들을 데릴러갔다.
\"저희 어머니는 성당에 나가세요.\"
며늘아이는 나를 교회로 이끄는 일을 이제 포기한듯 하다.
차를 회사에 두고온 아들의 회사 가는 길 운전기사를 해주고
토요일 서오릉 가족 등반을 하는 어린이집 스캐쥴에 운전기사를 해주고
아이들과 갈비집에도 가고 사우나에도 가고 며늘아이가 추천하는 연희동 중국집에도 가면서
무지 바쁜 하루 하루를 보냈다.
\"어머니도 깜짝 놀라실거예요. 여태 우리가 먹은 탕수육은 탕수육이 아니라니깐요.\"
중국집에 가는 길에 며늘아이의 수다에 웃었다.
다음날 며늘아이랑 장금이와 수랏간 상궁 흉내를 내면서 김치를 담그었다.
오랫만에 담그어보는 배추김치였다.
무우채를 치지 않고 무우를 갈아서 하겠다고 우기는 며늘아이 말에 따라주었다.
늙으면 고집부리면 안된다고 누가 그랬더라...
아이들이 잠이 들면 며늘아이와 영화를 다운 받아 보기도 했다.
\"만원이면 비싸다.\'
\"극장 동시개봉이라니깐요. 그리고 두명이 보잖아요.\"
\"그렇구나.\"
공모자를 보았다.
요즘 우리 영화는 왜이리 무서운지 모르겠다.
피에타도 어둡더니 공모자도 마찬가지다.
\"윤지야 할머니가 내일은 가도 되겠지?\"
\"싫어.\"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갔다.
\"할머니 보고싶으면 또 전화하면 되잖아.\"
달래는 내말에 겨우 고개를 끄떡인 윤지를 안아주고 오산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수녀님으로 부터 메일이 와 있었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오!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자는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 만으로 만족하도다.\"
나는 단지 지나가는 길목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곳에도 집착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자유가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