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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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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유언장


BY 그대향기 2012-10-15

 

 

 

 

오늘 낮에 경주에 사시는 막내 오빠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아버지 제삿날을 음력에서 양력으로 한다고.

엄마도 양력으로 하실거고 이 참에 아버지 제삿날도 양력으로 통일 한다고 했다.

잘 생각하셨다고 했다.

음력은 해마다 날짜가 바뀌다보니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었다.

앞 뒤 며칠은 오락가락하는 날짜 때문에 자칫 잊고 지나칠 때도 있었다.

큰 행사가 끼인 달에는 못가는 날이 더 많았고 알더라도 날짜 맞추기가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었다.

동그라미를 미리 쳐 두지 않았다가는 영락없이 지나치고만다.

이제는 11월 5일 아버지... 12월 15일 엄마.

 

부모님 살아 생전에 못 다한 아쉬움을 기일에 가서 참석함으로 달랠 수는 없지만

기억하고 함께 한다는데 의미를 둘 뿐이다.

오셔서 그 많은 음식을 드실 것고 아니고 마치고나면 산 사람이 다 먹어 치우는 큰 상인걸....

몇만원짜리 생선이 즐비하고 전이며 떡 과일 등 최고로 좋은 것으로 차려 놓으면 뭐하나

생전에 비린고기 한번 맘 먹고 제대로 사 드리지도 못했던 못난 자식들의 때 늦은 사모제인데

나는 이 담에 죽으면 종교적으로는  제사도 없겠지만 첫 해는 일주기를 맞아 간단하게 추도예배로 하고

두 해 째 부터는 가족끼리 여행을 가라고 유언장에 적을 참이다.

제사 모실 돈이면 충분히 여행경비가 되지 싶다.

 

시집장가 가 버리면 자주 모이기도 힘들거고 내 기일에나 만나서 가까운 곳으로 여행하기

각 가정에서 해 온 음식을 놓고 둘러 앉아 서로에 대한 안부도 축하 해 줄 일도 이야기하면서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던지 추억하고 감사했던 일도 추억하는 일

형편이 좀  나은 집에서 힘을 더 보태고 자존심 상하지 않도록 배려도 해 주면 좋겠다.

엄마가 살아있을 때 아낌없이 주었던 그 사랑을 형제 자매간에 나누고 조카들도 챙겨주면

내가 죽은 날이 축제 같은 날이어서 좋겠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

살아 갈 내 사랑하는 아이들이 행복한 방법을 찾아가길 바란다.

그 날이 힘들게 음식하고 시누 올케간에 서로 눈 부라리는 날이 아니라 엄마를 추억하며 즐거운 여행을 하는

내 속으로 낳은 내 사랑하는 삼남매와 그 자손들의 즐거운 소풍 날 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