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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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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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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오늘도 비


BY 金木犀 2012-07-15

동네에 의료기 매장이 들어온 건 두어달 전 쯤이다. 개업 전에 곽티슈며 젖은 티슈를 엄청 돌리며 손님을 끌었다. 그리고 무료로 안마 찜질등의 의료기를 사용하게 하는 사이 사이 여러가지 용품을 팔아 재미를 본다 싶었는데 호황도 잠깐 큰 길가 이층에 새 매장이 생기면서 손님을 죄다 그리로 뺏기곤 엊그제 짐을 싸고 말았단다.

 

새 매장은 나이 들어 허리 다리 어깨 아픈 분들께 의료 써비스를 제공하진 않았다. 그 대신 상냥하고 씩씩한 남성 여럿이 노래, 만담, 체조같은 걸 곁들이며 물건을 파는데 여간 재미있지 않아 다들 몰려갔다. 게다가 선물을 최고급으로 얹혀주니 얼굴 익힌 처지에 선물만 뚝 떼먹고 자꾸 가자니 쪽팔려서 형편 닿는대로 사기 마련이라나?

 

자식들이 보기엔 참 딱하고 속상한 노릇이라 왜 쓰잘데기 없는 걸 충동구매하느냐? 그렇게 바가지를 쓰며 바보노릇을 하느냐? 아껴서 용돈 드려봤자다. 맛난 거 잡숫고 기죽지 말라고 드렸더니 고작 그거냐고 부모를 나무라고 때론 사법기관에 호소도 하지만 매장들이 사라지지 않는 걸 봄 여전히 애호하는 고객이 제법 있단 증거.

 

나는 매장을 박수부대라고 홀로 칭한다. 가서 그들이 홍보하는 소릴 듣고 물건 사고 선물 받아오며 옳소 옳소지 아뇨 아뇨 하는 걸 못 본 거 같아서다. 내가 고객이냐고? 천만에 돈 없고 허리 아파 쭈그리고 앉았기엔 역부족이라 며칠 버티지 못하고 튕겨나가기 마련이지요.

 

매장엘 가면 마을버스처럼 동네 사람들이 우글거려 완전 반상회요 운동 다니는 사람 또한 거기서 여럿 마주쳐 동창회네 라며 서로 웃는다. 까놓고 말하면 늘 다니는 사람들이 가고 또 가는 거 같다. 그렇다고 매장이 떠난 후 또 가야지 장담하는 경우 보단 안 가야 돼 애들 몰래 돈 모아놨던 거 다 까먹었어.. 후회막급이 대세다.

 

그런데도 중독처럼 매장으로 모여드는 건 어인 까닭일까? 무료함과 외로움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름날 땡볕도 장마도 하루가 안 가게 무진장 길다. 매장에 가면 에어컨 팡팡 틀어대지 오랫만에 나들이 옷도 꺼내입고 여럿이 신나게 수다 떨지, 맘껏 박수치고 율동하며  흘러간 노래도 하지, 의약이며 전자제품이며 침구류까지 비디오 틀어대며 제법 과학적으로 설명해주지, 아침에 가서 놀고 오후에 다시 노니 왔다리 갔다리 정신없이 하루가 바삐 돌아가므로 활기차게 사는 거 같지 않겠나?

 

오늘 비오는 골목에서 마주친 입술연지 진한 이웃 아주머니 이북사투리 섥인 하소연일레 ... 늙으니께니 재미없어야 내레 교회에도 가보지만 외로워....이리 봐도 저리 봐도 좋은 거 하나도 없어야. 기냥 .... 사니까 사는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