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변했다.
예전의 나는 누군가 내게 밥을 사면 반드시 갚아야한다고 생각했다.
궁색해진 후에 나는 뻔뻔해지고 말았다.
가난을 소문낸 탓인지 예전보다 밥을 사주는 사람이 많아졌다.
세상 인심이 이렇게 좋은줄 예전엔 미처 몰랐던 부분이다.
먹을 복이 있다고 누군가 말하지만
식복이 아니라 인복이라고 나는 주장한다.
친구의 초대로 올림픽 경기장안에서 하는 콘서트에 갔다.
콘서트는 기대보다 재미가 없었다.
공연에서 도중하차하고 공원 안에 벤취에서 나누는 대화가 더 재미있었다.
가난을 미리 광고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에 많이 웃었다.
나 스스로 편해지고 싶었던것을 친구는 눈치챈 모양이다.
아슬아슬 마지막 지하철에 올라타는 스릴도 맛보았다.
유쾌한 시간이었다.
며칠 전 스님 한분의 저녁 초대가 있었다.
소개한 의사 선생님과 합석을 한 자리였다.
책을 출판하시고 싶으신 스님은 내게 수정을 부탁하셨지만
딱히 수정할 내용은 아니었다.
문단 나누는 일만 도와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했다.
박식한 스님은 내가 대단한 작가인줄로 아시는 모양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어찌 설명을 해야할지 막막했다.
소개한 의사 선생님의 과장이 있었나보다.
스님도 맥주로 건배를 하시고 회를 맛있게 잡수신다.
\"언니 도대체 언제 만날수 있는거야?\"
상도동 살던 시절에 나를 친언니처럼 따르던 58년 개띠인 동생이 다시 전화를 했다.
매번 약속을 취소한것이 미안하다.
\"목요일엔 시간이 나.\"
\"언니 뭐 먹고 싶어?\"
\"회덮밥.\"
나는 다시 뻔뻔해졌다.
용산역 남해는 우리의 만남의 장소로 자주 가던 곳이다.
용산 보세집을 함께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차가 두대인 친구가 차를 한대 주겠다고 한다.
나는 불편하다고 말한적이 없거늘...
친구의 주차장에 함께 갔다.
오래 된 차지만 아우디는 견고해보였다.
타보라고 말하는 친구의 말에 어정쩡하게 아우디에 올랐다.
외제차라니 분수에 넘친다.
글쎄.. 그렇게만 말하고 돌아왔다.
수동이라 기름이 적게 든다고 친구는 강조를 한다.
그렇게 신경을 써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며느리로부터 핸드폰으로 동영상이 왔다.
윤하가 까르르 웃는 동영상과 윤지가 그네를 타는 동영상이었다.
\"윤지가 참 이쁜 옷을 입었네.\"
\"윤지 큰엄마가 윤지랑 윤하 옷을 미국에서 보내줬어요.\"
\"아... 그렇구나.\"
그런 일이 있었구나.. 속으로 생각한다.
큰아들 부부가 미국에서 대학교수가 되었다는 소식은 얼마전 작은 아들로부터 전해들었다.
아이들이 서로 연락을 하며 산다는것은 기쁜 일인데 왕따가 되어버린 느낌에 쓸쓸하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는 세상 이치를 생각하게 한다.
잃은 것에 연연하지 말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기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