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시낭송회가 끝나고 서둘러 응암동 아들네로 가니 윤지와 윤하는 이미 잠이 들어 있었다.
다음날 유치원에 가야하는 윤지는 할머니를 두고 가기가 싫은 눈치였다.
윤지를 유치원 버스 정류소에 데리고 갔다.
\"할머니 내가 유치원에서 올때도 할머니가 버스까지 데릴러 올거지?\"
\"그래. 할머니가 엄마랑 데릴러 갈게.\"
\"꼭 와야해.\"
약속대로 윤지를 데릴러 가서 놀이터에서 놀았다.
놀이터에서 활기차게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보며 혼자 웃었다.
가끔 할머니의 위치를 확인하는 윤지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밤 늦도록 동화책을 읽어달라는 윤지때문에 하품을 하며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일곱권을 읽어주어야 한다며 책을 쌓아놓는 윤지를 달랬다.
\"할머니가 너무 졸린다. 내일 또 읽어줄게.\"
\"내일도 안갈거야?\"
\"내일은 윤지 데려다주고 갈거야.\"
\"싫은데.. 다섯밤만 자고 가지.\"
새벽 여섯시에 윤지가 책을 들고 나타났다.
\"할머니! 약속 지켜.\"
약속이니만큼 일어나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할머니 오늘도 안갈거지?\"
\"아니야. 오늘은 가야해.\"
\"싫어. 오늘도 가지마.\"
\"안돼. 오늘은 일이 있어.\"
\"일은 아빠가 있는거지 할머니가 무슨 일이 있어?\"
\"할머니도 일이 있어.\"
윤지는 수첩과 연필을 들고 무언가 쓰는 시늉을 했다.
\"할머니! 이제부터 계획을 세워보자. 자.. 할머니가 꼭 가야된단 말이지?\"
\"그래. 윤지 유치원 가는것만 보고 가야해.\"
\"그러니까 이렇게 계획을 세우자. 유치원 가기 전에 할머니랑 마트에 가서 과자를 사는거야.\"
\"과자를 사주면 할머니 가도 되는거야?\"
\"그래. 과자를 사주고 윤지를 데려다주면 가도 되는거야. 이게 계획이야.\"
\"알았어. 계획대로 하자.\"
우리는 일어나 마트에 갔다.
과자를 잔뜩 골라쥔 윤지는 집에 와서 아빠에게 자랑을 했다.
\"아빠가 좋아하는 과자도 샀어. 먹어봐.\"
아빠 입에 육포를 넣어준다.
신이 난 시간은 짧았다.
\"할머니! 계획을 바꾸어야겠어. 과자를 다 할머니 줄테니까 할머니는 그냥 있어. 가지 말라구.\"
\"그런게 어딨어. 계획은 그렇게 바꾸는게 아니란 말이야.\"
\"바꾸는거야.\"
\"또 올게.\"
\"언제 올거야?\"
\"금방 또 올게.\"
\"난 이사 온게 싫어. 이게 뭐야. 할머니도 자주 못보고 할아버지도 보고 싶은데 못보잖아.\"
\"할아버지도 곧 오신대.\"
\"할아버지도 보고싶단 말이야.\"
울음을 터트릴것 같은 윤지와 헤어져 복지관 출근을 했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윤지가 좋아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있었다면 윤지를 보러 더 자주 갈수 있었을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것은 무슨 까닭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