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부부상담날이다.
둘째 진이를 가진 후로 남편 몰래 난 항상 이혼을 생각해 왔다.
둘째도 딸이라는 이유로 우울증에 걸린 남편이 얄미웠다.
우울증 약을 먹으면서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 남편이 보기 싫었다.
더 이상 기술사 공부도 하지 않고, 퇴근 후에 텔레비전만 쳐다보는 남편이 한심했다.
여행을 가자는 부탁에 지금 돈을 아껴서 늙어서 한 푼이라도 더 쓰자는 남편의 말에 가슴이 답답했다.
결혼 10년 동안 시부모님 모시고, 내 부모님 집에서 집세도 내고 살면서 분가를 요구하지 못하는
남편이 무능력해 보였다.
그렇게 나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할 만한 타당한 이유를 찾았다.
그래서 부부상담도 남편 몰래 나 혼자 받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 상담 이후 기분이 무척 좋았다.
나의 성격과 남편의 성격을 딱 꼬집어 설명해주시는 상담선생님의 말씀에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남편의 마음을 읽어주란다.
그래서 남편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로 생각도 하게 되고, 아이들에게 짜증도 덜 냈던 것 같다.
하지만 두 번째 상담은 조금 달랐다.
지금의 남편도 나처럼 많은 것을 참고 있으며,
나처럼 마음이 아프며,
나처럼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다는 상담 선생님의 말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눈물이 계속 난다.
그 사람도 지금의 내 마음 같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남편에게 미안해져 온다.
3살, 8살 두 딸을 재워놓고 조금 쉬려고 하면 야식을 요구 했던 남편이 항상 얄미웠는데,
오늘은 남편이 좋아하는 오징어무침회로 미리 준비를 해 뒀다.
남편이 밤마다 맥주를 마실 때 난 모른척하며 아이들 옆에서 그냥 잠을 잤다.
하지만 오늘은 오징어무침회와 맥주 한 잔을 하는 남편 옆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줬다.
그래.
내가 조금 더 참아보자.
남편도 나 몰래 많이 참고 있겠지.
내일 아침 또 다시 이혼을 생각하더라도 오늘은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