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났다.
십육년된 나의 애마를 끌고 문경세재를 넘어 경북 의성에 도착했다.
의성에서 소개 받아 다시 예천으로 가서 카톨릭 농민회의 신부님을 만나서
이런 저런 자료를 얻었다.
미리 연락을 받으신 신부님이 반겨주셔서 기뻤다.
다시 청송으로...
청송으로 향하는 산길을 올라가는데 차가 예전처럼 기운차지가 못했다.
구비 구비 가는 산길은 한계령을 방불케했다.
차가 헉헉대는것은 느꼈지만 워낙 연로한 탓이려니 생각했다.
청송 문협의 시인 한분을 만나서 나의 책을 드리고 그분의 시집을 선물로 받았다.
청송교도소에 상담사로 일하신다는 말에 반가웠다.
다시 의성으로 돌아와서 시골 사람이 준비해준 잠자리에 들어 하룻밤을 보냈다.
초대해준 농장의 먹거리는 별미였다.
모두 유기농이라는 말에 상추쌈을 마음껏 먹었다.
된장 고추장도 선물로 받고 나니 시골인심의 맛을 느낄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는 밀리지 않아 맘껏 달릴수 있었지만 차가 자꾸 숨이 차 하기에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온도가 최고로 올라가면서 차는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할수 없이 갓길에 차를 세우는데 세우자 마자 시동이 꺼져버렸다.
지난 겨울에 폐차를 하려다가 다시 탄 1996년형 소나타쓰리였다.
시동이 꺼지자 갑자기 \'순직\'이라는 말이 생각이 났다.
과로사인것이다.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고 견인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깜깜한 고속도로가 무서웠다.
차들은 무섭게 달리고 있었다.
어느 차가 와서 받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마저 들었다.
삼각대가 없어서 싣고 다니던 야회용 흰색 테이블보를 트렁크에 매달아 날렸다.
이곳에 차 있다는 말이지...
\"여주 못미처에 있는 터널 앞이예요. 이 핸드폰으로 위치추적이 안되세요?\"
핸드폰 밧데리가 방전되었던것을 음식점에서 충전해오길 잘 했다.
얼마후 보험회사에서 보낸 견인차가 당도했다.
견인차에 탑승을 하고 실려오는 소나타를 돌아보았다.
\"이정도면 수리비가 백만원도 더 나오겠어요. 차값이 백만원이 안되잖아요.\"
맞다.
이제 보낼때가 된것이다.
\"폐차 하지요,.\"
간단히 결정을 했다.
보험회사에서 택시로 나를 오산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생색을 낸다.
\"엔터프라이즈 폐차할때 고철값 오십만원 주던데요.\"
얼마전 아들차를 폐차할때 얻어들은 정보다.
아는척을 했다.
나도 똘똘한 사람이라는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주에 당도하니 택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있던 모든 짐을 택시에 옮겨싣고 나의 십육년지기 소나타와 작별을 했다.
그동안 수고가 많았다...많은 애환을 지닌 소나타다.
별 사고 없이 지내준 소나타가 고맙다.
\"택시비와 견인비를 빼고 고철값을 계산에서 입금 시키세요.\"
\"밀린 세금이 있는가도 계산해야합니다.\"
\"그러세요.\"
그렇게 나의 애마와 헤어졌다.
여주에서 헤어질줄은 몰랐지만 이제 소나타가 나를 보필할 능력이 없다는것을
나도 받아들이지 않을수 없었다.
잘 가거라.. 그동안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