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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엄숙해 지는날 !


BY 이루나 2012-05-31


 
가게를 들어서는 문 앞 신작로에 배수구가 있었다.
늘 물이 흥건하게 차올라 있었고 물이 잘 빠지지 않고 있어서 항상  신경이 쓰였다.
우리 가게가 푹 꺼져있는 낮은 집이라 더욱 불안했다. 마음먹고 반장에게 이야기 했더니 통장님 부부가 보러왔다. 장마 전에 해결해 주시라 부탁을 했더니 그러 마 하면서 저 아래에 하수구를 만드는 공사 중인데  하수뚜껑을 누군가 홀라당 가져가 버렸다며 사람들이 너무 하는 것 같다고 하기에  뉴스에선 가끔 봤는데 진짜로 그랬어요? 하는 내말에 그렇다며 웃으셨다.
  개업식 때 들어온 화분들이 하나같이 말라죽어 가고 있었다. 이유는 뻔하다.  
보기에는 거창하게 크지만 3분의 2는 스티로폼으로 깔려 있을게 분명하다. 화분을 들어보면 크기에 비해 하나같이  무게가 없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나의 성공을 기원하며 흐뭇하게 값을 지불하고 보내준 것들인데 그들은  보내준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다. 죽어가는 화분들을 보면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 로 날마다 미루기만 하다가  오늘은 화분들을 끌어다 놓고 분갈이 대공사를 시작했다 .
  스무 개가 넘는 화분 중에 하나라도 양심적인 것이 있었으면 좋으련만 모두 하나같이 스티로폼 위에 얹혀 져서 아슬아슬하게 붙어있었다. 화가 났다. 보내준 이의 정성이 농락당한 것 같아 화가 났고 화초를 키워서 출하시킨 농심이 농락당한 것 같아서 화가 났다. 정성스레 길러서 누군가의 정원에서 또는 베란다에서 기쁨을 줄 것 이라 믿고 열심이 길러낸 것을 돈벌이로만 생각해서 죽거나 말거나 포장만 그럴 싸 하게 해서 배달해준 중간 배달 업자들의 얄팍한 상술이 못내 괘씸하다.
  열심히 흙을 주무르고 있는데 가게 앞에 차가 한대 서더니 약간 서성이는 듯하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손님이 올라나 ? 손을 씻고 손님을 맞아야 하나 ? 쳐다보는데 차가 휭 떠났다. 검정색 승용차였다. 그러려니 열심히 분갈이를 했는데 얼마 후 누군가 나를 부른다. 나가보니 공무원증을 목에 걸은 단정한 차림의 꽃미남 청년이 혹시 여기 하수 뚜껑을 못 보았냐? 묻는다. 나가보니 어라 좀 전까지 있던 하수 뚜껑이 없다. 방금 전까지 있었다는 내말에 한숨을 쉬더니 관내에서만 벌써 여러 건 인데요. 하며 말끝을 흐리더니 마당에 있었으니 혹시 본거 없냐? 묻기에 차가 와서 잠시 머물고 소리가 나길 레 늦은 점심을 먹으로 올까? 해서 쳐다보는데 휭 가데요. 했더니 차종은요?”묻기에 검정색 승용차 란 것 외엔 기억나는 것이 없다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뚜껑이 없어서 혹시 밤에 차들이 주차를 하다가 빠질 수도 있으니 뭔가 막아 놓아야 한다면서 그럴만한 것이 있을까 묻는다. 널 판지를 하나 주었더니 그걸로 막아놓고  하수 뚜껑은  제작을 해서 가져 다 주겠다며 돌아갔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맨홀뚜껑을 훔쳐다 판다는 뉴스를 보긴 했는데 내 집 앞 에서 벌어지니 기분 참 묘 하 네요. 마침 뉴스에서 노량진 수산시장의 추점 제 자리 배치와 죽자 사자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아수라와 같은 화면을 보면서 삶이 다시 한 번 엄숙 해 집니다. 누군가 하수 뚜껑을 빼어들고 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요? 소리쳐 말렸을까요? 아니면 조용히 신고 했을까요? 그게 아니면 정의감에 넘쳐 화를 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지도 자 조차도 돈 때문에 시끄럽고 권력자 누구 . 누구도 돈 때문에 시끄럽고 우리나라 최고의 자랑인 글로 벌 재벌가들도 돈 때문에 시끄럽고 이렇게 시끄러운데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이 얼마나 힘들면 백주 대낮에 더러운 하수가 철철 넘치고 있는 것을 빼서 가져갔을까 생각하니 목격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아주 헷갈리는 오늘입니다. 어느 스님이 말씀하시길 살아 있는 것은 다 불쌍하다. 살기위해서 누군가를 해 하여야하고  이겨야하고 먹어야하고 그래서 불쌍하다 하시더니 어느 날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다고 하시더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행위라는 것을 말씀하신 그 분을 생각하면서 삶이 엄숙해 지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