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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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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BY 그대향기 2012-05-23

 

 

 

 

오전 10시나 되었을까?

할머니들 아침식사 설거지까지 마친 다음 시장엘 갔으니

아마도 그 시간쯤은 되었을 것 같다.

읍내 시장의 생선가게 앞에서 갓 풀어 놓은 꼬막을 고르는 중에

들리던 몹시 불쾌한 소리에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시바~

 어제 먹은 술이 아직 안 깨네.

 술국 끓일 동태 두마리만 토막 내 주소 이모.\"

 

대낮에 들리는 거친 언어도 귀에 거슬렸지만

그 말을 하는 여자의 등에는 남자아기가 대롱대롱

금방이라도 어설프게 두른 띠 아래로 흘러내릴 듯이 업혀있었다.

생선가게 이모와 주고받는 대화가 점....점.....

 

\"술을 언제 마셨는데 아직 안 깬다고 그래?\'

\"아~시바~

 어젯밤에 넘 마셨나?

 해장술이 아직 안 깼나?

 대가리 아파 미치겠네.\"

 

꼬막을 고르던 내 눈은 금방이라도 땅으로 떨어질 듯한

그 여자의 등에 업힌 아기에게로 갔고

거침없이 욕설을 섞은 말로 줄창 시부렁대는 그 여자의 말에

도무지 아이를 키우는 애 엄마의 말솜씨가 저래서야 원...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마셔서 안 깬다는 그 술이 얼마나 될까?

얼마나 마셔야 오전이 다 지나가는 시간에 아직도 헤롱댈까 싶었다.

 

나는 술을  못 마신다.

안 마시기도 하지만 체질적으로 종교적으로 술을 못한다.

알콜을 분해하는 작용이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부족하다나?

첫 딸을 낳고 어르신들이 막걸리를 먹으면 젖이 많이 나온다기에

막걸리 반 잔에 사이다 반 잔을 타서 마시고는 하루 온 종일 죽다 살았다.

까딱하다가는 119에 실려 갈 뻔했다.

 

그 이후로는 술이라고는 입에도 안 대고 산다.

그래도 다른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하는 편이다.

사랑하는 남편과 단 둘이서 와인잔을 쨍그랑~부딪는 멋도 좋고

명절에 친정이나 시댁 가족끼리 삼겹살파티에 술이 빠지면 되나?

기분좋게 마신 술은  약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오늘 본 그 여자는 이해하는 경우가  아니다.

어젯밤에 술을 마셨으면 오늘 아침에는 맑아야지

젖먹이 아이가 있는 애 엄마가 그런 행동을 한다는게 도무지 이해가 안갔다.

 

술에 취한 엄마가 모유를 먹이는 경우였다면 ????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대롱대롱 겨우 매달린 아이가 그냥 가난해 보였다.

아무 저항력이 없는 아기를 주정이나 부리며 키우는 그 여자가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란다면 금주는 아니더라도 절주는 해야할 것 같다.

술도 음식인데   안 먹고 못 먹게 하는 건 아니다.

 

기분좋게 마시고 깔끔하게 술이 깨면 좋겠다.

한번 입밖으로  뱉어내고나면 도로 주워담지 못할 말인데

시바~시바~거친 말을 예사롭게 하는 엄마한테서

말을 배우기 시작할 아이가 뭘 배울까는 생각하지도 않는지?

부스스한 그 여자의 몸가짐만큼이나 살림살이도 그럴 것 같다.

적당히, 내 몸이 감당할 만큼의 주량을 알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