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저녁 대부도에 있는 친구에게 가려고 가방을 챙기다
쓰다 남은 일회용 휴지 봉지를 가방에 넣었다
혹시 전철을 타고 가는 도중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칫솔을 일회용 장갑에 쏙 넣었다.
남편 저녁을 챙겨주고 다녀오마 하고 어둑한 밤길을 떠났다.
대부도를 지나면 구봉도가 있다.
전철로 두시간이 걸리고 오이도역에 가면 친구가 데리러 나온다고 하였다.
주부란 이름은 늘 얽메어 살게 마련이지만
요즘 처럼 일속에서 지내다 보면 남편은 친구에게 다녀오라며 배려를 해준다.
봄이면 대나물이란 나물이 있는데 어릴적 뒷동산에 가서 뜯던 나물이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그냥 어릴적 알았던 이름이다.
친구는 봄이 가면 없다며 내 마음을 설레이게 하였다.
시장에도 없는 대나물 어릴적 추억이 담긴 대나물이기에
한번 보고싶고 뜯어보고 싶은 마음에 피곤함에도 밤길을 떠났다.
지하철은 세번을 갈아타야 한다.
4호선을 갈아타고 가는 도중 갑자기 토하는 소리가 문 입구에서 들렸다
바라보니 몸도 여린 남자 대학생이 술을 먹고 못견디나 보다.
얼른 휴지를 꺼내 손을 닦으라고 주었더니 그 학생은 손은 커녕
땅바닥을 닦는다.
술이 취했어도 그 맘이 얼마나 이쁘랴
작은 휴지로서는 감당이 안된다.
친구에게 가져가는 짐보따리 중 봉지를 꺼내 주었더니
학생은 휴지랑 봉지랑 모두어 대충 담아 후다닥 내려버렸다.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문 입구
모두 인상을 지푸리고 그 자리를 피했다.
나라도 닦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방에서 칫솔을 담은 비닐 장갑을 꺼내 끼고
지저분한 음식물들을 싹싹 한쪽으로 닦아냈다.
어떤 아저씨가 휴지를 주신다.
내 아들이 그랬으려니 생각하니 더럽지가 않았다
지몸 닦는 것 보다 실수한 자기 모습이 부끄러워 대충이라도 닦아내려던
그 학생의 모습이 마음가짐이 참 이쁘다는 생각을 하며
엄마의 마음으로 깨끗이 문 입구를 닦아 한쪽으로 밀어냈다.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큰 거부반응을 하지 않을 정도는 되었는데
나도 내려야 한다..
청소 아줌마가 이정도 쯤 해 놓았으니 기분은 좀 상하실지 모르지만
조금 낫겠지.....
자기가 청소하는 사람이라서 슬픈 생각은 좀 덜할게다.
내가 내리려 하니 아저씨가 수고하셨어요 하신다.
그래 모두가 내 자식 내일이라 생각하면 모두 가여히 여기는 마음으로
사랑 할 수 있을 것이다.
저녁 예배를 헌신을 다짐하는 예배를 드리고 나온 터라
더욱 내 마음은 기뻤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누구도 할 수 없는 사랑을 하는 마음이 참 사랑이지
잘보이기 위함보다 반듯한 학생의 그 마음가짐이 이뻐
나도 엄마 마음으로 순간 그를 감싸주고 사랑해 주고 싶었을 뿐이니까
먼길을 가는 마음이 피곤치가 않다.
하루 한번은 착한 일을 하며 살아감도 내 삶에 기쁨을 던져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