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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이야기.


BY lala47 2012-05-01

할머니 다녀왔습니다.\"

엄마와 외출을 하고 오는 윤지가 큰소리로 말을 했다.

나는 윤하를 재우느라고 윤지의 말에 대답을 할수가 없었다.

할머니가 대답이 없자 윤지는 방마다 할머니를 찾아다니며

\"할머니 다녀왔습니다.\" 를 몇번씩 소리쳤다.

안방을 들여다 보는 윤지에게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쉬잇했다.

조용히 하라는 말이다.

서운한 얼굴의 윤지가 방을 나갔다.

 

잠시후에 윤지가 소리치며 울어댔다.

\"윤지가 먹을 씨리얼을 할머니가 냉장고위에 얹어버렸어. 할머니 미워.\"

윤하를 눕혀놓고 나가니 윤지는 나를 쳐다보지 않고 발을 동동 구르며 울었다.

씨리얼을 내려주었다.

\"안먹어. 할머니땜에 안먹어.\"

난감했다.

 

씨리얼은 핑게였고 할머니가 윤하를 안고 자기를 모른척 한것에 대한 분한 마음이라는것을

눈치챘다.

\"할머니가 미안해. 윤지가 먹을건줄 모르고 냉장고위에 얹었네.\"

\"다신 할머니하고 놀아주지 않을거야. 이제 윤지는 엄마 아빠랑만 놀거야.\"
\"미안해. 한번만 용서해줘.\"
\"싫어. 할머니랑 다신 안놀거야.\"

윤지는 베란다로 나가서 구석에 몸을 숨기고 울었다.

\"윤지 쳐다보지마! 윤지도 이젠 할머니 안쳐다 볼거야.\"

\"이걸 어쩌나.. 윤지가 할머니랑 놀아주지 않으니까 할머니는 집에 가야겠다.\"

 

방으로 와서 옷을 갈아입었다.

저녁에 친구의 아들 결혼식이 있어서 외출을 해야만했다

베란다에서 나온 윤지가 울음을 그치고 방문뒤에 숨어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

나를 훔쳐보고 있었다.

내 핸드폰이 울렸다. 친구와 통화를 하는 소리를 윤지가 듣고 있었다.

\"그래. 결혼식장에서 만나자.\"
통화 소리를 듣고 있던 윤지가 내게 말을 건다.

\"할머니 친구와 약속이 있는거지? 집에 가는건 아니지?\"

\"그래.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나가는거야.\"
\"친구 만나고 다시 우리집으로 오는거지? 할머니 집으로 곧장 가는건 아니지?\"
\"윤지가 할머니랑 안놀아준다니까 곧장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그러지마! 우리집으로 와!  갔다 와야해.\"
\"알았어. 놀아줄거니?\"
\"응.\"

 

저녁 여섯시 삼성동 결혼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니 아홉시가 되어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는 나를 반기며 달려오는 윤지가 내게 안긴다.

\"할머니 왜 이렇게 깜깜할때 왔어?\"
\"기다렸어?\"
\"응.\"

세수를 하고 나오니 윤지가 내 화장품 가방을 들고 왔다.

\"할머니 화장하자.  윤지가 발라줄게.\"
\"그래. 발라줘.\"
\"뭐 바를까.\"

\"요거.\"

 

\"할머니 약 먹었어? 윤지가 먹여줄게.\"
\"그래.\"
\"이게 칼슘이지? 일단 이걸 먹어.\"

\"일단이란 말은 또 어디서 배웠누.우리 윤지는 정말 똑똑해.\"

내 말에 으쓱해진 윤지는 일단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약을 꺼내어 자기 코에 먼저 대고 냄새를 맡은 후에 내 입에 넣어준다.

\"야! 할머니 약 코에 대지 마!\"

내 말에 윤지가 까르르 넘어간다.

약을 먹여주는 순서는 늘 그랬다.

코에 대지마 하는 내 말을 듣기위해서 윤지는 내 약을 먼저 자기 코에 갖다대는것을

재미있어 했다.

약을 내가 알아서 먼저 먹었을때는 윤지가 울기때문에 나는 약 먹는것도 윤지에게

알려야만 한다..

윤하쪽에 얼굴도 돌리지 않았다.

윤지는 내가 윤하를 안을까봐 내 얼굴을 자기쪽으로 붙잡고 있었다.

\"우리 윤지는 어쩜 이렇게 이쁘게 생겼을까.. 우리 윤하도 윤지처럼 이뻐져야 할텐데.\"
\"할머니 윤하도 이뻐질거야.\"
\"아냐. 윤지만큼 이뻐지진 않을것 같애.\"
\'그래?\"
\"그럼.\"

\"정말?\"
\"정말.\"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 현관에서 윤지에게 다녀올게를 말했다.

\"며칠 후에 만나자. 오늘은 할머니 집에 가야하거든.\"

허리 굽혀 인사를 하는 윤지를 끌어 안아주었다.

\"착해라.. 인사하는것도 이쁘기도 하지.\"

\"언제 올거야?\"
\"몇밤만 자고 올게.\"
\"몇밤?\"
\"일곱밤.\"
\"알았어.꼭 와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