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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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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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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에....


BY 시냇물 2012-04-12

 

딸램은 출근을 하고, 남편은 옥상에서 혼자 작업중이고,

외손녀는 컴을 하고 있는 내 옆에서 곤히 잠에 빠져 있는

한가로운 오후 시간이다

 

투표의 후유증도 어느 정도는 가라앉았나?

 

투표 하루 전인 화요일에 딸램이 퇴근을 하면서 회사에서

샐러드를 사 왔다

다이어트 중인 관계루다 요즘 저녁은 퇴근 전에 회사 카페에서

간단히 먹고 오기에 신경을 안 써두 된다

 

남편은 거실에서 혼자 TV를 보고 있고,

약간의 닭튀김과 야채 샐러드를 소스에 버무리니

군침이 넘어가면서 먹음직스러웠다

나는 저녁을 막 먹고 나긴 했지만 간만의 자리를 어찌 마다할 수 있으리

 

그냥 먹기엔 아깝던 차 냉장고에서 꺼내주길 기다리는

와인이 생각났다

\"화이트 와인이 있는데 마실래?\"딸램에게 물어보니

\"네, 좋아요 우리 같이 마셔요\"하며 반색을 한다

 

방해하는 사람도 없겠다 모처럼 딸램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이런저런 얘기가 도란도란 끝도 없이

나왔다

우리는 분위기를 내려고 멋드러지게 생긴 와인잔까지

꺼내 서로의 잔에 따라주고 샐러드를 먹으며 함께 마시니

오랜만이라서인지 더욱이나 입에 착착 감기는 와인이

황홀(?)할 지경이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지만 둘이라서

조용 조용하면서도 무슨 얘기가 그리 끝도 없이 나오던지

회사 얘기, 사위 얘기, 서로의 결혼 생활 얘기

그동안 서로가 깊은 속내를 털어놓지 못했던 일들이

줄줄이 이어져 나왔다

 

거실에서 TV를 보는 남편도 우리 자리에 끼고 싶은지

자꾸 눈치를 보는 것 같았지만 우리는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 모르는 척 수다를

즐기다 보니 어느 새 그동안 냉장고에서 잠만 자고 있던

다른 와인이 2병(2병이래야 가득 찬 건 아니구, 거의 반 병

될까말까 했음 우린 평소에 술을 잘 안 마시고 기냥 냉장고에

넣어두는 까닭에)까지 바닥을 드러냈다

나는 다른 술보다 오히려 와인에 약한지라 어느새 알딸딸해지며

기분이 자꾸 up되어 자꾸만 실실 웃음이 나왔다

 

참, 외손녀는 엄마와 할머니를 번갈아 쳐다보며

식탁 밑 흔들의자에 누워 혼자서도 잘 놀고 있기에...

가끔씩 발로 의자를 한 번씩 흔들어 주며 우린 얘기를

하기에 바빴다

 

사실 딸램과 나는 술을 마신다기 보다는 그 분위기를

더 즐겼는지도 모른다

딸램은 다음 날 출근에 대한 부담도 없겠다 모처럼

엄마와 술도 한 잔 마시겠다, 맛있는 안주도 있겠다

뭐, 이런 게 사는 재미가 아닐까 싶어...

 

생각해 보니 딸램과 이렇게 술을 한 잔 거하게(?) 해보긴

처음인 것 같아 딸램이 술을 마실 줄 아는지도 나는

몰랐었다

 

 

아마도 우리 친정의 유전자를 더 많이 받았나 보다

친정 아버지 역시 알콜에는 강한 편이라

술을 드셔도 전혀 표시가 나질 않는 체질이었으니...

 

자리가 끝날 즈음에 도착한 사위는 못내 아쉬워 하는 느낌,

간만에 남자들 빼고 둘이 노니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이제 딸램이 가고 나면 이런 기회도 쉽지 않을 터

내게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 생긴 셈이다

 

 

그러면서 작은 소원 하나가 더 마음 속에 자리 잡았다

 

남자들은 다 빼고 모녀 3대가 여행을 한 번 가보는 것이

내 버킷 리스트 우선 순위에 올랐다

 

 

아, 그 날이여 어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