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에서 노인 상담을 하는 일은 상담 일도 별로 없고 시간이 넉넉하여 주로 독서를 하고 있다.
읽지 못했던 책을 들고 나가 앉아 독서 삼매에 빠지기도 한다.
칠십구세의 할아버지가 여자친구를 소개해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조금 성가시기는 하지만
가끔 말벗을 해주기도 했다.
늙어서 혼자 살아야 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힘들기는 마찬가지일것이다.
남자에게는 동반자가 필요하겠지.
여자는 아이들이 필요로 해서 달려가지만 남자는 그렇지가 못한 현실이다.
해서 할아버지가 할머니보다 외롭다.
할머니를 동반하지 않은 할아버지는 손님이기때문에 아이들도 별로 반기지 않는다.
아내를 잃은 남자들의 방황은 고독과 동반한다.
전해들은 이야기로 마음이 지옥같았던 며칠을 이겨내기 위해서 남의 일에 위로를 해주는 일도
괜찮은 방법이기는 하다.
남을 위로하다보면 자신의 아픔을 잊기도 한다.
말을 전한다는것은 배려가 필요한 일이다.
배려한다면 전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사람들은 까먹고 마는가보다.
나는 말을 전하는 일을 하지 않기때문에 말을 전하는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지우자 잊자 하면서도 며칠이 혼란스러웠다.
잊기위해서 냉장고 청소를 했다.
다짐 소고기를 냉동실에서 발견했다.
깻닢을 사서 다짐 소고기를 넣고 전을 부쳤다.
가스렌지 앞에 서면 우울한 일을 잊는 습관은 여전하다.
명절을 지내고 제사를 지내던 오래전 지난 날들이 떠올랐다.
사람으로 인해서 아팠고 사람으로 인해서 즐거웠던 날들이었지.
점심을 함께 하자는 전화에 반가워 달려나갔다.
오랫만에 오산팀이 모였다.
맥주는 진경이와 둘이서만 건배를 했다.
우울했던 기분때문이었는지 맥주가 맛이 있었다.
돼지갈비를 곁들여 맥주를 여러잔 마셨다.
거참 맛있군...
수다를 떨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우리는 그동안 밀린 이야기에 웃기도 하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아마 나는 울고 싶었던게다.
점심이 저녁까지 이어졌다.
감사한 일이다.
누군가 나를 찾아준다는 일에 감사한다.
사람으로 인해서 아팠지만 사람으로 인해서 웃을수 있다.
혼자의 시간에 가끔은 이런 청량제가 필요함을 부인할수가 없다.
오늘 봄은 화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