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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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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BY lala47 2012-02-14

 

구로동 병원 예약 날이었다.

오산에서 구로동까지 일호선 지하철로 한시간이 걸린다.

버스를 타면 창밖에 경치를 볼수 있지만 지하철을 타면 눈 둘곳이 마땅치가 않다.

딱히 볼곳도 없어서 핸드폰을 열어 구로동까지 몇정거인가 세어보며 앉아 있었다.

옆자리의 대화가 들린다.

팔십대 노인이 칠십대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올해 몇이슈..

이런 대화때문에 그 사람들의 나이를 알게 되었다.

팔십대 노인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해서 누구나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다.

아이고 정정하십니다..

칠십대가 감탄을 한다.

팔십대는 으쓱한다.

 

팔십대 노인은 자신이 목사라고 했다.

\"김정일이 김일성 아들이라고 알고 있지요? 아니예요. 문선명의 아들이지요.\"

김정일이 왜 문선명의 아들인가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휘호가 김대중의 마누라라고 알고 있지요? 아니예요. 남의 마누라를 훔친거라고요.\"

모두 노인의 말에 모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잠시도 말하기를 쉬지 않는 노인은 자신이 칼리포니아 주립대학 출신이라고 말한다.

\"우리 교회에서는 연애결혼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연애결혼은 간음이거든요.\"
이 귀절에서 그만 폭소를 하고 말았다.

앞에 서 있는 아줌마와 마주 보며 웃고 육십대 남자와 마주 보며 웃었다.

연애결혼이 왜 간음인가 설명에 들어간다.

 

미친 노인네라고 치부를 하고 구로역에서 내리면서 문득 우리 모두가 미쳐가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치지 않고는 살아갈수 없는 세상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나는 정상이라고 말할수 있을까.

내게 닦쳤던 지난 사건들에서 나 나름대로 온전하게 버티어 왔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객관적으로 볼때 내가 정상이기는 한건지 모르겠다.

중요한것은 객관적인 시각이 아닐까.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가끔은 왜 꼭 살아야만 하는지 의문이 드는것은 사실이다.

보란듯이 일어서리라는 마음도 정상인지...

병원은 환자들로 붐비고 있었다.

예약시간 한시간이 지난 후에야 진료를 볼수 있었다.

스테로이드를 끊고 홀몬제를 끊었으니 삼키로가 빠질수 밖에 없는데 의사선생님은 칭찬을 한다.

손가락 관절을 하소연하니 그건 곧 나아질거라고만 말한다.

어께가 아프다못해 손가락이라니.. 한심하다.

컴퓨터가 원흉이라는것은 알지만 그만 둘수가 없다.

좀 저렴한 약으로 처방을 해달라고 말했다.

내 사정을 아는 의사 선생님은 약국에 전화를 걸어서 가격을 검토해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옆자리에 할머니가 자신이 오줌소태에 걸려서 병원 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누가 물어봤냐구...

듣기가 싫어서 눈을 감고 조는 척을 했다.

주책스런 노인의 행렬에 나도 동참을 하고 있는것은 아닐지 그 또한 의문스럽다.

 

저녁에 본 T.V뉴스에서는 입학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많다는 소식이 있었다.

출산 저하로 아이들은 줄어가고 노인은 늘어간다니 슬픈 소식이다.

두 아이를 낳은 며늘아이가 기특하기 그지없다.

\"어머니 병원은 잘 다녀오셨어요?\"
며느리의 전화를 받았다.

젖다툼을 하는 두 아이 사이에서 곤욕을 치루는 며느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먼저 맡은건데 왜 축복이가 기다리지 않는거냐던 윤지를 오늘은 어떻게 말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엄마는 무얼 먹고 사느냐던 아들의 말이 생각났다.

엄마는 고독을 먹고 산다고 말해줄걸 그랬나보다.

고독의 맛도 나름대로 맛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