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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101회)


BY 녹차향기 2012-01-11

 

 

조심스레 문을 밀어보면서 살짝 숨을 죽입니다.

오호라~~ 오랫만에 만나는 이 향긋한 내음,

다시 돌아와도 어색하지 않은 이 반가운 공기,

시집살이 수년만에 친정집에 돌아와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며

기쁜 얼굴을 감추지 않는 출가외인처럼,

오랫만에 이렇게 다시 아줌마닷컴 에세이방을 들어왔습니다.

 

 

아름답게 늙어가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삼십대에 글을 쓰기 시작해서,

100회를 채우고,

그리고 이렇게 많은 공백이 있었지만,

고스란히 그 많은 글들을 지우지않고 잘 보관해 놓은

운영진의 세심한 배려와 아줌마를 알아주는 그 넉넉한 마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는 동안,

콧물 찔찔 흘리던 개구장이 두 아들녀석들은

훌쩍 잘 자랐습니다.

큰 아들은 방년 23세, 대학원을 다니고 있고,

작은 아들은 20세, 대학교 1학년입니다.

 

엄마말 잘 듣고, 아무거나 넙죽넙죽 잘 먹고,

교복바지 구멍 쓩쓩 뚫리도록 운동장에서 먼지범벅 축구하고 다니더니,

이제 건장한 청년들이 되어

이제는 고개를 올려다보며 말을 해야 하는

턱밑 수염이 시커먼 영감들이 되었습니다.

 

남편의 흰 머리카락을 염색해 주고,

팔순이 코 앞인 어머님과 덜커덩 거리면서,

제 나이도 오십이 코 앞입니다.

 

아름답게 늙으려고 에세이를 시작했었는데,

그런 늙음이 벌써 알고 제 앞으로 전력질주 하고 달려오고 있네요.

우와!!!! 속도가 너무 빨라 보이지도 않습니다.

거울 속에 모습은 이미 아줌마가 완연한데,

아직도 아줌마 소리를 들으면

기분나빠하는 이 땅 늠름하고 씩씩한 아줌마 중에

진짜 아줌마의

행복한 늙음에 관한 에세이를 다시 시작합니다.

 

왕 팔뚝, 인격과 비례하는 두둑한 뱃살,

없어진 턱 라인,

일꾼 못지 않은 거칠것 없는 손,

어느 누구를 만나도 단 몇 분안에 같은 아줌마로 금방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우리는 이 땅에 자랑스런

검색어에도 당당한

아!! 줌!! 마 !! 입니다.

 

좌충우돌 제가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조심씩 풀어나가면서,

같은 행복과 같은 슬픔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우리들에게도

친구처럼 어느 순간 문득 죽음이 와도

행복하게 살았노라

안심하고 떠나노라

이렇게 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 매일 더 의미있고 소중한 순간들이기를 바랍니다.

 

 

뜨끈한 국 밥 한 그릇에 밥 말아먹고,

신발끈 질끈 동여매고,

이제 다시 출발합니다.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나이듦을 위해,

화이팅!!

 

 

 

낼은 많이 추워진다고 하니,

단단히 챙겨입고 속도 따뜻하게 하고 움직여야겠습니다.

모두, 좋은 밤 되세요~~

 

 

 

2012년  1월 11일  일산에서 녹차향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