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레 문을 밀어보면서 살짝 숨을 죽입니다.
오호라~~ 오랫만에 만나는 이 향긋한 내음,
다시 돌아와도 어색하지 않은 이 반가운 공기,
시집살이 수년만에 친정집에 돌아와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며
기쁜 얼굴을 감추지 않는 출가외인처럼,
오랫만에 이렇게 다시 아줌마닷컴 에세이방을 들어왔습니다.
아름답게 늙어가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삼십대에 글을 쓰기 시작해서,
100회를 채우고,
그리고 이렇게 많은 공백이 있었지만,
고스란히 그 많은 글들을 지우지않고 잘 보관해 놓은
운영진의 세심한 배려와 아줌마를 알아주는 그 넉넉한 마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는 동안,
콧물 찔찔 흘리던 개구장이 두 아들녀석들은
훌쩍 잘 자랐습니다.
큰 아들은 방년 23세, 대학원을 다니고 있고,
작은 아들은 20세, 대학교 1학년입니다.
엄마말 잘 듣고, 아무거나 넙죽넙죽 잘 먹고,
교복바지 구멍 쓩쓩 뚫리도록 운동장에서 먼지범벅 축구하고 다니더니,
이제 건장한 청년들이 되어
이제는 고개를 올려다보며 말을 해야 하는
턱밑 수염이 시커먼 영감들이 되었습니다.
남편의 흰 머리카락을 염색해 주고,
팔순이 코 앞인 어머님과 덜커덩 거리면서,
제 나이도 오십이 코 앞입니다.
아름답게 늙으려고 에세이를 시작했었는데,
그런 늙음이 벌써 알고 제 앞으로 전력질주 하고 달려오고 있네요.
우와!!!! 속도가 너무 빨라 보이지도 않습니다.
거울 속에 모습은 이미 아줌마가 완연한데,
아직도 아줌마 소리를 들으면
기분나빠하는 이 땅 늠름하고 씩씩한 아줌마 중에
진짜 아줌마의
행복한 늙음에 관한 에세이를 다시 시작합니다.
왕 팔뚝, 인격과 비례하는 두둑한 뱃살,
없어진 턱 라인,
일꾼 못지 않은 거칠것 없는 손,
어느 누구를 만나도 단 몇 분안에 같은 아줌마로 금방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우리는 이 땅에 자랑스런
검색어에도 당당한
아!! 줌!! 마 !! 입니다.
좌충우돌 제가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조심씩 풀어나가면서,
같은 행복과 같은 슬픔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우리들에게도
친구처럼 어느 순간 문득 죽음이 와도
행복하게 살았노라
안심하고 떠나노라
이렇게 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 매일 더 의미있고 소중한 순간들이기를 바랍니다.
뜨끈한 국 밥 한 그릇에 밥 말아먹고,
신발끈 질끈 동여매고,
이제 다시 출발합니다.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나이듦을 위해,
화이팅!!
낼은 많이 추워진다고 하니,
단단히 챙겨입고 속도 따뜻하게 하고 움직여야겠습니다.
모두, 좋은 밤 되세요~~
2012년 1월 11일 일산에서 녹차향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