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오리털파카,,낡고 낡은,,
아니 자세히 보니 그리 낡지도 않았다.
색깔도 여전히 선명하고,
오래된 물건일수록 좋긴 좋은거 같다.
요즘꺼 보다 더 좋게 느껴진다.옷감도 그렇고,
장롱서 꺼내보니 묵은때가 끼어있다.
버리기엔 너무도 아까운 추억이 담긴 나의 옷
그래도 아직은 입을만한 ,
그러고 보니 가만보자,,언제였지?
음,,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네,
이십오년쯤 된거 같다.나도 참 그렇네
잘 입지도 않으면서
그리 오래된 옷을 버리지도 못하고 이렇게 간직한걸 보니,
오빠가 사준 옷이다. 그당시 팔만원주고
어디서 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당시 오리털 파카가 막 유행하기 시작했을 무렵같다.
기름때 묻혀가며 고생많이한 울오빠가,,
나보다 고작 몇살 더 많은 울오빠가,,
오빠의 기름떄 묻은 작업복이 생각난다.
더 거슬러 올라가보니,
겨울밤엔 간식으로 엿과 센베이과자를 많이 먹은기억도 난다.
그리고 희뿌연한 김이 모락모락나는 찐빵집과 만두 호떡집도
1970~1980년의 밤거리의 풍경들이다.
겨울바람 썡썡맞아가며 심부름한 기억들
아빠의 구두 발자국소리,
아랫목 담요에 아빠밥 땨끈히 매일 묻어놓는 부지런이 주특기인 울엄마,
아침엔 주전자에 따끈한 숭늉이 한가득 늘 있었고,
그시절의 정경이 고스란히 눈에 그려지며,
웬지 포근해지는 이기분은 뭐지?
드라이크리닝 맡긴 오리털 파카가 왔다.
세탁소 아저씨께서,,\"오래돼서 때가 잘 빠지지 않았어요\"하신다.
\"아~~네~ 괞찮아요.아~유~ 감사합니다\" 했다.
뭐가 감사한건지,,
크리닝 해주셔서 감사한건지
케케묵은 추억의 묵은때를 확인시켜 주셔서 감사한건지
이옷 간직하고 지금까지 잘 살아온것이 감사한건지,,
암튼 이 모든게 입가를 미소짓게 해서 더욱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