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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격


BY 그대향기 2011-11-16

 

 

 

 

 

나는 대체로 덜렁거리는 성격이지만

어떤 일에서는 상당히 꼼꼼하다.

외출하고 난 다음에 옷을 즉시 세탁하고 옷장에 두는 일이나

좋아하는 손수건은 수십장이라도 칼 같이 다려서 개켜두는 일

신고 다닌 신발을 잘 닦아서 신발장에 가지런히 넣어 두는 일

그리고 내 소지품들은 하나하나 굉장히 알뜰하게 잘 건사한다.

닦고 포장지에 싸 두고 외출용과 일상용을 확실히 구별해 두고.

어딜 갈 때면 미리 메모지에 세밀하게 일일이 적고 체크하면서 준비물을 챙긴다.

 

내가 하는 일에서는 거의 완벽을 추구하는 편이다.

아무리 복잡한 기계라해도 내게 소용되는 일에서는

확실하게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나하고 크게 상관없는 일에서는 아무리 봐도 들어도 멍~~~

그냥 스쳐 지나가는 척 해도 내게 해당되는 일에서는 금방 이해가 되는데

남편하고 상관된 일은 몇번을 들어도 다음에는 또 감감....

때로는 남편이 그러고 어찌 그리 큰 주방을 이끌어가냐고 할 정도다.ㅋㅋㅋ

 

평소에 아무렇게나 놔 두는 것 같아도

내가 놔 둔 자리는 확실하게 꿰 차고 있는데 반해

남편은 자기가 뭘 어디 놔 뒀는지조차도 캄캄 할 때가 많다.

걸핏하면 숨바꼭질 시키지 말고 나더러 다 내 놓으라니 장난도 잦으면 걱정스럽지.ㅎㅎㅎ

따라다니면서 애기들처럼 챙겨줘야하니 그것도 은근히 스트레스다.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들하고 살면서 나이탓을 하기에는 우린 아직 너무 젊다.

그런데도 요즘은 뭘 깜빡깜빡하니 이상하다.

 

맨 처음 진해 그 집을 구경하러 가서 한번

두번째 짐을 가지러 갔고 세번째 또 짐을 날랐고

마지막에 또 한번 도합 네번을 진해에 갔었다.

평소에도 휴대폰을 잘 안가지고 다니는 사람이다보니

그날도 밧데리도 충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앞치마 주머니에다가 가지고만 갔다.

뭐 그닥 바쁜 사람도 아니고 연락 올 사람도 별로라 충전은 생각나면 한번씩한다.

한번 충전시켜두면 그 밧데리가 전화를 안 걸어도 방전된다는게 이상타며

내내 불만인 사람이 바로 나다.

 

그러니 어딜 갈 때면 남편이 일일이 휴대폰을 챙기고 충전을 확인한다.

난 하나도 안 불편한데 남편이 날 찾을 때 불편하니 챙기는거다.

휴대폰은 순전히 날 위한게 아니고 남편을 위한 부속품인거다.

내가 하도 안 받으니 열받아서 정지 시켰다가 도로 개통 시켜준 사람이 남편이고.ㅋㅋㅋ

그 때도 나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냥 홀가분~~했다는게 맞는 표현일거다.

버벅거리느라 문자도 사진촬영도 서툰 이 사람한테 휴대폰이 무슨 ....가당한 일이라고.

그날은 일이 그리되려고 그랬겠지만 밧데리가 거의 소멸되고 없는 상태에서 휴대만 하고 나갔다.

 

남편이 휴대폰 가지고 가냐기에 자신있게 가져간다고 대답은 해 놓고

충전상태를 물었을 때는 으..응....있을거야 아마도.

어젯밤에 충전 안 했냐고?

매일 밤마다 충전 안 시키느냐고?

매일 왜 해?

사나흘에 한번씩 하면 안돼?

막대가 여러개 있던데~~오늘은 하난가 있고....

흐이구...이 사람아~

사람은 매일매일 밥 먹으니까 휴대폰도 매일 밥 줘야지~

휴대폰은 왜 사나흘에 한번씩 밥을 줘 이 사람아~~

 

이런저런 잔소리를 들으면서 진해에 도착했다.

그날은 장롱이며 제법 큰 가구들하고 냉장고등 가전제품들을 싣는 날이라서

집에서 큰 박스를 여럿 가져갔었고 가득가득 짐을 실었다.

짐을 거진 다 싣고 돌아 올 즈음 어라~~~

앞치마 주머니에 넣어둬서 묵직하던 휴대폰이 안 잡힌다???

이주머니 저주머니 뒤적여봐도 없.....................다.

분명히 집 나올 때 문자 두통 날린게 있는데 어딜갔지?

여기와서는 전혀 받지도 걸지도 않았는데???

이방 저방 내가 돌아다녔던 동선을 다 되짚어 봐도 내 하얀 휴대폰이 안 보였다.

남편 휴대폰으로 내 번호를 찍어봤는데 먹통이다.

안 받고 안 걸어도 이놈의 밧데리가 핫바지 사이의 방귀처럼 어디로 흐른겨?~

쥐새끼가 물어갔나??

아무소리도 안 들렸다.

 

그러니 이 넓은 집을 다 뒤질수도 없고 싸 놓은 짐을 다 풀수도 없고...이 늦은 시간에 말이야.

밧데리를 충전 시켜왔더라면 어느 구석에서라도 삘릴리릴리~~~날 좀 보소 날 좀 보소~`울릴 것을~

잔소리 들어도 싸다 싸.ㅋㅋㅋ

부랴부랴 남편 폰으로 내 휴대폰의 발신정지를 시키고

그 과정에서 남편 주민번호를 누르는 바람에 또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남편 폰까지 발신정지를 시키는 바람에 컴맹에 기계치 소리까지 들었다.

그것도 인정할 수 밖에.ㅋㅋㅋㅋ

주머니에서 꺼내지도 않은 휴대폰이 어디로 사라진거냐구~

돌아오는 차 안에서 휴대폰 대리점으로 연락해서 공짜폰이 있는지 알아보니 요즘은 잘 없단다.

신규도 아니고하니 그럴만도 했는데 남편은 업무상 전화를 자주하고

전화요금도 만만찮은 고객중의 고객이다보니 금방 공짜 폰을 구해 놓겠다고 했다.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와서 곰곰 생각해도 억울했다.

내가 내 물건을 함부로 놔 두는 사람도 아니고 집하고 진해 밖에는 안 갔는데

휴대폰이 어디로 사라진건지 도무지 오리무중.

이 나이 되도록 잔돈 지갑 하나 잃은 적이 없는 사람인데 거 참.....

꾸중에 잔소리까지 톡톡히 들어도 하나도 안 이상한 상태에서

가지고 온 짐을 정리하는데 제일 큰 박스 밑 바닥에서 뭔가가 묵직한게 툭..하고 떨어졌다.

종이만 들어있던 박스라 별게 있겠나 싶어서 뒤져보는데 아니 이건~~

그렇게 불러대도 연락두절이 되었던 내 휴대폰이다~~!!!

배가 무지하게 고픈지 여전히 입은 꼬옥 다물고 하얗게 앉아있질않나~

반갑기도 하고 이걸 어쩌나 싶기도 했다.

이미 새 폰은 나와있다고 연락은 왔는데...ㅋㅋㅋ

 

내 휴대폰을 찾았다고 남편한테 이야기하니 그게 왜 그 자리에 들어 앉아 있느냐고만 한다.

엎드려서 짐을 꾸릴 때 미끄러운 앞치마에서 빠져 나왔던가 보다.

뭘 잘 안 잃어버리는 사람이니 크게 놀라지도 않았다.

이튿날이 되었고 새 휴대폰이 나왔다.

없는 김에 아예 없애고 싶은데 남편은 부득부득 새 폰을 개통해 준다.

이 참에 최신 유행의 납작한 폰을 사주랴 했지만 난 도리도리~~

지금 있는 폰도 조작이 서툰데 납작한 요즘 새 폰은 다양한 만큼 더 복잡할 것 같다.

받고 걸기만 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사람인데 굳이 비싼 요금 내면서까지

납작한 폰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

업무상 이유나 공부의 목적이라면 또 모를까.

지난번 휴대폰보다 조작이 간편하고 화면도 커다란 폴더형이라 훨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