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얼룩고양이 한마리가 집 주위를 맴돌았다.
예전에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와 닮은꼴이었지만
집에서 상당히 먼 거리로 보낸 녀석이 이곳까지 어떻게 오느냐며
남편은 그럴리가 없다고 손사래를 쳤었다.
게다가 함께 몸 부벼가며 놀던 또다른 녀석이 모른체 하기도 해서
아니리라 단정 짓고 가끔 길고양이 취급을 하며 쫓기도 했었다.
그런데 오늘낮,
점심에 무 생채와 시래기국이나 끓여볼까 마음먹고
집 뒤 텃밭에 올라가 무잎을 뜯어내고 있는데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난다.
소리가 난 곳을 유심히 살펴보니
쓰레기 소각장옆 풀숲에 녀석이 앉아 날 바라보고 있다.
무 하나와 시래기감을 손에 들고 달려내려와 남편을 불렀더니
아침에 유심히 보았는데 긴가민가 싶더라면서 아리송 하단다.
그리고 다시 시래기국에 넣을 풋고추를 가져오려 하우스 창고 앞에 갔다가
우와아~~~~~~
올 봄 백양사로 유명한 장성의 사촌 오빠네를 갔다가 고양이 한 마리를 얻어왔었다.
떠돌이고양이 새끼 한마리가 집에 들어와 남는 밥을 줘가며 길렀더니
그게 암코양이었던지 새끼를 낳고 또 낳아 여나무 마리가 되었다며
그중에서 잡히는 녀석이 있으면 가져가래서 먹이로 유인하여 잡힌
하양과 검정의 얼룩이를 가져왔었었다.
홀로이면 아무래도 외로울꺼라던 남편은
80여분 거리에 있는 시골장치고는 꽤나 큰 이웃 군의 장엘 가서
또다른 고양이를 사다가 함께 길렀었다.
그런데 짐승에게도 야성성의 피가 흐르고 있나보다.
장터에서 집고양이라며 시골아줌마께 사온 고양이는 사람들을 아주 잘 따른다.
그런데 오빠네서 얻어온 고양이는 먹이를 챙겨주거나
비릿한 음식찌꺼기를 간식으로 주는 남편마저도 가까이 하지 않는다.
언제인가는 고양이를 별다르게 이뻐하는 아들이 이쁘다며 쓰다듬으려 하자
앞발로 할퀴였다며 손등에 피가 배여나오는 상처를 입히기도 했었다.
그래도 그거까지는 남편이 참아줬었다.
처음 고양이를 데려왔을땐 상당히 추운 날씨였기도 하고
창고 처럼쓰는 비닐하우스에 닭들의 먹이로 쌓아놓은 싸래기로 인해
쥐가 들끓기도 해서 그곳에 가둬 길렀었다.
그러다 날이 따듯해지면서 가끔 바깥에 내놓기도 했는데
텃밭에 무얼 새로 심거나(녀석들은 생리적 배설을 하고난 후 흙을 덮는 습성이 있어서
텃밭의 이곳저곳을 헤집어 심겨둔 것들을 뒤집어 버린다)
녀석들의 먹이가 될 비린것들을 널어말린다거나 할때는 다시 가두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창고문은 닫혀 있는데 얼룩고양이가 밖을 배회하고 있어 살펴보니
문 옆 비닐을 찢어내고 그곳으로 바깥 나들이를 했더라나.
그 후에도 또다른 곳을 찢고 탈출하기 몇 차례 반복하니
남편에게 미운털 박혀 2키로 정도 떨어진 아랫마을 기도원에 보내버렸었었다.
녀석이 살던 하우스 안을 들여다보니 창고의 쌓아놓은 왕겨더미 위에 터억 버티고 앉아
내가 바로 주인님이 남의 집으로 보낸 얼룩고양이랍니다 라고 강조하듯
게슴츠레한 눈을 하며 바라보고 있는 폼이라니....
개도 아니고 고양이가 냄새로 찾아 왔을리도 없고
차 트렁크에 실려 갔는데 길따라 찾아왔을리도 없고
세상에 이런일이 라는 프로에서나 볼법한 일이라며 흥분한 남편...
재앙부려도 걍 이곳에서 키워야 쓰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