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일만에 집으로 돌아 왔다.
혼자 지내다가 공동생활을 한다는것은 잊고 지내던 가족의 의미를 알게 해주기도 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었다.
존재의 의미..
그것을 일깨워 주는 일이기도 했다.
가끔은 청량제가 될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동 한그릇으로 점심을 떼웠다.
커피 한잔을 들고 휴게소의 풍경을 보면서 모처럼 한가로운 여유를 부려보았다.
어딘가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활기차 보였다.
모두 어울려서 행복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울려서 행복한 사람은 그리 살면 되는것이고 혼자 행복한 사람은 그렇게 살면 되는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집은 무사했다.
책상위에 쌓인 먼지를 보니 우선 청소부터 시작을 해야만 했다.
아무도 없는 빈집에 먼지만이 손님이었던게다.
그간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이 깊어가고 있으니 참으로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었다.
작고 남루한 내 공간이 좋다.
이곳에는 내 꿈이 있고 내 책상이 있다.
황당한 꿈일지라도 꿈은 희망이다.
그리운것은 아마도 내 책상이었나보다.
어께의 통증도 이제 거의 물러가고 있으니 내 일을 해야만 한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왜 가야만 하느냐던 아버지의 말씀이 마음에 남아 있지만
내 일상이 그립기도 했다.
나를 보내는 일이 심란하여 시무룩해진 언니도 이제 새 생활에 익숙해지겠지.
이제 어쩔수 없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충실하는 일만 남아 있다.
별 다를것 없는 오늘과 내일이겠지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해보고 싶다.
이상한 것은 혼자 있으면 나이를 잊는다는 사실이다.
아버지와 언니와 지내던 시간에는 자꾸 내 나이를 의식하게 되고 우리 모두 늙어간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했지만 이곳에 오면 독불장군이 된다.
육십이 넘었다는 사실을 잊게 되는것에 지름길이다.
나는 나이를 잊고 싶다.
아직 할일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싶은게다.
늙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책만 부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예쁜 아침이다.
이 창 앞에서 이렇게 가을을 보내고 곧 겨울을 맞이 하게 될테고 나이를 또 한살 먹게 되겠지.
나이가 들면서 배운것은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는 방법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은 불변의 법칙이다.
각자 살던대로 사는수밖에 없다.
몸에 착 달라붙은 습관이라는거..
살아온 방식이 각자 다르기때문이다.
변화란 있을수 없다.
나를 위해서 아침에 된장찌게를 끓였다.
혼자 맞는 아침..
혼자 먹는 아침 식사..
이것이 내 것이다.
충분히 행복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