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부산 출장을 갔었다.
다음주에 있을 일년 중 가장 큰 행사를 앞두고
천여장이 넘는 이불빨래며 회관 청소를 하느라 지치고 망가진 모습으로 안개를 뚫고 부산행.
아침은 새벽에도 문을 열어 둔 24시간 김밥 집에서 4줄을 샀다.
음료수는 사과즙이랑 홍삼즙 그리고 오며가며 까 먹을 삶은 밤과 생밤.
전에는 길양식을 크게 안 챙겼는데 남편이 기흉을 겪으면서
몸무게를 더 늘려야 한다기에 부지런히 간식거리를 챙겨다닌다.
부산에 출장 가는 일은 한달에 한번이고 주로 교회 방문이다.
눈만 뜨면 늘상 두르고 다니는 앞치마에다가 주방전용 물신 그리고 풀어진 파마머리 부스스....
노메이컵에 짐차에서 자다깨다 맹~~한 얼굴이었지만
일단 교회에 도착하면 누굴 만나든지 명랑하게 인사는 잘한다.
\"안녕하세요~~\"
언제 자다 일어난 사람이냐싶게 목소리도 밝게 인사를 하고
출장 간 목적을 다하기 위해 분주히 계단을 오가는데 뒤에서 들리는 반가운 말소리
\"사모님 인상이 차~암~좋으셔요.\"
교회를 지키시는 그분이 하시는 한마디에 이른 아침 기분이 완전 뿅~`
새벽에 가는 일이었기에 얼굴도 안 이쁘게 해서 갔는데
인상이 그냥 좋은게 아니라 차~암~좋다시네~ㅎㅎㅎ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이고 입술도 볼도 아무것도 안 바른 생얼인데
인상이 좋다시니 공연히 오가다가 거울을 들여다 보게 된다.
어디가 고와서 그렇게 좋게 보이셨을까?
갔던 볼일을 다 보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남편이 그랬다.
\"아니 이 얼굴이 뭐가 좋아서 그런 칭찬을 다 하시지?\"
자기한테는 암말 안하고 나한테만 좋게 이야기한게 섭섭했나?ㅋㅋㅋ
평소에 우리집에 행사 차 들리시는 분들이 그러셨다.
\"인상이 참 편해 보이고 넉넉해 보인다\"고.
얼굴은 그 사람의 인생 성적표라고 했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품고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얼굴 표정에 다 나온다고 했다.
이쁜 얼굴이면 더 좋겠지만 어릴 때 부터 나는 이쁘다는 인삿말보다는
잘생겼다(?)는 인사를 더 자주 들었던 것 같다.
오빠들 속에서 살다보니 행동도 남자스러웠지만 얼굴 생긴 모습도 무척 남자스럽다.
미남스타일은 아닌데 아주 밉지는 않다고 생각한다.(착각인가?ㅋㅋㅋ)
어린시절을 힘들게 살아온 아픈 추억은 있었지만
내 성격이 워낙에 낙천적이라 그걸 얼굴에 새기지 않았다.
마음에도 오래 담아두지 않았고.
어차피 세월 흐르면 어떻게든 해결날 일들인데 아득바득.... 싫다싫어~
그래그런지 무지하게 없이 살때도 늘 넉넉한 표정이었다.
억지로라도 편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고 해야 맞다.
몸매가 덜 되도 무얼 입고 서 있든 늘 자신감은 충만이었다.
내게 부족한 것은 앞으로 더 가질 기회가 많다고 생각했다.
아이들한테 넉넉하게 다 못해 주더라도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남편하고나 아이들하고 농담 따먹기도 자주하고 가능하면 자주 웃으려 서로 노력했다.
그렇게 살다보니 인상이 편해진걸까?
여자 나이 40 이 넘어서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지?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흔한 성형을 단 한군데도 안 한 완전 원조자연인이다.
그리고 그리 나쁜 인상도 아니다.
내 얼굴을 조목조목 짚어보자.
눈이 사슴처럼 선하게 큰 것도 아니고 전형적인 동양인의 눈 쪽 찢어지다가 만 작은 눈이다.
(이왕이면 찢어지는 김에 아래 위로 조금만 더 찢어져 주지.....)
섹시하지도 않고 그냥저냥 정 가운에 있고 좌우대칭만 확실한 입술....앵두같은 입술도 아니다.
콧날도 두리뭉실 끝이 둥근 흔히 이야기하는 복코에다가
얼굴 사이즈는 남한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대빵 큰바위 얼굴이다.
누구나 다 있는 위치에 누구나 다 있는 항목은 확실하게 있는데도
왜 나는 미스코리아도 안되고 슈퍼모델도 안되었던고?ㅋㅋㅋ
눈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콧대가 조금만 더 오똑하고 덜 두리뭉실했더라면 ???
아니다 아니다.
얼굴이 조막만해야 된다는데 나는.... 나는 얼굴이 안타깝게도 너무나도 큰 것이었다~~!!!!
내 얼굴에 큰 불만이라기보다는 조금의 아쉬운 점은 있다.
~~했더라면...할 정도.
그러나 전체적으로 풍기는 결과물은 언제나 만족하는 편이다.
그래도 어디 나갈 때 연지곤지는 아니더라도 대충 밑그림을 좀 그려 놓으면
사방 몇미터쯤은 훤~~하게 밝힐 정도는 된다고 자부한다.
믿거나말거나지만...ㅋㅋㅋㅋ
이래라도 스스로 자뻑하는 맛이라도 있어야지
이 각박한 세상에.ㅋㅋㅋㅋ
누굴 만나든지 너무 박색만 아니라면 좋은 말로 칭찬해 주기를 해야겠다.
촌아줌마 아침인사 한마디에 하루 온 종일 기분이 이리 좋은걸....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