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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드디어 짐을 풀다.


BY *콜라* 2011-07-12



숲 속 야영장 전경, 사진 /콜라

 

 

엘리스 레이크 야영장은 밴쿠버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남짓한 거리지만

아름다운 호수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숲, 가전을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1년 전 예약이 마감되는 곳이란 걸 미처 몰랐다.

 

선착순으로 입소하는 몇 자리에 기대를 걸며  

새벽에 떠나자고 했지만 아침 식사로 닭죽을 끓여서 

디저트로 수박까지 먹고서 출발 했으니 

캐나다에서 연중 두 번째 황금연휴에

우릴 기다리고 있는 야영지가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처음 본 캐나다의 숲속 야영장은 야영경험이 없는 나의 기부터 꺾었다.      

야영이라면 적당한 나무 숲 그늘 아래  

다닥다닥 붙은 이웃 텐트의 방귀소리까지 들리는 야영장에서

떠들썩하게 수다를 떨며 삼겹살을 구워 먹고 캠프파이어를 하는

집 밖에서 잠을 자는 밤으로 생각하던 나에게 

한 여름의 낮시간에도 초겨울 같은 서늘한 기온이 한기를 느끼게 하는

고요한 숲에서의 야영은 더럭 겁부터 났다.

  

오래 전부터 사용된 야영장이었지만 신이 길러 낸 듯한 쭉쭉 뻗은 나무들과

인간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원초적인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나무들에게

미안하지만…… 조금만 쉬었다 갈게……”

엉덩이를 조금씩 들이 밀며 눈치를 봐야 할 것만 같다. 

 

고개를 직각으로 젖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삼나무 침엽수의 자잘한 잎새 사이로 비집고 들어 온 햇살은

키다리 나무들의 절반 높이에서 멈춰있고, 발 아래는 오랫동안 쌓인 나뭇잎이 양탄자처럼

폭신거렸다.   

 

텐트는 나무와 나무 사이에 자연스럽게 생긴 공간을 활용하도록 되어 있었다.

나무를 경계삼아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진 입구마다 작은 말뚝에 붙은 번호표 곁으로

예약자의 이름과 영수증이 문패대신 걸려 있는 게 재미있다.

 

돌아서기가 아쉬워 비어 있는 자리에 들어가   

예약한 사람이 취소할 수도 있지 않냐고 관리인에게 생떼를 썼지만

24시간이 지날 때가지 비워두어야 한다며

가까운 다른 야영장을 알려주었다.

 

 돌아서 나오는 우릴향해  

팔등신 걸그룹 군단 같은 나무들과 맑고 청아한 호수면이 

 다음엔 게으름부리지 말고 꼭 예약 해!’ 하듯 찰랑 찰랑 몸을 흔들었다.

 

그래.. 이곳은 우리가 야영하기엔 너무 습해. 우린 좀 더 밝고 따뜻한 게 좋아

죄 없는 야영장을 흠잡으며 지도에 빨간 펜으로 크게 X자를 그렸다.

 


위슬러 스키장을 가기 직전 가리발디지역에 있는 브랜디 와인 폭포. 엄청난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룰 끝에서 끝까지 카메라에 담기어려워하며 한 컷을 찍는데

조카가 장난스럽게 얼굴을 내 밀었다. 사진/콜라 

 

그 산에도 사람이 .....

 

 야영장 입구에서 산 윗쪽으로 이어진 비포장 길 하나를 발견했다.

흙에서 느껴지는 수분에서 길이 난 지 오래 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다시 이곳을 찾아오기 어려울 것 같아

동행한 세 사람의 강력한 반대에도 산 위를 향해 차를 몰았다.

길은 하늘과 바람과 햇살만 머물다 갈 정상 바로 아래에서 끝이 났다. 

 

새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전부인 그곳에

놀랍게도 텐트 야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카메라를 꺼내들었다가 슬그머니 감췄다. 

전기도 물도 없는 산중에서 휴가를 즐기는 자람이라면

문명의 흔적조차 거부하는 자연인일 터, 그들의 휴식에 훼방꾼이 되고 싶지 않아서였다.

 

처음 겪는 일들을 소화하느라 숨가쁜 아이들은

물도 전기도 없으니 단식을 하는 도인이거나 사회부적응 도피형 인간(?) 일 것이라는

각자의 추측을 내 놓으며 의견이 분분했지만

우리의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한 어떤 행위도 방해라는 것에는

의견일치를 보았다.

 

두 번째 찾아 간 곳은 작고 이름 없는 호수 주변에 마련된 야영장이었다.

자동차는 산 입구에 주차해 두고짐을 지고 산으로 올라가야 하고

화장실과 수도 시설뿐인 자연친화적인 곳이었다. 

사용료는 16, 하지만 자리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물도 전기도 없는 산 정상 가까운 곳에 초연하게 자리잡고 휴가를 즐기는 야영객의 차량과 텐트.

한편으로 부럽지만 겁 많은 나는 감히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일이다. 사진/콜라 

 

 

이곳에는 좀 특별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  

야영장 중앙에 나무와 나무를 연결한 줄에 매달린

하얀 플라스틱 양동이들이었다.

 

한 쪽을 당겼더니 반대편 양동이가 위로 올라가도록 양쪽에 하나씩 묶여있고

 곰 캐치라고 쓰여 있다 먹이를 찾아 온 곰에게 음식이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설치물인데 하필 카메라를 차에 두고 가서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웠다.

 

예약을 하고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거나 

도끼로 나무를 자르는 아빠 곁에서 신이 난 아이들

나무와 나무 사이로 매단 해먹 위에서 책을 읽고 있는 노인.......

시간은 벌써 한 나절을 지나고 있었지만

우리는 아직 배회하고 있으니 마음이 조금 급해졌다.

  

그렇다고 아무 곳에서나 야영을 할 수도 없었다.

잘못하면 곰이나 야생동물들에게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엄청난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산 속의 모든 야영장마다 공무원인 관리자가 순시를 돌며

화재와 사고로부터 야영객들의 안전을 지키고 또 위법사항을 철저히 감시한다.

그래서 편의시설과 위치에 따라 11~25불의 사용료를 내야 하지만

 서로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을 만큼

충분한 공간과 휴식할 환경이 보장되며 야영객들은 이용준수사항을 법처럼 무섭게 지킨다.  

 

완전한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과 적절한 편의시설을 원하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그저 

하룻밤이라도 짐을 풀고 쉴 수만 있다면 감사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미칠 듯 화창한 이 여름날 녹색 푸른 숲에서

점심만 먹고 집으로 돌아간다 해도 절반의 성공이라 위로하며

이 산, 저 산의 야영장을 돌아보던 오후 2시쯤

드디어 우리가 묵을 수 있는 캠핑 그라운드를 만났다.

 

생애 최초의 숲속 야영의 꿈을 이루다.


첫날 밤, 기진맥진해서 잠에 빠진 나 몰래 자다가 일어나 라면을 끓여 먹다가 들킨 두 녀석.

얼른 애교를 떨며 무마를 한다. 공범인 남편은 도망치고...사진/콜라  

 

위슬러 캠핑 그라운드 &  RV 파크.

하룻밤에 28( 3만원), 캠프파이어를 할 장작 나무가 8(1만원)

고구마 구워먹을 호일이 16(2만원)..

전기를 사용할 수도 있고, 공동 샤워장엔 온수도 나오는 곳이었다.

 

RV(Recreational Vehicle)란 

차 안에 주방과 침실, 욕실, 거실까지 갖추고 있는 레저 전문자동차를 일컫는다. 

외국에서는 보통 은퇴한 부부가 이 차량을 타고 몇 달씩

여행을 다닌다. 어느 곳이든 차를 세우고 쉴 수 있고, 밤이되면 

하루에 5만원 정도의 사용료만으로 전기와 수도, 화장실까지 관을 연결해서

집과 똑 같은 생활이 가능한 주차장이 곳곳에 있다. 이 차량은 훗날 우리 부부의 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