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전에 계획잡은 1박2일의 속초 여행을 드디어 하게 되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 약속장소에서 만난 4명의 지우들.
떠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이고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가게 되는 추억이 있는 속초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춘천고속도로를 탔다.
속초에 가까이 가면서 만나게 된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울산바위.
차를 멈추고 처음으로 바깥공기를 마셨다.
속초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간 곳은 청호동의 아바이 순대집.
1박 2일에서 촬영한 곳으로 유명해진 음식점 골목 곳곳에 포스터가 붙어있다.
기대해서였는지 생각보다 맛은 그리 감탄할 정도는 아니고...
바닷가 아담한 외옹치마을에 위치한 숙소는
겉으로 보기에는 개인 주택처럼 지어졌다.
숙소에서 커피한잔을 마시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첫번째 목적지를 영랑호로 잡았다.
넓은 호수를 배경으로 군데 군데 아기자기하고 잘 가꾸어 놓은 산책길을 걸으며
옛날 영랑호를 걷던 추억도 떠올려보며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해진 지나가버린 시간들이 어렴풋이 생각나기도 했다가 사라지고....
저녁에는 회를 먹으려고 외옹치항을 지나 대포항으로 갔다.
한창 바다를 매립하느라고 공사중이어서 어수선했다.
바다옆에서 먹는 회라 그런지 탱탱함이 입안에서 느껴졌다.
다시 어둠이 찾아온 밤바다로 나갔다.
바로 앞이 외옹치해수욕장이다.
우드로 된 산책로가 속초해수욕장으로 이어져 그 곳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외옹치부근으로 와서
칠흑같은 어둠속에 수평선 너머엔 간헐적으로 오징어배 불빛이 보였다 사라졌다 했다.
파도소리마저 들릴듯 말듯 잔잔한 밤바다를 앞에하고 부드러운 모래사장에 앉아
아이들마냥 폭죽놀이도 하고
만월이 지난 달이 동쪽으로 서서히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바닷물에 비치는 달빛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하며 그 곳을 떠났다.
다음날 아침
일정을 설악산으로 잡았다.
기대는 안했는데 가게 되어서 나로서는 반갑기 그지 없었다.
같이 간 일행중 한명의 컨디션이 좋지않아
두명만 흔들바위까지만 갔다오기로 했다.
일요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한산한 등산길
마음같아서는 울산바위까지 올라가고 싶었지만 시간관계상 그럴 수는 없었고
그나마 흔들바위까지 간 것에 만족해야했다.
나무그늘 바위위에서 전날 마시려고 사둔 도수 낮은 포도주를 둘이서 반을 마시고
기다리는 일행을 생각해 바로 내려왔다.
아무런 일정계획없이 무조건 현지에 가서 즉흥적으로 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음식준비를 전혀 안해도 된다는 점이 더욱더 마음을 홀가분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빈마음으로 가서 뭔가를 꽉채운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