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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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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사랑 진한감동(100) 고달프게 사는 사람은 남도 고달프게 한다


BY 남상순 2011-06-07

 

오늘 작은 사랑 진한감동 100번째 글을 올립니다.

그간 잡문을 100개나 올리면서 덧글달아주시고 읽어주신

아컴 에세이 가족들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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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잔등이에 땀이 흥건히 젖어서 집에 들어왔다
씻기전에 타자부터 하고...

얼마전 친구가 우리집에 와서 카메라 사진이 제법 마음에 드는데
도무지 열리질 않는다고 한다.

꼭 보고 싶은데 볼 수 없을때의 안타까움을 잘 아는지라
시간이 넉넉하면 직접 보여줄텐데 서울 올라간다고 엘리베터 앞에서
이야기를 나눈지라 메모리 카드를 달라고 했다
내가 열어보고 볼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마음에서다

여기서부터 단추는 잘 못 끼워진것이다.
왜 내가 그 사진을 꼭 보게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얼마든지 누구를 통해서든 도와줄 사람이 있을텐데 (흐흐 고달픈 내 심사)

내 카메라와 달라서 친구가 찍은 사진을 열어볼려면 프로그램 하나를 깔아야 했다
로우파일을 열어보고 다시 압축파일로 만들어서 그 메모리카드에 다시 입력을 시켰다
그 메모리파일을 열면 못 보던 사진이 다 보이도록!

그런데 서울과 인천이 수륙이 천리인지라 만나면 줄려도 핸드백에 잘 보관하고 있었다
엊그제 밀알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그 메모리카드 누가 갖고 있느냐고? 당근 내가 갖고 있지. 그것도 몰라?

그런데 다시 연락이 왔다
월요일 해외여행을 떠나는데 메모리카드를 택배로 보내달라고! (착불로)
메모리카드를 보았더니 8기가짜리. 8기가면 외국여행에는 조금 모자랄 것 같아서
4기가 짜리 집에 안쓰는 것이 있기에 선물로 보내주기로 했다

엊저녁 인터넷에 들어가서 방문택배 신청을 했다
우리집에 방문와서 택배물을 가져가도록!
택배 포장을 나름대로 정성스럽게 물건이 상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그런데 아침 9시가 넘어도 아무 소식이 없기에 전화를 해보니 접수가 안되었다나? 이럴수가!
그럼 사람을 보내 달라고 주소 등등 한참 전화를 했더니
자기네 포장 싸이즈가 아니면 접수를 못하는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우체국에 나가는 수밖에 없다
마침 남편이 이상하게 걸어서 출근한다면서 차를 두고 나갔다
차를 몰로 우체국에 가니 주차할 곳이 없다.

잠깐이면 될 일인데...이를 어쩌나
주차를 못하고 우물주물 하고 있는 사이에 내 뒤에 차 한대를 세우고 어떤 남자가 달아난다
나 금방 나가야 하는데 앞도 막히고 뒤도 막으면 어쩌느냐고 했더니 금방나온단다
나도 금방 나간다고 자동차 앞 유리창에 메모를 써 놓고 들어갔다

이를어쩌나?
박스를 바꿀 필요는 없고 포장 그대로 보낼 수 있지만 주소를 잘 못 썼다고한다
주소 내용이 틀린것이 아니라 보내는 사람 주소가 먼저 나오고
받는 사람 주소가 아래에 써 있어야 한다네? (이건 상식으로 꼭 알아둘 일)

나는 받는 사람이 중요해서 받는사람 주소를 위에 썼다
다시 종이를 받아 위 아래를 바꾸어 써서 풀로 착딱 붙였다
접수해 놓고  물어보니 착불비용이 4000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럴수가!
내가 돈을 내 줄껄 그랬나? 이걸 어쩐담?

주차한 곳에 와보니 난리가 났다

우체국 차량들이 출동을 못하고 전화를 두번이나 해도 왜 전화도 안 받느냐고
택배기사 아저씨들이 아우성이다.
초간을 다투는 그들의 아침 일을 막았으니 내가 입이 열개라도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런데...실은 내 뒤에 금방 나온다던 아저씨도 아직 나오질 않았다

차를 후진으로 그 가파른 길을 내려와서 큰길까지 나올라면 내 운전실력이 가당치 않다
어쩔 수 없이 전진으로 나올려고 차를 돌릴려니 온갖 욕을 다 얻어먹고
인상 쓰는 그 수많은 아저씨들의 미움을 뒤집어쓰고 나왔다

아직도 내 정신이 아니다. 후진 못하는 서러움을 톡톡히 맛본 날이다
진땀이 후줄근하게 흘러내린다. 쪽 팔리는 건 말할것도 없고 으흐흐

왜 내가 오지랖이 넓어서리  
친구에겐 메모리카드 없어서 고달프게 만들고
그 많은 우체국 직원들까지 고생을 시킨단 말인가?

어떤 때는 나몰라라 냉정한듯 하면서도
어떤 때는 공연히 잘난척하고 스스로 고달프게 사는 나는 어떤게 진짜 나인지?
아이구 따끈하게 샤워나 하고 정신 좀 차려야겠다

운전을 좀 더 잘하던지? 긴급상황이거든 전화를 손에 들고 다니던지?
아침부터 그 아저씨들 열받게 한게 아직도 미안하고 죽갔넹!~
글쓰는 동안 좀 풀렸다. 오늘 화요일 화끈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