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할머니 약을 타러 잠시 읍에 있는 작은약국엘 갔었다.
오전인데도 노인분들이 서너분 계셨고
시골 약국은 청소며 약 정리에 제법 부산했다.
약국 바로 앞의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넣고 기다리는 시간
약국 뒷문이 열려 있어서 고개를 내밀고 내다 본 안 마당.
평화가 한 마당이었다.
새파란 잔디가 잘 정돈되어 깔려 있고
자주 달개비가 세수라도 한 듯 고운 얼굴로 피어있었다.
키 낮은 석류나무엔 새 잎이 곱고
작은 바위로 둘러 쳐 진 낮은 화단엔
화려하진 않아도 자잘한 야생화가 피어있었다.
아침 햇살을 받고 피어 난 화사하게 빨간 장미가 울타리를 감고 올라갔고
부지런한 안주인은 벌써 삶은 빨래를 널어놨다.
안 마당을 들어가 보고 싶을 만큼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된 잔디마당은 약국집 주인이
마음씨가 어떠하든간에 내 생각엔 참 좋을 것 같았다.ㅎㅎㅎ
약값도 안 비쌀것 같고
노인분들한테 인심도 후할 것 같고
얼굴도 후덕하게 생겼을 것 같다.
무조건 착한 사람일거라 여기며 남의 집 안마당을 고개를 빼고
들여다 보고있노라니 내 차례의 약이 나왔단다.
남향으로 난 커다란 창문만 있어도 그 집 주인의 마음씨가 좋을 것 같고
담장 안의 마당에 피고지는 고운 꽃 몇 포기만 있어도
그 집 안 주인은 무조건 이쁠 것 같은 내 마음의 기준.
사람이 사람의 말을 어렵게 만들고 할퀴지
꽃은 사람한테 받은 그 이상으로 기쁨을 주는 자연이다.
나는 아직 내 잔디마당이 없다.
근무하는 이 곳에 마당은 넓지만 내 마당은 아니다.
물론 여기 있는 동안에 가꾸었고 꽃 사다 심고 얻어다 심고
참 많이도 정성을 쏟았지만 그래도 늘......... 아쉽다.
언제나 갖고 싶은 내 잔디마당이지만
아직은 그 때가 이른 듯.....
지금 내게 있는 이 사랑스런 꽃친구들을
얼른 흙마당으로 이사를 해 주고 싶다.
그래서 잘 정돈된 잔디마당에서 고운 햇살 아래
발을 뻗고 싶은 만큼 뻗고 기지개를 켜고 싶은 만큼 켜고 살게 하고 싶다.
아침이슬이나 내가 주는 아침저녁 물공급
어쩌다 오는 비가 아니면 하루 온 종일 강한 뙈약볕 아래서
이글이글 익어가야 하는 내 사랑스런 친구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내 욕심으로
할머니들하고의 생활에 활력소를 만들기 위해 사 모은 꽃친구들이
이젠 가짓수도 많이 늘었지만 그 양도 만만찮다.
겨울만 되면 홍역을 치루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인연을 정리하지 못한다.
내가 놔 두는 그 곳에서 언제라도 변함없이 날 기다려 주는 고마운 친구들인데....
한정된 화분 속에서 더 크지도 못하고
작열하는 여름 햇살도 견뎌야 하는 옥상의 내 친구들.
미안하지만 좀만 더 기다려줄거지?
좋은 날
좋은 땅으로 우리 건강하게 살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