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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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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야기


BY sukje 2011-05-17

우리 남편은 가정적인 사람이 아니다.

가족에게 다정다감한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뚝뚝한 사람은 아니다.

가끔은 유머스럽기도하지만 신경질적이고

달변가 같기도 하면서  잔소리쟁이다.

 

남편은 한번도 설거지나 집안일을 도와주는 일이 없다.

세탁기를 돌릴줄도 모르고 한번도 사용해 본적이 없다.

분리수거를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쓰레기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본 적도 없다.

그래도 혼자 있을때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은 잘한다.

라면 끓인 냄비도 씻어서 두니 다행이다.

아이들이 라면 먹고 냄비를 씻지 않고 두면 화를 낸다.

뒤에 라면 먹을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나.

남편이 라면 끓일 때 쓰는 냄비는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남편은 쇼핑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다 할인점에 장을 보러 같이 가면

남편은 살것을 미리 적어오지 않았다고 짜증을 부린다.

한바퀴돌고 두바퀴만 돌아도 살것도 없이 돌아다녀봐야

과소비만 하게 된다고 잔소리다.

그 잔소리를 듣기 싫어 쌀을 사거나 짐이 많을 때만

그것도 어쩌다 한번 부탁한다.

주차장에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장을 보기도 한다.

그때는 마음이 급하여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물건을 산다.

물건을 사서 아예 주차장까지 옮겨 놓고 부르기도 한다.

 

또 차를 타고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들이 행렬을 보면 기름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살면서

쓸데없이 기름 닳고 돌아다니는 정신병자들이라고 한다.

시내에서는 지하철 타는 것을 좋아한다.

항상 “지하철이 최고야” 를 연발하며 지하철 코스를 설명한다.

지하철 계단 오르내리기 힘들어 타기 싫다 해도 지하철보다 빠른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한다.

어쩌다 친척의 결혼식이라도 있으면 온가족이 함께 지하철을 탄다.

아들과 딸은 챙피하다고 저만큼 떨어져 앉아서 간다.

남편의 이런 대중교통 사랑의 깊은 뜻은 술 때문이기도 하다.

술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차는 항상 무거운 짐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여행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부부끼리도 오붓하게 여행해 본적도 없다.

이러다가 외국여행은 커녕 제주도 한번 못 가보고 죽는건 아닌가 모르겠다.

 

남편은 외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술집을 좋아하지 밥집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다.

우리아들이 아빠를 어려워해서 대화가 없다.

가끔 남편은 대학생 아들의 생각이 궁금하여 대화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습관이 되지 않아 서로 대화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다.

그럴때는 남편도 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외식을 제안한다.

아이들도 좋아하며 고기집으로 정한다.

술을 마신 남편은 열심히 이야기를 하며 아들의 생각을 알아내려고 애쓴다.

그러나 아들은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먹기에만 열중한다.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한 남편은 “돈만 쓰고 소득이 없네”하고 농담한다.

 

남편이 좋아하는 것은 술이다.

나이가 들면 체력이 달려 술에 약해진다고들 하던데

남편은 50중반인데도 변함이 없다.

어떤 술자리에서나 가장 오랫동안 마시는 사람이다.

주량이 차지 않았는데 술자리가 파하면 헤어진후 더 마실

술친구를 찾아 이리저리 전화한다.

그래서 친구는 좋아하는데 부인이 싫어하는 친구1번이란다.

친구를 못찾으면 마누라에게 전화하여 나오라고 한다.

그때는 이미 시간이 새벽이다.

싫다는 마누라에게 전화하고 또 전화한다.

마누라가 폰의 전원을 꺼버린다.

 

남편이 또 좋아하는 것은 친구다.

술을 좋아하는 친구면 더 좋아한다.

자신의 친구도 많지만 새롭게 만나도 누구든 쉽게 친구가 된다.

내 친구의 남편과도 친구가 되어 지내고

나의 남자 동창들과도 친구가 되어 지낸다.

등산가다 만난 아재매들과도 친구가 되어 지내고

모임의 여성회원들과도 누님하며 지낸다.

나가면 인기가 많다고 자랑한다.

집에서 인기가 없는 것은 어떡할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