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바람에 비가 묻어오고 있었다.
눅눅한 바람이 손놀림을 재촉했다.
작년에 마당에 심어 둔 야생화들이 착하게도 자리를 잘 잡아줬다.
한두포기씩 포기나눔을 한 꽃들인데
올해 벌써 여러포기로 불어나 있었다.
하얗고 노랗고 분홍색의 꽃들이 피는...
어두워지기 전에
밤에 비가 오기 전에 심어야 해.
몇포기씩 불어난 포기마다 뾰족한 호미날을 집어 넣고
두어포기씩 떼어내면서 고맙다고..미안하다고 조용히 말을 건넸다.
작은 대야에 하나 가득 떼어낸 야생화를 들고
우리집에서 동네로 올라가는 긴......마을진입로로 걸어갔다.
주인이 타지에 있어서 노는 밭길인데
해마다 잡초가 무성하고 가을이면 시들은 잡초가 또 밉다.
올해도 봄이되자마자 앞다투어 잡초들이 올라왔고
저길 어떻게 해야 덜 미울까?
우리집 마당도 넓고 넓어서 잡초와의 전쟁이 선포된지 오랜데
동네진입로까지 오지랖 넓게 걱정하려니 우습다.
푹~~~^^
혼자서 웃고 호미로 잡초를 대강 정리하고 야생화를 심었다.
한포기씩만.
동네진입로가 길어서 두포기씩은 너무 무리야.
화원을 하는 분이 야생화를 좀 주신다고 했으니
우선은 집에 있는 것으로 심고
나중에 더 생기면 양 옆으로 다 심는거야.
내 집 안도 중요하지만 동네길이 훤~하면 오가는 마을 주민들이 행복하시겠지?
야생화는 한번 심어두면 해마다 잘 번지니까 잡초보다야 낫겠지.
집 안의 화단엔 해마다 잡초와의 힘겨루기가 너무 버거워서
거금을 들여 꽃잔디를 엄청 심었다.
작년에는 뿌리를 내리느라 몸살을 한 탓인지 꽃구경도 힘들었는데
올해는 진분홍으로 앙증스런 자태를 뽐내는데 그 향기며 화려한 색까지...
대문 입구와 화단 가장자리가 온통 꽃잔디 길이 되었다.
지불한 돈보다 더 많은 백합뿌리를 두 상자나 주신분이 있어서 온 마당가며
화단 빈자리, 그리고 이웃 할머니네까지 백합밭을 만들어뒀다.
올해부터 꽃을 볼 수 있다는데 벌써 뾰족하게 싹들이 올라온다.
여러가지 색으로 주셨다는데 어떤 얼굴들로 올라올지 자못 궁금하다.
맥문동도 여기저기 기억조차 못할 지경으로 심어뒀다.ㅋㅋㅋ
송엽국도 지천이고
데이지와 패랭이도 한창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매발톱도 제법 힘이 생겼다.
톱풀도 몸살을 덜 하고 잘도 번져가고 있다.
할머니들이 기거하시는 집 앞에도 화분들을 모아두고
여러가지 계절꽃을 심어뒀다.
오며가며 미웁게 올라오는 잡초를 뽑아주며 마르지 않게 물호스도 가깝게 뒀다.
혹 시들면 할머니들이 그 꽃에 본인들의 남은 날들을 비교하실까 조심스럽다.
꽃이 고운 집에 가게되면
한두포기는 꼭 주십사 얻어서 마당을 메워나간다.
몇해 더 지난 다음
꽃들이 자생력을 더 가지고 번지게되면
나도 나눔을 하고 주변을 온통 꽃동네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다.
화단에 잡초가 못 자라게 하는 일등공신은 돗나물이다.
새파랗다못해 초록의 고운 융단이 깔린 것 처럼
돗나물이 낮게 깔린 모습이 너무 신선하고 주변의 다른 야생화를 더욱 곱게 돋보이게 한다.
작년에 작은 대야로 하나 정도?
여기저기 군데군데 이식을 해 뒀는데
올해는 아주 많이 번졌고 새순이 올라오는 모습이 너무 곱다.
물론 잡초가 올라오지 못하게 꼭 그물을 짜듯 뿌리가 얽혀있다.
초롱꽃도 번짐이 좋아 많이 심어뒀는데 성공작이긴한데 키가 너무 웃 자란다.
꽃도 이쁘고 잡초도 안 올라오게 잘 막아주는데 가을엔 아주 밉다.
낫으로 깡총하니 잘라줘야한다.
낫질이야 내가 선수급이니 큰 힘이 드는게 아닌데 너무 많이 번져있어서 지저분하다.
잘 번지고 꽃까지 있는 야생화쪽으로 자꾸 알아가다보니
남편은 쓸데없이 지저분하게 화단을 만든다고 타박이다.
그래도 꽃이 필 무렵에는 곱다면서...
뭐든 다 장단점은 있는 법이라오~~ㅎㅎㅎ
화단을 온통 야생화밭으로 만들어볼까도 생각했지만
수십년생 향나무랑 라일락, 홍단풍, 은행,목련들이 아까워서 그리는 못하고
그런 큰 나무들 사이사이에 심자니 감질난다.
어제 저녁 비오기 전에 심은 야생화가
오늘 하루 온 종일 내리는 비로 활착이 잘 되었겠다.
누가 또 꽃나눔을 한다면 얼른 손들고 얻어와야겠다.
아니면 값을 치루더라도 많이만 주신다면야..ㅎㅎㅎ
이래저래 얻은 꽃들이 많다.
내 마당은 아니지만 마당이 넓고 꽃욕심도 같이 많다보니 봄부터 늦가을까지
다양한 꽃들로 눈이 즐겁고 마음 또한 행복하다.
큰 욕심 안 부리고 지금 가진 이 행복을
잃지않고 오래오래 꽃처럼 가꾸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