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목련이 아름답다.
봄을 내버려두고 일에 몰두하는 이유는 지난 시간들을 잊고 싶기때문이다.
잠시만 시간이 비어도 떠오르는 일들은 나를 괴롭힌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이런 상념들이 아직도 내 마음을 지옥으로 만든다.
책 표지에 넣을 사진을 찍고 마지막 원고 검토가 끝이 났으니 이제 출판만 기다리면 된다.
5월2일이면 \'레퀴엠의 여인\' 이라는 장편 소설책이 나온다.
레퀴엠은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모짜르트의 곡으로 죽은 자를 위한 진혼곡이다.
남편을 떠나 보내는 오십대 여인들의 삶의 모습을 그렸다.
청탁이 온 수필까지 끝을 내고 나니 갑자기 시간이 텅 비어버린것 같다.
팔이 아프고 눈이 가물거린다.
컴퓨터를 너무 오래 들여다 본 후유증이다.
다음 작품을 위해서 모아둔 자료를 검토하고 영화를 하나 다운 받아서 보아도 시간은 머물고 있는것 같았다.
친구가 전화를 했다.
\"일 끝났어?\"
\"응.\"
\"허전하지?\"
\"그러네.\"
\"나와. 내일 만나자.\"
해서 하루를 예약했다.
며늘애가 전화를 했다.
\"지난 번에 뵈니까 얼굴이 많이 안좋아보였어요. 너무 일에만 몰두해서 그러신거 아닌가요?\"
거울을 본다.
얼굴이 까칠하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팩을 하나 붙이고 침대에 누워서 리모콘을 이리 저리 돌려보았다.
나로하여금 이런 원동력을 주는 것은 오기라는 생각이 든다.
보란듯이..
이런 오기의 발동으로 나는 끊임없이 작업을 하지만 내가 어디까지 갈수 잇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잘 살고 싶다.
나는 정말 잘 살아야 겠다.
잘 산다는 의미는 부자의 의미와는 다르다.
혼자라는 사실이 혼자의 성을 튼튼하게 세울수 있는 힘이 될수도 있다.
벽돌을 하나씩 올리는 기분으로 나는 한걸음씩 나를 지키기위해서 하루 하루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