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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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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아픈 이야기는 손이 오그려 붙어..


BY 수련 2011-02-16

나는 아컴에서 새로미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참 대단한 분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남편의 이야기를 적당하게 아프게, 그러나 읽는 이들이

아프지않게 잘 써내려가는 필력에 감탄을 할때가 참 많다.

그런 와중에도 자아성취를 이루어내는 모습도,아이들도

올곧게 자신들의 일을 잘 이루어 내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남편에게 뇌졸중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일이 생긴후 ,

2년쯤 지나자 후배가 나더러 남편의 일을 글을 쓰면 멋진 소설이 될거라고 했었다.

후배가 보기에는 내가 어느정도 안정이 되어 보였나보다.  

 

대학때 문예 창작을 전공했기에 한번 시도 해볼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자꾸 억장이 무너져 내려 도저히 진행이 되질 않았다.

 

일주일 정도 글을 시작하면서 전 날 쓴을 글을 읽으면

눈물이 먼저 앞을 가리고 손이 떨려 자꾸 머뭇거려서 앞으로 더 나아가질 않았다.

 

뇌경색으로 인한 실어증은 오른쪽 손에 힘이 빠지고 판단, 인지능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실의에 빠진 남편을 위하여 지난 4년동안 무던히도 애를 많이 썼다.

주위사람들 밥사주가며 어울리게 했고,친구들도 만나게 하고,

같이 여행도 가고 기분을 풀어주기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론은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어울리지도 못하고,

 모임에 다녀오면 상대적인 박탈감에

오히려 더 좌절에 빠지게 되었다.

 

\'나보다 못한 놈들이 저렇게 말도 잘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니..\'

 

차라리 실어증처럼 지난일도 기억상실이 되어 버렸으면 예전의 자신을

돌아보며 절망하지는 않을텐데.

그놈의 알량한 자존심은  자기 뜻대로 안되면 사사건건 마눌에게 시비를 거니...

 

요즘 손녀와 같이 밥을 먹다보니 남편의 행동이 이상했다.

국에  김치를 듬뿍 넣는게 아닌가.

저러면 짤텐데.. 가슴이 조여 밥이 목구멍에 걸린다.

여보, 짠데 왜그래요?

들은채도 않는다. 두번 말하면 숟가락을 놓을까봐 조바심을 내며 입을 꾹 다물었다.

 

 다섯살짜리 손녀가 젓가락질을 할배보다 훨씬 잘한다.

김치를 몇번이나 집었다 떨어뜨리자 손녀가 빤히 쳐다보면서

\"할아버지는 젓가락을 못해? \"

손녀입을 막았지만 이미..

그후로

남편은 아예 한꺼번에 김치를 국그릇에 듬뿍 담아놓고 먹는것이다.

좋아하는 국수도 숟가락으로 먹으니 입에 한번 들어가려면 몇번이나..

미끄러운 국수가락도 내 목구멍에 걸리게 만든다.

며칠전부터 영 싱겁게 국을 끓인다. 국수는 아예 생략.

나도 남편따라 국에 김치를 듬뿍넣어 먹는다.

\"할머니, 국이 맛이없어.\"

남편이 눈치 채지않게 손녀국에만 간을 조금했다.

 

이런 조그만 일에서부터 남편은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워 사사건건 내 속을 태운다.

 

처음에는 자식들, 형제들, 친척들에게 하소연도 했지만

그들의 위로도 한계에 도달해 언젠가부터 내 말을 흘려듣는것 같았다.

아니, 그들도 반복되는 위로가 식상할것이다.

처음에는 글을 쓰면서 풀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글을 쓰는 내내 가슴이 찢어져 손이 떨렸다.

마찬가지다. 좋은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듣기 좋지만 짜증스런 말은 듣기 싫은건 당연하지 않은가.

 

그 후부터는 일절 징징대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어떠냐고 물으면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러면 상대방의 목소리도 밝아진다.

혼자 삭이고 허허 웃어넘기는게 내 삶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걸 뒤늦게사 깨닫게 되었다.

 

 

처음에는 \'희망\'이라는 수식어를 많이 사용했지만 언젠가부터 \'희망\'은 사치스러웠다.

접었다.

남편의 상태가 전처럼 완전하게 돌아오지 않아도 반만 돌아와도,

말만이라도 알아들어도, 어눌하지만 의사를 표현만 하여도.... 가느다란 희망은

내 단어에서 사라져버렸다.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체념상태가 되면서 오늘만 잘 살면 되겠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오늘을 감사하게 여기며 살자\'

마음을 바꾸니 한결 편해졌다.

더이상 나빠지지만 않으면 고마운거지.

 

그래,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고.

 

남의 집 불행은 꺼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말은 하지만 그 속내는 새까맣게 타 재만 남았으리라.

언젠가 새로미님처럼 마음을 더욱 더 비우고 남편의 이야기를 편하게 쓸날이 있겠지.

어린애로 변한 남편뒤에 서서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그러나 그 아픔을 아름다운 글로 승화시킬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할 수있는게 아니다.

참 존경스런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