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딱 꼬집어 말할순 없는데 다들 멋지고 잘나고 이쁜 것 같다.
피부들도 뽀얗고 키도 훤칠하고 이목구비들이 성형이라도 한 것처럼 반듯반듯하다.
옷도 개성있게 잘 차려 입고있으니 귀티에 귀공자 귀공녀들이 따로 없다.
많아도 둘셋?
적게는 한둘씩만 낳다보니 부모들이 무리해서라도
내 아이만은 튀는 개성의 옷에
부족한 부분은 살짝 손도 대 주는지 다들 잘난 얼굴들이다.
내 직업이 수련장 주방일이다보니 방학만 되면 수천명의 초중고 대학생들을 만난다.
배식시간이나 오며가며 만나는 학생들을 지나치노라면
유난히 돋보이는 잘나고 이쁜 얼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다들 좋은 얼굴들이다.
지금도 대학생들이 200 여명 들어 와 있는데
배식시간에 뒤에 서서 학생들을 보고있자니 너무들 탐나는 얼굴들이다.
다 내 며느리 삼고 싶고 다 내 사위 삼고 싶을만큼 빛나는 얼굴들이다.
그런 내게 우리 아이들이나 남편은 내가 아이들을 워낙에 좋아하니까 그런다지만
몇십년 전에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 태아난 아이들이 아닌 요즘 애들은
얼굴에 마른버짐도 없고 개구쟁이들이 겨울만 되면 흐르던 누우런 콧물이 줄줄 흐르는 애들도 없다.
우리 어릴 때만해도 옷소매가 반들반들해지도록 콧물을 닦으면서도
병원은 커녕 감기약 조차도 안 먹었다.
논이나 도랑에 고인 물이 얼면 하루 온 종일 손이 터 갈라져서 피가 흐르도록 얼음판에서 놀았고
빈깡통에 못으로 구멍을 숭숭 뚫은 다음 들판으로 어디로 쏘다니면서
마른가지들을 줏어 담아 불놀이를 한답시고 콧구멍까지 시커매서 돌아다녔다.
오빠만 넷인 집안의 막내인 나는 딸인지 아들인지 구분도 안 갈만큼 왈가닥에다가
하고 노는 짓이란게 온통 남자들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인 재기차기나 자치기 연날리기
땅따먹기 구슬치기 같은 사내아이들이나 하고 노는 놀이에 더 흥미를 느끼면서 자랐다.
그러고 놀자니 얼굴은 맨날 시커멓게 그을러 있었고
모자달린 귀한 나이롱(?)톱바에는 담뱃구멍같은 구멍이 여기저기 빠꼼빠꼼.ㅋㅋㅋㅋ
손등은 가뭄살 든 논 바닥 같았다.
겨울만 되면 내 옷에서는 거의 매일 불냄새가 풀..풀..어른들은 화근내가 난나고 하셨다.
무슨 가스나가 맨날 머스마 놀이나 하고 노느냐고....
그래커서 시집이나 갈라는지 원....쯧쯧쯧.....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내가 시집도 갔고 세 아이를 낳는 엄청난 역사도 이루었는데
아직도 남의 아이들이든 내 아이들이든 아이들만 보면 탐을 낸다.
고소한 젖비린내가 나는 아주 꼬맹이서부터 콧수염이 거뭇거뭇한 다 큰 청년들까지
아이들만 보면 그렇게 좋을수가 없다.
아니 사람들이 좋다고 해야 맞는 말인지....
수련회 기간 내내 수도 없이 바뀌는 주방일손들이며 학생들까지
봐도 봐도 신나고 멋지고 그저 웃음이 실..실...베어 나온다.
내 딸들은 자기네 친구들 전화를 내가 바꿔달라면 기겁을 하지만
매번 누구냐고 묻기도 하고 직접 통화를 하기도 한다.
그냥 내 딸이 사귀는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내 친구가 되는 것처럼 .
심각한 착각인줄은 알지만 왜 그런지 딸들 친구가 내 친구같으니 어쩌랴?
펄쩍펄쩍 뛰다가도 바꿔주는 딸들이 고맙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안 그랬다면 많이 서운했을거고 \"따\" 당하는 느낌이었을건데...ㅎㅎㅎ
집으로 놀러오게 만들어주고 먹을 것도 한방 가득 넣어준다.
아이들 친구는 곧 내 친구란 착각으로.
요즘은 아무리 매섭게 추운 겨울이라도 손등 갈라지는 아이들도 없는 것 같고
누우런 콧물이 입술을 지나고 턱밑까지 직진하는 아이도 없다.
옷소매가 반질거리도록 꽤재재한 아이들은 더더욱 없다.
엄마들이 두서너해씩 입으라고 큰 옷을 사 입혀 놓으면 헐렁하게 두해 정도 입고
정작 옷이 몸에 맞을 때 쯤엔 헌옷이 되기 일쑤.
색상도 그 땐 왜 그리도 덜 파스텔적이었던지...
빨갛거나 파랗거나 하얗거나 새까만 옷들이 더 많았다.
요즘은 얼마나 곱고 화사하고 아이들을 돋보이게 하는 옷들이 많은데.
아이들을 적게 낳다보니 경쟁적으로들 이쁜 옷들만 입히기도 한다지?
그래서 꼬맹이들 옷값이 어른보다 더 비싼 경우도 흔하다고.
헌 비료푸대 한장이면 온 겨울을 신나게 지내던 우리 때와는 다르게
요즘 아이들은 길고 멋진 스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고 독수리처럼 폼나게 내려오거나
화려한 실내 스케이트장에서 김연아 못지않게 우아하게 스케이트를 타고 자란다.
멋진 요즘 아이들이.
그래도 우리시절은 우리시절대로 신났었고 나름의 폼은 충분히 있었지 아마?ㅎㅎㅎ
세월이 더 흐르고 지금의 아이들도 어른이 되고 추억이란걸 되새김질 할 때면
오늘같은 이런날들이 저들에게는 즐거운 추억이 되겠지.
그 때 쯤엔 놀이문화가 더 발달하고 지금이 또 시시해질런지.
손가락이나 눈으로 하는 게임이나 놀이가 몸으로 하는 놀이보다 더 신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