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불\' 빌려달라는 10대 머리채 잡은 60대 입건>이라는 보도를 보았다. 내용은 울산 중부경찰서는 2월 11일 \"라이터를 빌려 달라\"는 중학교 졸업생의 말에 화가 나 졸업생의 머리채를 잡고 흔든 혐의(폭행)로 이모(60)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는 것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0일 오후 9시 40분께 울산시 중구 옥교동의 한 은행 앞에서 자신에게 불을 빌려달라는 중학교 졸업생 양모(15)군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양군을 택시에 태워 인근 지구대로 데려가면서 손목을 비튼 혐의를 받고 있다고 했단다. 경찰에서 이씨는 \"손자뻘 되는 10대가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빌려달라고 해 기가 막혔다\"고 진술했다는데...
자, 그럼 이제부터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한 번 살펴보자. 만약에 60대인 당신에게 새파랗게 어린 학생이 담배를 꼬나물곤 불을 빌려 달랬다손 치자. 그렇다면 당신은 과연 이 뉴스의 노인처럼 비분강개하지 않을 까닭이 있겠는가!
물론 이 뉴스의 당사자처럼 손자뻘인 녀석을 말로써 훈계하기보다는 감정이 앞서 격앙된 때문인지 여하튼 머리채를 잡아 흔들곤 택시에 태워 경찰(지구대)로까지 데려갔다는 부분이 약간은 과한 면이 없지는 않다고 보지만 말이다. 얼마 전 필기구를 사려고 문구점엘 가 고르던 중이었는데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들어서며 주인에게 물었다.
“여기 (1)천 원짜리 오카리나도 파나요?” 그러자 주인은 오카리나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라고 답했다. 학생이 다시 물었다. “(1)천 원짜리처럼 싼 오카리나에선 비싼 오카리나와 같이 맑은 음은 안 나겠지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실력도 없는 사람이 100만 원짜리 붓으로 글을 쓴다손 쳐도 그게 어찌 명필이 될까?’ 즉 진정 실력을 갖춘 자는 비록 1천 원짜리 오카리나일망정 전문가 뺨치는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근데 이게 바로 진정한 명불허전(名不虛傳)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제 할아버지뻘 되는 분에게까지 담뱃불을 빌려달라고 한 ‘싸가지 없는’ 그 중학교 졸업생은 제 아무리 값비싼 1천만 원짜리 오카리나를 손에 쥐어줄망정 원초적으로 아예 불지 못 하는, 아니 불 줄 모르는 청맹과니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학교교육은 차치하더라도 대체 평소에 가정교육을 어찌 받았기에 세상에 저런 개망나니가 다 있단 말인가! 참으로 예의가 사라진 세상이 무섭고도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