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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에 투고한 텃밭일기


BY 초록이 2011-02-05

아컴가족 여러분 ,설 잘 보내셨나요?

저는  이번에 친정엔 못 가고 시댁에서만 보냈는데

어머니 준비하신 설음식 맛있게 먹고

오붓한 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올해는 저마다의 희망하시는 일, 소원 꼭 성취하기를 바라면서

지난해 전원일기라는 잡지에서 공모한 공모전에 투고 했다가

본상에는 당연히(?) 못들고 ㅎㅎㅎ 백명 추첨에 뽑혀 잡지 1년  구독권을 따낸

글을 올려 봅니다

작년에 작가글방에 간간히 올렸던 텃밭일기를 줄여 놓은 것이기도 하지요

^^ *

 

 

< 꿈이 영그는 텃밭일기>


작년 이른 봄

무작정 주말농장 자리를 알아보러 다니고 집에서 차로 십오분쯤 걸리는 농장의 밭을 빌려 이른바,농사를 시작했다

너무 적은가도 싶었지만 처음인지라 다섯 평 농사를 오밀조밀 벌려 놓았다

상추모종과 쌈채 심은 것들이 자라나 한달쯤 되니 뜯어다 먹을 때라고 하는데 그때 느낌이라는 것은 무언가 황송하고  그저 신기한 기분이었다

일요일에 와서 한바구니 싸갖고 갔는데 다음 주면 또 한 가득 풍성하게 자라 있는 상추잎은 우리가 들인 수고에 비해서 몇배로 되돌려 주는 자연의 넉넉함을 체험하게 했다

칠월로 접어 들면서 허리께까지 올라 온 고춧대는 파릇한 풋고추를 주렁주렁 달고  방울토마토도 빨간 열매를 조릉조릉 가지 휘어지도록 매달고 있어 초보농꾼들의 마음을 마냥 기쁘게 해 주었다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본격적인 한여름 타는 듯한 더위에 잡초 뽑아 내는 일은 손바닥만한 밭일지라도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니어서 제가 마치 주인인 양 줄기차고 억세게 돋아나는 잡초와의 씨름은 구슬땀으로  온 몸을 젖게 했다

근처 밭들중 어떤 것은 아예 잡초 제거하기를 포기 한양 버려두어 무성한 풀밭을 만든 밭도 더러 보였다

또 한달동안 계속 된 장맛비는 풍성하던 고춧대를 역병으로 쪼글쪼글 허옇게 말려 버리고 당근 밭에 당근을 물크러 뜨려 못 먹게 했고 큰 토마토는 매달린채 까맣게 썩혀 버리는 실망과 아쉬움을 안겨 주었다

남편과 나는 농사의 어려움을 맛보고 9시뉴스에서 보게 되는 거칠고 궂은 날씨변덕으로 큰 피해를 입고 실의에 빠져 있는 농부들의 심정을 이제야 조금은 공감하게 되었다


밭은 다시 정리해 갈고 퇴비를 뿌리고 김장배추, 무등을 심었다

우리가 직접  심은 농약 치지 않은 배추와 무로 김장 담그는 기분은 특별한 것이었다

커다랗고 탐스런 배추는 아니고 애벌레가 툭툭 떨어지는 작은 배추지만  믿고 먹을 수 있는 깨끗한 먹거리 아닌가?


2010년  들어서

우리는 다시 열평 밭을 얻어 두해째 주말농사를 짓고 있는 중이다

올해에는 제법 나름대로 영농계획(?)도 세워 주력작물로 고구마, 감자,옥수수를 심고  나머지밭엔 쌈채소,국거리야채 그리고 꽃씨를 심었다

어떤 사람들은 주말농장에 웬 꽃이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지만 먹거리가 전부인가.. 나는 꽃을 좋아 한다

밭머리에 해바라기 4개를 심고 중간밭에 한련화 봉숭아를 심었는데

며칠동안 흠뻑 내린 단비로 해바라기는 쑥쑥 커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고  거름이 비옥하면 한련화는 꽃이 안된다고 했는데 걱정과 달리 한련화는 오렌지색의 밝고 예쁜 꽃을 활짝 활짝 피어 내고 있다

이런 저런 초록푸성귀들과 어우러지는 꽃들은 밭 가꾸는 기쁨을 더해 주는것 같다

친정어머니가 주신 찰 옥수수씨를 밭둘레에 심었더니 잘 자라 시원한 초록물결로 바람에 흔들리고 감자줄기는 수확을 앞두고 노랗게 뉘어져 할 일을 모두 끝낸 자의 여유를 보여 주는 듯하다


고등학생시절 아버지가 고향 농막에서 조촐하게 농사를 짓고 계셨다

놀러 온 또래 사촌이 밀짚모자를 쓴 나를 보고

ㅡ그렇게 보니 완전 농부의 딸인데,,, 하며 웃었는데

그 말을 듣는 기분이 웬지 마뜩찮고 개운치 않은 것이었다

나도 철을 몰랐지만 당시 사회 분위기라는게  농촌 ,농부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편견이 팽배한 때문이었다고 본다

오늘날도 농사는 힘들고 돈 안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여전하지만

한쪽에서의, 농사야말로 환경을 지키고 사람을 지키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돌아가신 법정스님은 허약한 현대문명의 해독제는 자연뿐이라고 말씀하셨다

오늘날 우리는 가진 것도 많고 아는 것도 많으며 편리한 시설 속에서 살고 있는데도 체력과 의지는 자꾸 떨어져 가는데 그 이유가 바로 흙에서 자꾸 멀어지는 때문이라고.


첫해는 진짜 주말에만 가는 주말농사였는데 이제는 점점 시간만 있으면 수요일에도 가고 금요일에도 가고 우리의 초록작물들이 궁금하고 보고 싶어 자꾸 가게 된다

날씨의 동향에 귀를 쫑긋 세우고 식탁에서는 가족간에 텃밭이야기로 화제가 풍성해지고 뻔한 도시생활에 초등학교과 중학교에 다니는 딸들에게 그나마 자연을 직접 접하는 한 장을 마련 한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작은 텃밭이지만 자연히 유기농 농사책자를 찿아보며 공부하게 되고 날마다 변화하고 성장하는 초록이들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데  자연을 그리워 하고 사랑하는 분들,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마음의 허전함, 뭔가 모를 스트레스를 느끼는 분들과 함께 자연을 공유하는 즐거움도 가져 보고있다


언젠가 만끽하게 될

완전한 귀농의 그 날을 꿈꾸며 ...^^*

 

미천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는 이래저래 형편도 안 좋고 5평만 해 볼려고 해요 ^^

잘되었던 작물 위주로 알차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