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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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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마음


BY 그대향기 2011-01-28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박스가 택배로 날아 들었다.

제법 큰 아이스박스에 커다란 생대구 두마리.

창원에 계시는 사돈댁에서 내 생일에 맞춰서 보내신 것이다.

큰 생대구 한마리에 4~5만원선이던데.....

얼음을 차곡차곡 채워서 보내신 대구는 아직도 바다로 넣어주면 살아서 헤엄이라도칠 듯

너무나 싱싱했고 눈알은 투명하기까지 ....참 크기도 했다.

 

내 생일에 맞춰 다음날 남편생일이 겹쳐있으니 두마리를 보내셨지만

할머니들하고 같이 식사하는 우리가족으로써는

따로 생대구탕을 끓여도 되지만 그래도 할머니들하고 같이

싱싱한 생대구탕을 끓여서 나눠 드시기로 했다.

완전 큰 생대구여서 한마리만 배를 갈라 곤이를 꺼내고

다듬어서 빨랫줄에 잠깐 꾸덕하게 말리려고 철사줄로 입을 꿰어 공중에 달아 놓았다.

 

그리고는 녹지 않은 얼음을 도로 아이스박스에 넣고

생대구 한마리를 경주 친정엄마한테로 바로 택배를 보냈다.

남편한테 시댁에 보내드릴까 한마디 의논도 없이.

틀니가 불편하다시며 다 빼 놓으시고 잇몸으로만 식사를 하시던 엄마.

대장암 후유증으로 수술 후 3년이 다 지나도록 직장에 복귀도 못하시는 오빠.

가족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혼자서 밤 늦도록 식당일을 하는 올케.

대학 잘 다니던 큰 조카가 갑자기 한쪽 눈이 실명인데 불치병이라니....

어느 유명가수와 같은 병명이라니 기가 막힌다.

 

의논하고 어쩌고 할 기회도 갖지 않고 그냥 경주로 보냈다.

최소한 부신 시댁의 두 어른들은 매달 원호청의 원호금과 은행잔고는 좀 있으시니...

그래도 한번쯤 남편한테 부산 시어른들한테 보내 드릴까 물어나 봐야했을까?

명절도 가까운데 보내드리면 참 좋아하셨을건데.

멀리 계시는 시어른들은 생각은 났지만 생각에서 지워버렸다.

악재에 악재가 겹친 친정엄마네가 기가 막혀서 두번 생각도 않고

친정으로 생대구 상자를 보내고 나니 남편한테 조금 미안했다.

 

그래도 한번쯤 물어나 볼걸....

보내 놓고 경주 친정에 보냈다고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아내가

속으로는   야속했을 수도 있었는데 남편은 표정에 아무런 동요도 없다.

그냥 잘했다고만 한다.

내가 생각해도 좀 야속한데....

그래도 그냥 잘했다고만 한다.

생대구를 보내주신 사돈댁에도 감사하고 남편도 고맙다.

무엇보다도 세 아이와 사위가  힘을 모아 엄마아빠의 생일에 정성껏 선물도 해 주고

같이 모여 생일밥을 함께 먹은게 더없이 고맙다.

멀리서 온 환한 꽃바구니도 사랑스럽고.

난 또 한해를 행복하게 살아가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