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몰려온다지만 폭설만 오지 않는다면 가기로 작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쾌청한 날씨가 겨울여행의 진미를 맛보게 해주었다. 설악IC로 나와서 산을 하나 넘어 오라는 말에 겁을 먹고 강촌 IC까지 가서 청평쪽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서 홍천에 도착하니 궁시렁님과 스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일명 \'라라의 캠프\'라고 한 궁시렁님의 팬숀은 휴식의 공간으로 하기에 딱 알맞는 장소였다.
어릴적 교무실에서 보았던 무쇠 난로가 장작을 태우면서 우리를 맞아주었고 설경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수 있는 넓은 창들이 마음에 들었다. 다락방까지 집 구경을 하고 뜨끈한 온돌방에 짐을 풀었다.
궁시렁님이 고기를 굽고 우리는 건배를 했다. 고기도 맛있었지만 스님이 만들어주신 여러 종류의 나물과 청국장 맛이 일품이었다. 스님이 한정식 집을 운영하셨다면 큰 돈을 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마저 들었다. 정성어린 음식 맛에 감동을 하면서 우리는 맘껏 포식을 했다.
식사가 끝나고 윷놀이를 시작했다. 내 윷놀이 솜씨를 능가하는 사람은 없었다. 잘 난체도 좀 했지만 노래방 기계가 돌아가고 스님의 노래솜씨에 기가 죽을수 밖에 없었다. 스님..가수 하시지 그랬어요? 밤참으로 나온 만두는 고기와 시래기를 넣어서 만들었다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김치를 넣은 만두보다 맛이 더 좋았다. 그 많은 음식을 혼자 만드신다니 참으로 놀랄 일이다.
자정이 되도록 난로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많이 웃고 떠드는 동안 두고온 일들은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뜨끈한 온돌방에 등을 대니 잠이 저절로 쏟아졌다. 순아님과 후배를 한방에 자도록 두고 나는 혼자 자야 한다는 고집으로 독방을 썼다. 집을 떠나서 이렇게 깊은 잠을 자 본적이 있었던가.
아침은 스님이 북어국을 끓여주셔서 해장을 했다. 밥 한그릇을 모두 뚝딱 먹어치웠다. 앞다투어 사주를 봐달라고 스님에게 매달려서 나도 아이들의 사주를 보았다. 음... 울 며느리가 돈을 많이 번단 말이지요. 울 아들이 재복이 있단 말이지요. 근데 자식 덕을 못본다니.. 고얀지고..
스님이 만드신 홍삼으로 홍삼차를 만들어주셨고 우리는 차를 마시면서 스님의 강론을 들었다.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정성으로 만들어주신 음식들과 차는 사람의 마음을 참 따뜻하게 만들었다. 스님과 궁시렁님이 배웅을 받으면서 홍천을 떠나 청평 드라이브를 하고 오산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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