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다.
일월 중순이 넘어 섰다.
아침에 일어나니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창을 열어 고개를 내밀고 아이처럼 눈 구경을 했다.
와아..좋다.
차가운 공기가 싱그럽다.
그제 밤에는 달이 무척도 밝았다.
창을 열고 달을 바라보며 차가운 공기를 들이 마셨다.
달이 예쁘다.
달을 좋아하던 한사람이 생각났다.
아직도 나는 겨울이 좋다.
아무하고도 말을 섞지 않고 아무하고도 밥을 함께 먹지 않는 며칠동안 소설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끓여놓은 무우국에 밥을 말아 김치와 먹는 한끼.
계란에 쓱쓱 비벼서 김치와 먹는 한끼.
하루 두끼를 그렇게 해결했다.
세끼는 버겁다.
그리고는 커피를 한잔 들고 컴퓨터 앞으로 가서 앉는다.
커피를 좀 줄여야 할텐데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두개의 모니터를 이리 저리 활용하면서 세여자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집 구석에서 사기 치지 말고 나와라!\"
친구가 웃긴다.
내가 사기 치는것을 어찌 알았을꼬.
\"제대로 사기 좀 쳐볼라구 그런다.\"
그리 대답했다.
택배가 도착한다는 문자가 왔다.
뭔지 모르지만 공짜를 좋아해서인지 반갑다.
언제부터 공짜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그건 모르겠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더니 내가 그 꼴이다.
궁색하기 이를데 없다.
잠시 후에 우체국에서 김을 한박스 보내왔다.
고객님께..
그렇지.
고객은 맞다.
지난번에 많은 책을 보내느라고 얼마나 우체국의 수입을 올려주었던고.
받을걸 받았다고 생각한다.
은행에 돈을 많이 예금 해놓았다면 은행에서도 고객님께 선물을 보내왔을텐데 불행히도 그 경우에는
탈락이다.
며늘아이가 전화를 했다.
\"어머니 글을 잘 쓰시고 계신거야요?\"
\"잘 쓰고 있다.\"
\"제가 시어머니 같죠?\"
\"그래. 네가 시어머니 같으다.\"
윤지가 바꾸어 달라고 닥달을 하는 모양이다.
\"할머니..보고 싶어요.\"
컴퓨터를 끄고 영화를 한편 보기로 하고 T.V앞에 앉았다.
아들네 집에는 커다란 벽걸이 T.V가 있다.
\"우리집은 T.V가 작아서 눈이 아파.\"
\"눈이 아프도록 TV를 보면 안되징\"
아들의 말이 생각나서 혼자 웃었다.
글을 쓰다가 막히면 영화를 보는 습관이 생겼다.
눈이 혹사 당하고 있다.
라벤다의 연인이라는 오래된 영화를 한편 보았다.
늙어가는 여자의 이야기다.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다.
또 하루가 간다.
겨울은 이렇게 지나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