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예보에 며늘애의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 무지 추워요.. 추운집에 계시지 말고 우리집으로 오세요.\"
이것이 외박을 하게 된 이유다.
자꾸 잡는 아이들때문에 일주일동안 아들네 집에서 머물었다.
윤지를 데리고 며늘애와 찜질방에서 하루를 보내기도 했고 주말에는 아들과 떡볶이도 만들고
김치말이도 만들었다.
참으로 오랫만에 아들과 부엌에서 함께 음식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맵다면서도 잘 먹는 윤지의 입가에 묻은 벌건 김치국물때문에 많이 웃었다.
\"어머니 빈대떡과 김치말이로 장사 하셔도 되겠어요. 이런 김치말이는 어느 집에도 없어요.\"
\"네가 잘 먹으니 좋구나.\"
\"정말 맛있어요.\"
며늘애가 메니큐어를 새로 발라 주었다.
며늘애의 발톱에 같은 색을 바르고 있었다.
반은 짙은 자주색이고 반은 은색 반짝이를 바르는 솜씨는 친구한테서 배워온 것이라는데
전문가의 솜씨 못지 않았다.
\"네 발톱이랑 내 손톱이랑 셑트구나.\"
\"뽑아드려요?\"
며늘애의 익살에 둘이서 한참을 웃었다.
\"할머니 일루 와.\"
윤지는 종일 할머니와 놀자고 한다.
\"우리 머하까..\"
윤지는 할머니와 놀거리를 찾느라고 바쁘다.
야단 치는 일이 없고 잘 놀아주기만 하는 할머니는 만만한 대상이다.
\"할머니 갈라구?\"
할머니가 갈까봐 윤지는 내게 묻는다.
\"엄마 리모콘 이제 내놔. 시크릿가든에 양보했더니 쥐고 안내어 놓기야?\"
\"네가 보려는건 엄마가 다 이야기 해줄수 있다니깐.\"
아들과 리모콘 쟁탈전을 벌리기도 하면서 늦도록 함께 영화도 보았다.
의형제라는 영화가 재미 있었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은 추위가 조금 풀린다고 했다.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내게 며늘애가 묻는다.
\"왜요? 가시게요? 추우실텐데요. 글 쓰셔야 하는거예요?\"
\"글도 글이지만 이제 약이 떨어졌어. 충분히 가져오긴 했는데 일주일이나 있을줄은
몰랐지.\"
돌아오니 집은 멀쩡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도도 얼지 않고 세탁기도 건재해서 우선 세탁기부터 돌렸다.
자고 일어난 윤지가 할머니가 없다고 전화를 했다.
\"할머니가 없어..\"
\"할머니 또 갈거야.\"
수녀님한테서 도착해있는 교도소 이야기 파일을 검토했다.
프린터로 일단 뽑아 놓고 정리를 해본다.
이제 다시 내 세계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