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976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BY 오월 2011-01-18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깊어져 적막한 겨울밤 흐느끼며 창문에 매달린

겨울바람 만큼이나 참담한 마음으로

볼록 솟은 아랫배를 내려다 보며

다이어트 결심으로 살지.

 

큰아이가 대학에 입학하며 독립아닌 분가를 하고

뒤를이어 아들도 대학에 입학해 집을 떠나더니

군에 입대를 하고 갑자기 홀로 남겨진 나.

 

나를 위해 살아가는 훈련이 안 되어서 였던지

아니면 그들의 빈자리가 너무 컸던지 가끔은 울기도

하고 가끔은 마른 오징어를 질겅거리기도 하고

그러다 내 옆에 같은 심정의 남편을 보게 되었다

어느새 남편도 오십대 중반

나를 의지해 즐거움을 주고 남편을 의지해 즐거움도

받고 싶었던 나는 점점 혀가 짧아지고

어린아이 같은 행동들을 해갔다

남편역시도 아이같은 행동이 부쩍 늘었다

재워달라는 투정 등등

 

아이들이 어리고 내가 약하디 약한 몸이였을 적에도

남편은 기저귀 가방 따위를 들어 준 적이 없었고

뭔가를 손에 들고 다닌다는 것을 질겁하는 사람이였다.

남편이 퇴근하며 뭔가를 들고 들어온다는 것을

바라본적도 또는 그럴만한 여유도 없던 시절이였다

그렇게 아이들이 집을 떠난 세월이 어느덧 5년

남편보다 일찍 퇴근해 남편을 기다리다보면 언제 부턴가

그의 손에 뭔가가 들려있기 시작했다

 

둘이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들

밥을 먹고

간식을 먹고

밤이 늦으면 다시 간식을 먹고

배가 고파서 먹는 간식이 아니였다 둘이 마주앉아 먹는

음식 그게 그렇게 깨소금맛이 나게 행복하리란 생각은

정말 못 했었다 내가 소박하게 남편에게 가진 바람은

포장마차에 앉아 둘이 못 먹는 술이지만 한잔 마시며

불콰한 얼굴 마주보며 웃어보는 것

둘 다 술을 못 먹으니 꿈이려니 했다

어느 날 퇴근길에 남편이 날 부른다

퉁퉁분 우동 두 그릇 앞에놓고 500cc 한잔씩을 마셨다

 

나도 이런날이 있구나

행복에 겨움도 잠시 휘청거리는 내 몰골에 남편이 폭소를

터트린다  그렇게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줄 모르고

희희낙락 거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평소 몸무게를 4키로 넘기고 말았다

숨이 차고 배가 구부려지질 않는다

두꺼비 배라고 놀리던 남편은 음식만 보면 먹으라고 날

꼬드긴다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오늘도 내일도 하루도 빠짐없이 다짐을 한다

오늘밤만 먹고 절대 내일부터는 저녁 안 먹겠다고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오늘도 내일도 다이어트 결심으로 산다

슬금슬금 몸은 소리없이 불어나고 이미 둥지를 틀어버린

살들을 떨쳐낼 힘이 나에겐 없다

오늘만 먹고 기필코 내일 부터는 다이어트

돌입이다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