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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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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다행이다.


BY 오월 2011-01-16

나 참 슬픈세상 살았어

유난히 춥다고 난리들인데

난 별로 추운걸 모르겠더라고

작년만 해도 추위가 싫어서

아프리카 원주민 같은 까만 밤톨이 되어도

좋으니 겨울이 없었으면 했어

언제부턴가 고질병이던 발에걸린 동상도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네

어릴때는 엄마가 밤새 못견뎌 우는 내 발에

콩주머니를 신겨 묶어주기도 했고 이름도

잊었지만 어떤 푸새를 삶은 물에 발을 담그기도

했었어  사무실 부엌 물까지 꽁꽁 얼어버려

오늘은 밥을 안해보려나 은근히 좋아 했더니

 

남자들 물을 길어다 주며 밥하라네

그래 모르는 남 위해 평생 밥하는 사람도 있고

밥푸는 사람도 있는데 남편위해 남편 친구들 위해

까짓것 그걸 못하겠어

춥다고 바람막이 점퍼하나 사입을줄 몰랐던 세월이였어

그저 추우면 몸으로 견디고

그저 더우면 몸으로 견디고

그저 아파도 몸으로 견디고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였어

 

개털같은 오만 원짜리 털옷을 하나 샀어

꼭 다람쥐 같아

근데 그걸입고 피아노 학원에 갔더니 의심도 없이

원장님과 선생님이 밍크 넘 이뻐요

하면서 부러워하는 거야

이제 유리반지를 껴도 다야반지로

믿을거야  

 

말없이 웃은죄 나 이제 그 옷

다시 학원에 못 입고 간다

털달린 부추도 하나 샀어

바람막이 점퍼도 하나 샀어

참 가죽장갑도 하나 샀어

아침마다 시동걸고 잡는 운전대가 얼마나 손끝이 아리던지

이렇게 좋은 걸 왜 진즉 몰랐을까

그리고 몸에 온도를 3도 올려준다는 내복도 사입었어

그렇게 완전 무장을 하고

나서는 출근길 쨍한 겨울 찬바람이 정신이 맑아지며

기분이 좋아

꽃을 생각하면 봄이 기다려 지지만

추위가 싫어 봄을 기다리던 그 시절은 아니야. 

 

얼마나 다행이야

얼마나 다행이야

나 과거에 어떤 사람이야 하는 되뇌임 할 건 없지만

어제보다 오늘이 손톱에 반달 만큼씩이라도 더 나아

졌다는게 얼마나 다행이야

무시와 차별과 아픔을 겪고 이겨낸 삶이기에

추억과 사연과 눈빛만 봐도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남편과

냄새만 맡아도 마음가득 편안함이 느껴지는

남편과 조금씩 늙어가는 마당에 얼마나 다행이냐

어제보다는 오늘이 손톱에 나온 반달 만큼 씩이라도

나아지고 있으니 ~~~~

전자렌지만 없는게 아니야

사실은 에어컨도 없어

하지만 그 빈 공간이 꼭 허전하지만은 않아

늘 두 사람 따스한 사랑으로 채워가거든

이런다고 넘 미워하진 마

우리들 누구나 똑같이 누리며 살라고

가슴가득 넘치게 주신 사랑 쓰고 안쓰고는 본인들

마음이니까.

써 봐 마음속에 넘치게 주신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