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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어머니가 되고 싶다


BY 매실 2010-12-24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집안의 맏며느리로 시집을 와서 이 십 여년.

몇 년 전 시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우리집에는 보통의 다른 집에서는 있을 수 없는 우여곡절들이 참으로 많았다.

 

이제는 아무일도 없던듯 담담하게 잘 살다가도

가끔 한번씩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오르고 억울할 때가 있다.

 

나와 나이는 엇비슷해도 십년이나 늦게 시집을 와서 내막을 잘 모르는 큰동서가

\"나는 어머님 아버님에 대해 좋은 기억만 있어요\" 이런 소리할 때,

 

다 돌아가신 후에 시집을 와서 시부모님에 대한 로망이 있는 막내동서가

\"저는 시부모님 안 계신게 너무 서운해요. 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요?\"이런 소리할 때

 

그들이 겪어보지 않았으니 내맘을 어찌 알까?

일일이 설명한다 해도 절대 모를 것이다.

 

에피소드에 관하여 한 두 마디만 해도 그들은 기함을 한다.

정말요? 그게 사실이에요? 소설이 아니고 진짜 그런 일이 있었어요?

 

내가 그래도 우울증 걸리지 않고 이만큼 버텨낸 게 신기할 따름이다.

워낙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이제 내아들이 스무살이 넘었으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앞으로 십 년 안팎이면

아마 결혼을 하게 될거고 그러면 나도 시어머니가 될텐데

 

나는 어떤 시어머니가 될 것인가?

가끔 머릿속에 그려본다.

 

자식에게라면 지금처럼 내것을 다 내주어도 아깝게 여기지 않을 것이고

절대로 자식 등골 빼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식을 상대로 계산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들 며느리의 생각을 그들의 개성으로 존중해주고 내맘대로 뜯어고치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내 생각을 강제로 주입시키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주고 다른 속셈이 있을 거라고 미루어 짐작하여

서운하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느 자식을 편애하지도 않을 것이며 형제간을 이간하지 않을 것이며

위계질서를 세워줄 것이다.

 

되도록이면 아들 며느리에게 예의를 지키는 시어머니가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생각한대로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내가 엄마라는 이름을 얻은 이상 이기적인 내 행복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자식들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며 그들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임을

믿고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