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성당에 가면 아기 예수의 탄생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축제를 앞두고 있다.
고해성사를 했고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한다.
헛된 욕심으로 마음을 더럽히지 않았는가 반성을 했다.
어제는 수지 고기리에 있는 성모의 집에 찾아갔다.
일년만에 만나는 수녀님이다.
메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만 해왔는데 일년동안 더 늙으신것 같다.
팔십오세의 수녀님은 이제 허리가 굽으셨다.
일본이 고향이고 일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신 수녀님은 아직도 일본어 번역 일을 하신다.
수녀님이 우리집에 오셔서 엄마의 교리를 가르치시던 시절에는 설흔 다섯의 나이였음을 기억한다.
참 고왔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수녀님의 기억에는 나의 어린 시절이 있겠지...
교리를 가르치시는 일보다 우리집을 방문해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더 즐거웠다고
말씀하셨다.
수녀님과 성탄절 선물을 주고 받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는 주님은 저의 마음속에 있다고 생각해요.. 종교란 신과 나의 교감이지 단체젹으로
무슨 세미나를 쫓아다니는 일이라든가 성경 해석에 신경쓰는 일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지요..
큰소리로 남과 함께 기도를 하는 일도 마음에 안들어요. 기도는 조용히 혼자 하는것이지
단체로 하는 일은 아니거든요.\"
내 말에 수녀님은 웃으셨다.
성령세미나를 한다면 꽃동네로 우르르 몰려가는 일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내게 수녀님은 여전히 고집스럽다고 말씀하셨다.
\"다 각자의 종교관이 있는거니까 누구의 강요는 받을 필요는 없지.\"
교도소에 지도 수녀로 근무하시던 일이 흥미로와서 소설 소재로 쓸수 있게 자세히 이야기 해달라고
졸랐다.
동반 자살을 기도했다가 혼자만 살아남은 남자는 육년의 형을 살았다고 했고
대학교수를 아버지로 둔 남자는 아버지의 외도로 강간범으로 되어 형을 살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범죄의 가장 큰 원인이 환경이 아니고 유전이라는 말이 놀라웠다.
재소자가 형이 끝난 후에 가족과 함께 수녀님을 찾아오면 보람을 느끼신다고 했다.
소재를 몇년전에 어느 소설가에게 주어서 이미 소설로 나와있다고 내게 소설책을 주셨다.
\"읽어보고 네가 다시 쓰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소설이니까. 내가 주인공이 되어 잇어.
그건 아닌데 말이야.\"
\"건강 하셔야 해요..\"
\"네가 있으니까 참 좋아.\"
수녀님의 배웅을 받으며 돌아왔다.
수지까지 왔으면서 왜 그냥 가셨느냐고 며늘애는 말했지만 불시에 방문하고 싶지는 않았다.
\"성탄절엔 뭐 하실거예요?\"
\"이모랑 약속했으니까 일산 가야지.\"
\"아참..그러신다고 하셨지요.\"
성탄절에 나도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