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시계들은 시간이 하나도 안 맞는다.
안방에는 벽에 것과 침대 것
거실 벽에와 주방 씽크대 위
아들 방과 딸 방 시계 모두.....
수련회가 있게되면 시간에 맞춰서 수백명분씩 식사를
준비해야 하고 새벽기도와 할머니들 식사까지
언제나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하는 일이다보니
어느 한개의 시간을 보고는 마음을 놓을 수 없어서
내 눈이 가는 곳마다 시계를 걸어두고
10여분씩 시간을 달리 맞춰 놓고 있다.
새벽에 최초로 울리는 알람시계는
침대 머리맡에 있는 작고 이쁜 탁상시계다.
그 시간이 수련회 때는 새벽 4시 30분.
수련회가 없을 때는 5시.
침대 시계를 시작으로 거실의 휴대폰 알람이 울리고
또 안방의 장식장 위에서 또 다른 시계가 울어댄다.
\"안녕하세요..일어나세요.
아침입니다.\"
\"안녕하세요..일어나세요.
아침입니다.\"
...................
대게는 한번 울기 시작하면 남편이 깰까 봐
서둘러 손을 뻗어 알람을 끄고 일어나지만
아주 피곤한 날은 두세번 울어야 겨우 꺼기도 한다.
분명 침대 알람은 여유가 있게 울지만 그래도 더는 못 누워있고
일어나 거실 시계를 보면 아직도 20 여분의 더 여유가 있다.
세수하고 옷 갈아 입고 주방에 내려 갈 시간까지 초 스피드.
누구보다도 더 일찍 주방에 내려 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언제나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당겨야 했고
제각각으로 돌아가는 시계를 만들어 두게 했다.
가장 정확하게 돌아가는 시계는 휴대폰의 시계나
컴퓨터를 켰을 때 오른쪽 구석에 나오는 시간 일 것이다.ㅎㅎㅎ
가끔은 남편이 묻는다.
\"우리집 시계 중에 어느 시간이 맞는거지?
시계는 여러갠데 둘이 같이 돌아가는 시계가 없으니...\"
촘촘한 그물망같은 시간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만
새벽부터 각각으로 돌아가는 시계들을
나 홀로 맞추어 보면서 시작하는 생활이
하루를 더 길~게 늘여서 사는 재미도 쏠쏠하다.
제 각각인 얼굴을 하고 날 대하는 시계들.
다양하고 개성있는 세상 일 만큼이나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