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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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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타


BY 들꽃향기 2010-12-17

얼마전에 집안 청소를 하다가 남편이 자고 나간 이불을 개다가 요 위에서 라이타를 하나 발견했다

그 라이타는 분홍색이었는데 무슨 모텔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나는 진짜 기분이 나빠져서 \'바보같으니라구 모텔을 갔다왔으면 증거라도 안남겨야지 이따위 라이타는 왜 들고 와 갖구 흘리고 다녀~ 멍청한 놈~ \'속으로 온갖 욕지거릴 다 하면서 속이 부글 부글 끓어 오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해소가 안되어서 성당에 가서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보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하면서 남편의 비리를 이야기 했더니 신부님왈 남편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리 했겠냐는 거다 그러면서 내 죄나 고백하라는거다

기가 막혀서.. 이제 이 신부님한테 고백성사를 보나봐라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같은 남자라고 중립적인 입장에 서야하는 신부님이 남편 편을 들다니... 그때는 흥분해서 더 신부님의 말이 섭섭하게 생각되었을것이다

며칠을 혼자서 속앓이를 하다가 남편한테 조용한 시간에 아무렇지도 않은척하면서 말했다

모텔을 갈거면 내 모르게 가든지 왜 이불에 라이타는 흘려두고 다니냐고....

그랬더니 남편왈 직원한테 라이타를 빌려 왔다는거다

라이타 한 개 살려면 500원이라면서...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비록 거짓말이라해도 이해가 되었고 또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흥분한 마음이 좀 가라 앉아 있었다

그 직원이 누구냐니까 그건 말할수가 없단다

그래 개똥같은 비밀이라도 지켜야겠지~~

속으로 좀 기분도 나쁘고 찜찜했지만 그냥 대범한 마음으로 넘기려고 노력했고 그냥 시간이 지나니까 잊어 버리게 되었다

 

그런데 어제 점심도 못먹고 머리 파마하고 운동하고 혼자 나름데로 좀 바쁘다가 저녁밥을 지을 시간이 되어 집에 들어와서 불을 켜고 주방에서 요리를 시작하려고 하고 있는데 갑자기 두꺼비집이 내려가더니 온 집안이 칠흑같은 어둠천국이 되어버렸다

아 이일을 어쩌나

다른 집도 정전이 되었나?

기도를 하던 초 생각이 나서 더듬더듬 안방으로 가서 초를 찾아 들고 주방으로 나와서 불을 부칠려고 가스불을 켜니 가스도 안켜지는거다

\'아하~ 정전이 되면 가스도 안오는구나 \'생각을 하면서 싱크대 맨 위에 서랍속에 케익 초에 불 붙히는데 쓰는 성냥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어둠 속에서 더듬 더듬 뒤지니까 손에 잡혔다

아이구 다행이다 싶어서 긴 성냥을 꺼내서 불을 켤려고 해도 불이 안붙는다

이상하다 생각하고 핸드폰을 열어보니 불빛이 밝게 비치면서 성냥을 보여주는데 불 붙히는 심지돌(?)이 다 헤어져서 그런 거 같았다

휴우

그런데 언뜻 얼마전에 그 라이타가 남편 방의 약 소쿠리에 담겨져 있던 생각이 나서 핸드폰을 열어 찿아보니 진짜 라이타가 있었다

\'아이구 다행이다\' 싶어 얼른 가지고 나와서 초에 불을 붙히니 주방이 대낮같이 밝아졌다

초를 켜고 기도한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그제서야 초가 반쯤 타다 만 게 눈에 들어왔다

\'정전이 되면 이 라이타는 필히 있어야겠군\'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던 요리를 마저 하려고 하는 순간 작은 아이가 대문을 열고 들어 오더니 \"엄마 이게 뭐야 !

뚜꺼비집이 내려갔으면 올리면 되지 이것도 못하나? \"

이러더니 지 핸드폰을 올려서 불을 밝히더니 두꺼비집을 열고 스위치를 올리니 온 집안 에 불이 다시 들어 왔다

 

참 구시대 유물이군

나는 진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 맞나?

구시대의 유물

기계치!!

왜 내가 학교 다닐때는 전기나 기계같은 수업을 받지 못했을까?

나는 남자가 필요한 이유가 저런 것들 때문이다

그래서 독립을 할수도 없고 혼자 살려고 해도 자신이 없으니 누군가에게 의존하면서 살아야 할것 같으니 진짜 싫다

2년쯤 후에 전기과나 기계과로 대학을 가든지 해야겠다

모르면 배우면 되지~~~

아니 나이가 조금 많아 할머니가 다 되었지만 지금이라도 안늦었다 배워야겠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 않던가?

 

정말 필요없다고 생각되던 물건이 어떨땐 정말 귀중한 물건임을 깨우치게 한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