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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아들 군에 보내고나서 알게 된 것들


BY 매실 2010-12-16

갓 스물한 살의, 아직 고등학생 티도 채 벗지 못한, 어린 내아들을

군대에 보내고나서야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말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너무나 짠해서 이 땅에 태어나게 한 게 미안하고

진작에 국방의 의무가 없는 나라로 이민 가지 않은 게 후회스러울 지경이었던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내가 이렇게 비겁한 엄마일 줄이야~

 

이전에야 물론 나도 이 나라는 누군가가 지켜야하고

남자라면 군대에 다녀와야 진짜 사나이가 된다고 믿던 엄마였는데

막상 내아들은 나라에 바치기 싫던 거...

 

모든 아들들이 이처럼 다 귀하고 아까울텐데

내가 이렇게 이기적인 엄마의 모습을 보이다니...

 

그래도 아들은 나보다 훨씬 의연하고 씩씩하고 애국심이 강하다.

그 나이 또래의 우리나라 청년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내나라가 있어야 내가 있고, 내나라가 없으면 나도 없다\'고 생각한단다

 

이제야 말이지만 아들이 나보다 나아서 참 다행이다.

지금은 누구 앞에서도 떳떳하고 자랑스러울 수 있게 만들어 주었으니까.

 

어려서는 아주 약골이었고 운동신경도 둔한 편이었던 내아들은

불타는 애국심으로 그 힘들다는 해병대에 가기위해 오랫동안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체력을 타고나지 못 했기에 남보다 몇 배의 노력을...

 

그걸 지켜보는 것만도 나는 눈물겨웠다.

 

나는 이전에 해병대라면 어딘가 남다르고 특별하게 타고난 아들들만 가는

군대인 줄 알았다.

내아들이 간 걸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데...

 

아들을 포항훈단에 두고 온 이후로

어느 하루 어느 한순간도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밥은 잘 먹나? 장이 안 좋은데 배탈이 자주 나지는 않나?

선후임과의 관계는 좋을까? 날씨가 추워도 혹은 너무 더워도 내아들 힘들겠네...

눈이 많이 와도 종일 그 많은 눈 치울 아들 생각에 하늘을 향해 주먹질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 이전에도 어찌 자식이 소중하지 않았으랴마는

그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한 마음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이전에는 딸이 조금 더 이뻤던 것같다.

 

군대 보내 보지 않은 엄마들은 아마 이 마음을 잘 모를 것이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절절한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체험하게 되는거지.

 

부모님전상서,

이렇게 시작되는 손편지를 받아볼 때의 그 짜릿한 마음도 아마 잘 모를 것이다.

 

저는 잘 있습니다. 부모님 건강하십시오. 이만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역하고 집에 돌아가면 꼭 효도하겠습니다.

 

이런 기특한 편지를 언제 또 받아보겠는가?

 

옛날 우리 또래들은 3년이나 했던 군생활이지만 요즘은 2년도 채 안되니까

비교적 빨리 지나가긴 한 것같다.

 

그래도 아들이 작대기 한 두 개 달고 있던 그 시절에는 시간이 왜 그렇게

더디 가던지...아들이 작대기를 한 개 두 개 얹을 때마다 나도 덩달아 한 계급

진급하는 기분이었달까?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함께 군대생활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지나가는 군인트럭만 봐도 예사로이 보지이 않고 마음이 찡해지고...

 

내가 이제라도 이런 걸 직접 겪어보지 않았더라면

남들더러 유난도 꽤 떤다고 속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지나가는 군인이 그렇게 눈에 잘 띌 수가 없고 계급장이 한 눈에

그렇게 잘 들어올 수가 없다.

 

예전에 알던 \'군인 아저씨\'가 아닌 그저 \'군인애기\'들이다.

 

갓 스물, 스물 하나면 얼마나 어린가? 입시에 찌들려 실컷 놀아보지도 못하고

맨날 책가방 메고 학교나 다니다가 이제 겨우 벗어나서 한숨 돌린

어린 애기들일 뿐인데..

 

지금도 그런 아들들이 모여서 이 나라를 지키는거고 그래서 내가 발 뻗고

편안히 잘 수 있는거다.

 

연평도 사태로 병사들이 전사를 하고 많은 부상자가 나왔는데도

세상은 너무나 평화로이 잘 돌아가고 남들은 하하호호 행복하게 사는데

누군 하나 뿐인 목숨을 걸고 이 나라를 지켜야하나? 이런 회의가 들기도 한다.

 

유족들의 눈물 흘리는 모습만 봐도 덩달아 눈물이 흐르고 가슴이 미어진다

그게 바로 내아들이었을 수도 있으니...

 

해병가족모임 카페에서, 서해5도에 아들을 둔 부모들의 애끓는 글을 읽어도

저절로 눈물이 흐르고 가슴이 오그라든다.

 

앞으로 제발 어느 누구 한 사람도 털끝 하나 다치지 말고

이 땅에 평화가 오래 오래 계속 되었으면...

 

내아들 전역한 지가 벌써 6개월

군대 보낼 땐 꾹꾹 눌러 잘 참았는데 이상하게도 전역할 때 눈물이 났다.

 

군대 갔다오면 철든다고 하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인 것같다.

부모생각도 참 많이 하고 청소도 잘 하고 설겆이도 잘 하고 정리정돈도

잘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건 공부를 하건 불평불만 없이

아주 즐겁게 해내고 있는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