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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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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박오일.


BY lala47 2010-12-16

아들네집에서 사박오일을 지내고 돌아왔다.

주말에는 아들네와 외식도 하고 늦은 케잌도 자르고 윤지와 함께 촛불을 껐다.

케잌에 촛불을 켜고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과정에서 윤지는 신이 났다.

 

월요일에는 발레 교실에 따라가서 엄마와 손을 잡고 춤을 추는 윤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춤을 추던 아이가 할머니를 보자 할머니이..하며 달려오는 바람에 아이를 돌려보내기도 했다.

내가 찍은 동영상을 아들에게 보내주니 아들은 발레교실에서 최고로 이쁜 아이가 윤지라고

바보같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맞장구치는 며늘애때문에 많이 웃었다.

 

떼 쓰는 윤지에게 가장 큰 처방법은 할머니 이제 집에 갈래..라는것을 알아차렸다.

할머니가 돌아갈 기색이 보이면 윤지는 안아달라고 팔을 내민다.

그런 윤지때문에 사박오일이 흘러갔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난감 화장품을 사주었더니 내 얼굴에 화장을 해주느라고 내게 거울을 들이 밀곤 했다.

이뻐? 좋아?

화장을 해주었으니 이쁘냐고 묻는다.

응. 맘에 들어. 이뻐.

이런 놀음에 시간이 잘도 흘러갔다.

어쩌면 이런 할머니의 모습으로 늙어가더라도 행복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소설의 진행방법에 대해서 나는 며늘애와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젊은 감각이 필요하기때문이다.

실버를 겨냥하시라니까 왜 자꾸 연령대를 내리세요?

글쎄다.. 그게 좋을까?

한사람 더 추가해야 장편이 될것 같아.

그 사람은 주인공의 친구로 만드세요.

동생이 나을것 같아.

아니야요. 친구가 나아요.

이런 저런 의논이 오고 갔다.

 

진행해야 할 글들이 머리속에 맴돌아서 오산으로 돌아왔다.

너무 오래 행복한 할머니로 머물다가는 나태해질것만 같았다.

오산에 돌아와 냉기가 도는 집에 보이라를 올렸지만 온도가 좀체로 올라가지를 않는다.

11도에서 16도로 가는데 열시간이 걸렸다.

 

차가운 침대에서 잠을 잘수가 없어서 작은 방에 전기장판을 깔고 자리를 마련했다.

손이 시리고 발이 시려서 장갑을 끼고 양말을 신고 누웠다.

벙어리 장갑을 하나 살까.

수면 양말이 좋다던데 하나 살까.

전기 난로를 하나 장만할까.

여러 궁리를 해본다.

 

안이함에 길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삶이라는것을 나는 또다시 인식해야만 한다.

춥고 외롭더라도 어느것에도 기웃거리지 말고 나만의 시간에 주어진 자유를 나는 만끽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