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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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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약해서...


BY 매실 2010-12-16

생활비를 아주 빠듯하게 보내주고 보니 가장 근심되는 게 먹거리다.

 

돈 아낀다고 언젠가 처럼 똑같은 반찬을 이틀 사흘씩 먹는건 아닌지...

이 추운데 차비 아낀다고 자전거 타고 다니느라 얼지는 않았는지..

 

좀 여유있게 보내줄걸 우리가 너무한건 아닌가?

사실 우리도 이 어려운 경기에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기는 하다.

 

새벽에 얼핏 잠이 깨 객지에 있는 아들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혼자 설움에 훌쩍 훌쩍 울었다.

낼은 아들의 스물 세번째 생일인데 군대생활까지 도합 5~6년째 생일상을 못 차려줬다.

이번에도 또 혼자 쓸쓸히 생일을 맞이할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요즘은 기말고사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잘 챙겨먹기도 힘들텐데

군대 다녀와서 굳은 머리로 남의 나라말로 하는 공부 하려면 좋은 학점 받는게

문제가 아니라 빵꾸가 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라 엄청 스트레스 받고 있을텐데..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바빠서 그런지 요즘은 싸이에도,네이트온에도 토옹 들어오지 않고

또 나도 애 공부에 방해될까봐 전화도 일부러 하지 않아서 일주일 이상을

소식을 모르고 살았더니 급불안해진다.

 

문자를 넣었다

\'낼모레 생일이라 돈 쪼꼼 넣었다.맛있는거 사먹어라~,술 빼고\'

 

아들은 이 엄말 닮아 술에 약해서 맥주 서너 잔만 마셔도 갈지자로 걸음을 걸을 정도다.ㅠ

 

답장이 없다.

어? 얘가 너무 생활고에 시달려서 마음 상했나?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나?

 

일단 엎어져서 늘 하던식으로 갑자기 기도부터 시작하고 본다.

 

하나님! 제가 깜빡잊고 요며칠 기도 안 했는데요. 지금 몰아서 할게요

우리아들 들어오나 나가나 지켜주세요.자전거 사고나지 않게 해주시고

높은 건물에 사는데 불 같은거 절대 나지 않게 해주세요~~구구절절~

 

마침내 하루 지난 오늘 아침 전화가 왔다.

 

\'어머니이~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에요~\' 발랄 명랑한 아들 목소리다.

 

\'응 그래. 밥은 먹었고?\' 내입은 이미 헤벌쭉~급방긋!

 

\'그럼요. 밥은 아주 세 끼 꼬박 꼬박 잘 챙겨먹고 있지요\'

 

\'그래?그래야지. 날도 추운데 잘 먹어야지이~\'

 

\'그런데 어머니이~군인이 잘 싸우려면 후방에서 전투지원을 잘 해줘야 하듯이

제가 이렇게 열공하는데 후방에서 어머니가 지원을 잘 해주셔야지이~안 그래요?\'

 

\'내가 전투지원중대냐?\'-그건 아들이 복무하던 부대-

 

\'그러엄, 어머닌 전투지원 중대장!

아들 버릇 들인다고 아주 굶겨죽일래요? 그 돈 가지고 어떻게 살라고오~?

수도세,전기세 카드도 충전해야 되고 비자도 갱신해야 되는데

이거 저거 다 제하고 나면 아들은 뭘 먹고 살아요?예?

전과목 패스를 위해서 술도 안 마시고 친구도 잘 안 만나고 열공중인데

지원해주실래요? 안 해주실래요?\'

 

\'그래 그래 알았어\'

 

\'아들 잘 먹고 열심히 공부하게 팍팍 좀 보내셔. 알았죠?\'

 

\'그래 그래 이 엄마가 열나게 벌어서 네 송금통장에 열심히 채워넣을게\'

 

에고 내가 맘이 약해져서는 얼른 대답을 해버렸다.

아끼는건 좋지만 배 곯으면 너무 처량맞고 서럽잖아~

원래 낭비하는 놈도 아닌데...

 

생활비 부친지 얼마 안돼서 이제 한숨 돌리고 여유자금 좀 모으려 했더니만

또 하루 벌어 하루 살게 생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