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다.. 연애기간까지 포함해서.. 물론 연애기간은 1년이였지만..^^
시간이 참 빠르다.. 빠르게 느껴진다.. 이제 결혼 3년차인 친구와 오랜만에 수다를 떨며 추억에 빠졌다.
그친구도 나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옛날 이야기도 하고.. 그러다 또 추억에 빠져버렸다..
친구와 수다를 다 끝내고 언제 보았는지 기억도 못하는 앨범을 꺼내와서 보았다.
잊고 있던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난다.. 남편에게 연애편지를 썼던(결혼전에 썼던 편지부터 남편은
차곡차곡 앨범에 모아놨었다.) 그때의 기억 또한 새로웠다. 6년간 만난 남편의 여자친구 때문에 남편을
만나면서 또 사랑에 빠지면서 그녀가 다시 돌아와 남편을(결혼전) 뺏았아 갈까봐 노심초사하며 두려워
하던 마음이 담긴 편지부터.. 만난지 300일이 되었다고 직장 언니들이 정성껏 써준 편지며..이 편지를
보다보니 남편이 만난지 300일이라며 직장으로 꽃과 케잌을 퀵서비스로 보내줘서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샀던 내용까지...또 내년엔 꼭 결혼하고 싶다고 쓴 내 편지들..(제 나이 그때 21살이였죠..) 편지의 내용
처럼 우리는 1년뒤에 결혼을 했고 예쁜 딸도 낳았다.
--------------여기서 부터 혼자만의 세계가 또 펼쳐집니다...--------------------------
이런 가슴 설렘들.. 십여년이 지난 지금...
지금도 이런 설렘이 자리잡고 있나? 십여년을 넘게 살아온 부부중에 과연 몇 커플이나 그때의 설렘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설렘을 느끼는 부부가 있다면 정말 물어보고 싶다.
설렘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또 뭘까? 곰곰히 생각에 빠졌다.
이제 내것이 되어 있기에? 서로의 모든것이 오픈되어 있어 더이상은 궁금한게 없어서?
서로에게 이젠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서? 삶이 고달퍼서?
살다보면 돈에 허덕이고 자식에게 매달리며 일하는데 힘빼고 그러다보니 사랑하는 마음의 여유가
없을것도 같다.. 물론 나역시도 아니라고 무조건 할수는 없는것 같다..
의무라는 생각도 문득 스쳐지나간다.. 결혼에 대한 의무.. 책임...
간혹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들을 만나거나 통화를 하면 결혼에 대한 환상이 참 크다..
나 역시도 환상이 참 컸던것 같다.. 그것이 살면서 아~ 하고 깨진것도 있고 유지되는 것도 있지만..
때때로 부부싸움도 파격적으로 해보고 폭언도 해보고 아니 폭언보단 망언에 가까운것 같다..
그러다 감정이 격해져 서로 이혼하자며 서류도 왔다 갔다하고.. 그런데 이런건 그때뿐인것 같다.
정말 서류에 자기이름 석자 쓰지도 못할뿐더러 또 화가풀리면 언제 싸웠냐... 하는 식으로
되돌아가니까.. 결혼은 환상과 하는게 아닌 현실과 하는것 같다. 내친구들이 빨리 알았으면....
환상을 빨리 포기하고 현실을 봐야 빨리 적응하고 실망을 안하지...
그렇다고해서 행복하지 않은것은 정말 아니다. 늘 싸우는 것 또한 아니니..
만약에 부부싸움을 죽자고 하고 있을때라도 누군가 나 혹은 남편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한다면
내편에 혹은 남편편에 서서 다시 감싸주고 그 누군가로부터 보호해주며 지켜주는것 역시 내남편,
내아내 일테니까..
부부란 그런것 같다.
때론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다가도 한없이 서로를 안쓰럽게 바라도 봐주고 달래도 주고 위로도
해주고 도움도 주고 기쁨도 주는 그런 사이..
사랑과 설렘이라는 감정을 잊고 있어도 그저 내사람이란 세글자 가슴속에 딱 박혀있는...
내 든든한 후원자..내편..
그래서 사랑보다는 부부가 정이란 말을 많이 쓰는것 같다.. 오랜 시간 함께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정이 생기지는 않은니까..
어쩜 사랑보다 더 대단한게 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사랑하다 헤어지긴 쉽다. 물론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 같지만 정은.. 발목을 계속 잡고 있다.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것이 계속 갈수 없게 붙잡고 있는게 정인것 같다..
주변 언니들이 내게 그런말을 한다. 남자 나이 40대에 이르면 그때 남편을 보고 있노라면
안쓰러워 보인단다. 또 아내에게 더 잘해주려 한다고도 한다. 이때 아내들은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그 관심이 되려 부담스럽기도 한다고들 한다.
아마도 자식들 다 키워놓고 이제 좀 자유가 생기나~하는데 남편의 지나친 관심이 그 자유를
조금씩 아내를 묶어 놓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도 40대가 되었을때 내 남편의 관심이 부담스럽게 느껴질까? 아직은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 모르겠다... 내 남편의 관심 즐겨야 할건데...
얼마전 남편의 선배가 내가 하는 가게에 늦은밤 다녀갔다..
언니가 애기를 낳고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왔단다. 정말 재미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먹은 저녁 또한 정말 맛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언니는 밖에 나갔다가 온것만으로도
너무나 좋아하더란다. 그래서 남편의 선배에게 집에 들어가기전에 새벽까지 하는 꽃집을
소개해줬다. 그리고 가서 장미꽃 한송이 예쁘게 포장된거 하나 사서 들어가라고 했다.
자기는 다발을 사면 샀지 한송이는 안사는 사람이란다.. 그래서 내가 말해줬다.
결혼한 여자가 꽃을 남한테 받으면 아무생각 없이 꽃만 보고 기뻐할수 있다고. 하지만, 내남편에게
받았을땐 기분은 좋지만 그거보다 먼저 드는 생각이 돈아깝게.. 뭐하러... 사와... 소리가 먼저
나간다고 얘기해줬다. 그러니 예쁘게 포장된 장미꽃 한송이를 사서 언니에게 주면서
\"오늘 자기랑 오랜만에 영화도 보고 외식도 하고 데이트해서 정말 좋았어. 자기도 좋아하는것
같아서 미안하면서 너무 좋았어. 또 00 낳느라 고생했고 또 키우느라 고생많다. 우리 자기..
비록 장미꽃 한송이지만, 내 마음 만큼은 이보다 더 큰거 알지? 사랑해..\" 라고 해주라고..
그리고 어제 남편의 선배가 가게에 다녀갔다.. 나에게 고맙다는 말부터 한다..
언니에게 그렇게 했더니, 언니의 반응은 오늘까지도 이어진다고 했다. 너무 기뻐하고 행복해하고
좋아하면서 언니가 언니의 직장동료들에게 자랑까지도 했다고 한다. 별것 아닌것 같은데 아내가
그렇게 기뻐하니까 선배 또한 기분이 좋더란다.. 그러면서 종종해봐야겠다며 나에게 코치를
부탁한다.. 내가 받고 싶은 것 얘기한 것 뿐인데.....어쨌든 언니가 좋아해서 다행이다..
아기 낳고 스트레스도 받고 했을텐데..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은것 아닌가?
여자가 그렇다. 명품 싫어하는 여자 없지만 그런 명품을 받아서 얻는 기쁨과는 다른 작지만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는 정성과 감동.. 그거 명품에 비할수 없는 감동이 있다..
쑥쓰럽다고 못하는 남자들은 바보다. 정말 여자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말한마디로도 감동받는게 여잔데...
삶에 찌들어 어깨까 쳐져 있는 아내를 위해 작지만 감동주는 그런 이벤트를 해주는 남편들이여~
많이 생겨라....하는 바램을 갖아본다..
그리고 나역시 이런 작은 기쁨을 남편이 해주리라. 믿는다...
사람인.. 두명의 사람이 서로 기대어 하나가 되어 있다.. 우리도 그런 하나인 사람으로 영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