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 이야기를 하나 적어봅니다..
살아오면서 남편과 내 아이들 밖에 몰랐고 당연하게 살아온 저에게도 미친 봄바람은 불어왔었네요..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연락이 되었던 옛친구에게서 나 자신조차도 인정하기 싫은 그런 감정이 들데요..
왜 그런 감정이 들었었는지 스스로에게도 묻고 또 묻고 그랬네요..
지금 이렇게 생각해보면 남편과 다른 부분에서 그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어봅니다.
오랜 친구였던 탓에 서로에 대해 잘 아는편이였지만, 이 친구가 이렇게 매너가 좋고 따뜻한 친구였나?
할정도로 말한마디 한마디 부드럽고 달콤해서 혹~ 했던거 같기도 하고... 한마디 한마디가 따뜻하고
걱정근심 담아 말해주고 하는 그런 모습이 지루하게 느껴진 삶에 찌들린듯한 그저 일상적인 생활에 잠시
넋나간 여자처럼 흔들렸나봅니다.
이런 감정을 갖는다는게 스스로에게도 용서가 안되고 화도나고 이해도 안될정도였으니 저는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12년 결혼생활하면서 겪어본적도 없는 이런 감정과 이런 나의 생각을 도무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조차도..
그저 말같지도 않은 이 혼자만의 상황이 그저 당황스럽고 이런 생각 자체를 하는 내가 너무 남편에게
죄를 짓는것 같아 남편을 쳐다볼때도 미안하기만 하고.. 괴로운 나날이였죠..
물론 그 친구는 제가 이런 감정을 자기에게 갖았으리라 상상도 못하고 있겠지요..
그저 혼자 어린아이처럼 말같지도 않은 상황으로 가슴앓이를 하는 제 자신이 미친듯이 한심할뿐이였지요..
그런 제 모습을 제일 먼저 알아본 우리 남편.. 헐~
표정을 숨기지도 감정을 숨기지도 못하는 참~ 솔직한 나.. 제 감정하나 추스리지 못하고 질질 흘리고
다녔나봅니다. 남편이 요즘 이상하다하고 주변사람들도 이상하다고 하고.. 남편에게 그저 미안하기만
했었요. 그렇다고 제가 그 친구를 최근에 만난것도 아니고 무슨 짓을 한것도 아니고 또 통화로 이상한
소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것도 아니였지만, 단지 머릿속에 남편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했다는게
미안해서 죄짓는 감정에 사로잡혀 괴롭기만 더럽게 괴로웠죠.. 물론 아이들한테도 미안하더라고요..
엄마라는 사람이... 참.. 나 부끄러운 엄마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연예인을 좋아하는것과는 분명
다른 감정이었던걸 저는 느꼈으니까요..
또 한편으론 이래서 결혼한 부부들이 바람피고 딴짓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결혼은 미친짓이다.. 이런 영화를 보면 엄청 욕하고 저주를 퍼부었던 제가 세상에 이럴수가..
이해가 가더라고요...
불륜을 꿈꾸거나 바람을 꿈꾼것은 아니였지만, 분명 그 영화속의 두 주인공을 이해하고 있더라고요..
우리 남편 잘생기고 자상한편이긴 한데, 그친구처럼 말한마디 한마디 따뜻하거나 달콤하게 하는
말재주는 없는 사람이였지만, 그런데 웃기죠? 제 모습에 남편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우울해보인다며 바에 대리고 가서 와인도 사주고, 노래방에 데리고 가서 신나게 놀라고 하고..
말을 하면 하나하나 다 받아주며 웃어주고 따뜻하게 말도 해주고.. 뭐, 이런 남편의 모습이 어색하긴
했지만, 싫진 않더라고요.. 그러니 얼마나 더 남편에게 미안했겠어요...
남편이 변하기 몇일전, 그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었지요..
그 친구 역시 제가 어느순간 여자로 보였나봅니다.. 앞으로 연락도 못하고 친구로 못지내겠다고요..
자기 자신을 주체할수 없을것 같아 문자로 남긴다면서요..
친구로 지낸 시간이 길어서(중학교때부터니까 16년되었네요.) 자기 또한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어쩔수 없다면서.. 남편한테 잘하고 아이들 잘키우고 아프지 말고 건강하라고.
혹시라도 니 몸이 어딘가 고장나서 너무 아파서 장기 필요하면 그때나 연락하라고. 자기꺼 떼준다고..
저는 답장을 못보냈지요.. 근데, 괜히 눈물이 나는거 있죠? 친구를 잃은 감정과 다른 감정이 뒤섞여
있었죠. 그리고 남편에게 미안해서요.. 그리고 남편과 둘이 침대에 누워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얘길 꺼냈죠..물론 남편도 그친구와 통화하는거 알았고(저는 남자친구들과 연락을 하거나 만날때도
남편한테 다 얘길 했었고 남편도 그런부분에 있어서는 결혼전에도 지금까지도 뭐라한적 없죠.
오히려 만나러 나갈때는 이뿌게 하고 잘놀다 오라며 놀러 나가면 전화한통 안하는 사람이였죠.
놀때 전화하면 방해되고 신경쓰일거라며.. 그런 배려잘 해주는 남편이였죠.) 저도 사람인지라
남편의 행동이 변할때 감이 오긴 했죠.. 아는구나.. 내 감정을 알았구나..
하는거요..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죠..
\"요즘에 나 이상했던거 자기도 알고 나도 알고.. 자긴 알고 있으면서 왜 얘기 한번도 안했어?\"
\"지루하고 변화없는 결혼생활에 그랬나보구나.. 그랬지뭐..바람피울거 아닌거 알고 있으니까.\"
\"나도 자기가 알고 있다는거 느꼈는데...\"
\"100m 에서 얼마나 뛰었던거 같애? 99m까지 달렸어?\"
\"아니. 그러지도 못했어. 10m도 못뛰었어.. 1m 뛰는데도 자꾸 오빠랑 애들한테 미안해서 못달렸어.\"
\"그랬구나..\"
\"미안해. 그냥.. 내 감정을 표현하자면..
여느날처럼 평범한 그런날.. 바람이 불어왔는데 그 바람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싫지않은 그 선선한
바람이 좋아서 눈을 감고 그 바람을 잠시 느끼고 있다가 문득 눈을 떠보니 그게 다 한여름밤에 꿈이였구나..
딱 그랬어.. 이랬었어.. 근데, 정말 그 바람이 기분을 좋게 했었나봐. 물론 오래 느끼진 못했지만..미안.\"
\"그 친구 문자 나도 봤었거든. 사람인데 너도 그럴수 있지..기분 좋았었다니 됐어. 예쁘게 잘살자..\"
남편이 그친구가 보낸 문자를 봤었네요.. 내 감정은 내가 말했고 남편이 느꼈으니 당연 알았겠지만,
그친구의 문자 해석을 남편은 어떻게 했었을까요? 물어볼수도 없었지요. 그저 내가 이런감정 갖은거
미안한 만큼 남편한테 더 잘해야겠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으니까요..
몇달이 지난 지금.. 그 친구와도 친구로 잘 지내고 있지요.. 물론 그친구도 여자친구가 생겼고, 또 예쁘게
만나라고 축하도 해줬고요. 30대 초반인 지금이 아닌 몇십년 시간이 흘러 나이가 먹었을때 웃으면서
그 친구에게 나.. 이랬다.. 너한테.. 라고 말할날이 오겠죠? 나는 그친구의 감정을 알았지만, 그친구는
제가 갖았던 감정을 모르니까요.. 물론 우리 남편한테는 몇달이 지난 지금도 가끔 놀림을 받고 있지요..
바람이나 나서.... 라고요! 농담인거 알면서도 말을 그렇게 잘하는 저지만, 그 말엔 항상 말대꾸를 못하게
되네요..
근데, 그당시를 다시 떠올리면 제가 마음이 외로웠나봐요. 그리고 아내, 엄마, 며느리, 딸이 아닌 잊고있던
여자가 되고 싶었는가 봐요..따뜻한 말한마디에 감정도 울컥울컥한거보면요.. 아님.. 가을 탔나요~
그 친구와 통화하면서 간혹 /아! 나도 여자구나.. 그런 감정을 느꼈었으니까요..
그래도 그 친구덕에 거울한번 더보고 예쁜 모습으로 한번 만나야지.. 하는 생각에 예뻐진거 같네요.
사랑에 빠지면 예뻐진다고들 하지요? 그만큼 거울보고 관리해서 그런가봅니다.. 물론 제 감정이
사랑이였는지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였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요...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남편한테 너무 고맙네요.. 물론, 남편 행동변한거는
전처럼 원상복귀 되었고요.. 다시한번 긴장 팍~ 줄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