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재활용 쓰레기들을 챙겨 분리수거함에 넣다가 문득 고양이들의 안위가 궁금해졌다.
원래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릴때 즐겨보던 추리소설이나 괴기담에 종종 등장하는 검은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깊게
자리잡고 있기도 했고 그 속을 알수 없는 눈과 날카로운 발톱은 도저히 정을 주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라하는 개들과는 견원지간이니 의리상(?) 좋아해줄 수가 없었다^^;
단지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조금쯤 무서워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10 여년 전쯤 쓰레기를 버리러 무심코 아파트 마당에 있는 쓰레기통을 열었는데 거기서 커다란 고양이 한마리가 툭 튀어올라와 도망을 갔다.
아마 그 고양이가 열린 쓰레기통 속에 들어갔다가 문이 닫히는 바람에 갇혀있었나 보았다.
그 때 거의 기절하는 수준으로 기겁을 한 나는 어찌나 심장이 벌렁거리는지 한동안 쓰레기통 근처에도 못갔다.
놀라긴 저나 나나 마찬가지였겠지만 그 때의 공포심은 두고두고 남아 아직도 쓰레기 버리러 갈때마다 심호흡 한번 한고 아~~주 신중히 뚜껑을 열곤 한다...손만 뻗어 멀찍이서...
안그래도 달갑지 않았던 고양이가 그 이후부턴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몇 년전 개체수가 급증하여 쓰레기 버리러 갈때마다 한두놈은 꼭 거기서 어슬렁 거리고 있는거다.
사람 인기척에도 놀라거나 도망가지 않고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떡하니 자리잡고 앉아 나를 째려보기까지 했다.
그럴땐 쓰레기도 못버리고 집으로 도로 가지고 가기도 했으니 참...
그러던 어느날 그 근처에 못보던 플랜카드며 종이들이 나붙었는데 1층 주민들의 피해가 크니 고양이 밥을 주지 말라는 내용이었는데 좀 심하다싶을 정도로 격한 표현이 적혀있었다.
밥 주다가 걸리면...어찌어찌하겠다...뭐 이런...
나는 물론 고양이한테 밥을 주지도 않거니와 무서워서 피해다니긴 해도, 또 그렇게 무시무시한 말로 밥주지 말라는 경고문을 보니 마음이 좀 언짢았다.
그리고 얼마후 관리실 차원에서 경고 팻말이 세워지고 어느 순간부터 고양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 많던 고양이들이 신기할만큼 깜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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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희야..
그녀는 나보다 더 바보같은 친구다.
나보다 더 순하고 나보다 더 착하고 나보다 더 정이 많은.
그 친구는 작은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느날 아이들이 길에서 주운 새끼고양이를 상자에 넣고 마구 흔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 안된 마음에 맡아 키우게 되었다.
물론 어미를 찾으려고 새끼고양이가 있던 곳에 다시 갖다놓아 보기도 했지만 어미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 새끼 고양이한테 정이 붙어 고양이참치캔까지 사다먹이며 고양이용품까지 하나둘씩 늘려갔다.
하지만 길고양이의 습성때문인지 어느정도 크자 자꾸 밖에 나가려고해서 슈퍼 근처에 풀어키우기 시작했다.
식사때가 되거나 졸리면 슈퍼에 와서 밥먹고 한숨자고 또 다시 나가고...밤이 되면 집에 데리고 갔다가 새벽녘에 현관문 앞에서 울어대면 다시 내보내고...
그러면서도 혹시나 사람들이 놓은 쥐약같은 걸 잘못 먹지 않을까 사람들이 해코지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가며 애지중지 키웠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밖에서 사귄(?) 친구를 데리고 오면서 그 냥이에게도 밥을 챙겨주고..그 고양이가 새끼를 낳고...
뭐 그러다보니 주변의 눈치를 받게되었다.
고양이는 1년에 3번이나 새끼를 낳을 수 있다는데 한 배에 서너마리이니 감당 못할 숫자이기도 하거니와
우리 친구야 고양이를 이뻐라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으니 때로는 다른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작대기를 휘두르거나 쫒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결국 고민하다가 구청에 연락해 동물보호센터 직원을 불렀다.
친구는 당연히 중성화 수술을 시켜서 풀어주는 줄 알았는데 그 직원 말이 요즘은 수술비가 비싸 수술시키지 않고 그냥 죽인다고 했단다.
애처롭게 울며 잡혀가는 고양이를 보고 친구는 너무 충격을 받아 새끼 몇마리는 간신히 도망시켜주고 키우던 고양이는 결국 수술비 10만원과 입원비 몇만원을 들여 중성화 수술을 시켰다.
그리고 아직도 자기때문에 잡혀간 고양이들한테 미안하고 가슴아파 그 얘기를 하며 눈물을 보였다.
나는...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 친구때문에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고양이를 보게 되었고
아직도 좋아하기까진 할 순 없어도 싫어하거나 피하지 않는 정도는 되어서 길에서 길냥이랑 마주쳐도 안녕~마음 속으로 인사하며 지나치는 단계까지는 이르렀다.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길냥이를 방치하기란 쉽지않다.
한밤중에 듣는 고양이 울음소리는 섬뜩하기까지 하고 쓰레기 봉투를 헤집고 다니거나 차도를 수시로 넘나들며 위험을 유발하기도 하니까.
그렇다고 그 많은 고양이를 잡아서 중성화수술을 시키자니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고양이 입장에서 보면 참 인간이란 무지막지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 세상이 왜 다 자기들의 것인냥 지들 맘대로 하려는가 싶을 것이다.
자기들은 그저 먹을 것을 찾아다니고 종족보존의 본능에 따를뿐인데 그토록 미워하며 씨를 말리려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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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친구의 말이 생각나 그동안 무심했던 마음에 잠시 파문이 인다.
그 많던 고양이는 어디로 다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