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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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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그까이 꺼! 별거 아니더이다.


BY *콜라* 2010-11-10

엄마가 암환자가 된 이후 

내 머리 속은 오직  

무슨 음식을 만들면 엄마가 드실 수 있을까

어떤 약재가 치유에 도움이 될까. .....

어떻게 하면 엄마를 웃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있다.

 

순간 순간이 엄마와 마주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며

엄마와 보내는 가장 행복한 시간임을 생각하면 가슴 벅차기까지 하다.

 

음식을 거부하는 엄마를 달래고 사정해서 떠 먹이는 실랑이조차 힘든 날은

입장 바꾸기기를 해 본다.

 

내가 아주 큰 수술을 하고 엄마의 자리에 누워 식사를 거부한다면

엄마는 어떻게 할 것 같냐고....

 

엄만 망설임 없이 \'억지로 맥이지\' 한다.

맞아... 엄마의 그 마음이 지금 내 심정이라고....

 

그제서야 소태같이 쓴 입맛의 엄마가 밥 몇 숟갈,

고기 한 조각, 국물 한  숟갈을 드셔 준다.    

 

일 주일에 두 어번 재래시장을 헤매고

유기농 먹거리를 찾아 전국의 홈페이지를 뒤져 전화를 건다.

말도 안되는 뻔한 이야기로 갈급한 나의 시간만 빼앗을 때도 많지만

알면서 속아주고 몰라서 속고, 때론 혹시 하는 마음에 믿어주고....

그러나 늘 감사한다.

 

아직은 엄마를 위해 내가 돈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  감사하고

무얼 해 드릴까 고민할 수 있는 엄마가 곁에 있어 줘서 고맙고

한 달동안 수술 못지 않은 검사과정과 무려 세 번에 걸친 대수술을

모두 잘 이겨내 준 것이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뇨에 암환자의 먹꺼리란

참으로 한정적이다.

 

어제는 운좋게 플라스틱 통에서 펄펄 살아 헤엄치는 미꾸라지를 만났다.

 

 생산자 \'남원\' 그 한마디에 덜렁 사고보니

오일 마사지 한 것같이 미끄덩대는데다 펄펄 살아 움직이는 놈들을 

어떻게 끓여야 할 지 난감하다.

 

한 마리씩 머릴 댕강 잘라 버리기엔 너무 잔인하고..

병을 마구 흔들어서 기절시킬 수도 없고 

이수씨개로 콕콕 찌를까?

궁리하다가 남편에게 맡기기로 했다. 

 

자기, 미꾸라지 샀는데 죽여만 주면 추어탕 맛있게 끓일께

 

손에 쥔 미꾸라지 통을 미처 보여쥐도 전에 말만 듣고도

엉덩이를 쓱쓱 밀어 방 구석으로 도망치는 모양이

나보다 더 가관이다.

 

 얼핏 본 미꾸라지는 뱀 같기도 하고, 거머리 같기도 한 것이

단체로 꿈틀거릴 때마다 소름이 쫘악 돋는다.

고개를 돌려 손만 내밀어 미꾸라지를 냄비에 사정없이 쏟아 붓고

왕소금을 한 주먹 집어 넣은 다음 두껑을 덮어 버렸다.

 

요동치는 미꾸라지들에게 미안하지만

검지손가락으로 두껑을 꼭 누른 채 기다렸다.   

 

얼마 후 살그머니 열어 본 냄비 안에는   

누릿한 배를 뒤집어 드러누운 모양이 살아있을 때보다 더 흉측하다.

 

고무장갑을 낀 다음 냅다 주무를 때 마다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미끄덩하는 느낌에 

 

으히~ 으히~ 으이~~ 으~ 으~.

 

신음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엄마가 좋아하니까 엄마가 좋아 할 거니까.

주문을 외우듯 눈을 딱 감고 박박 주물렀더니 

세제를 푼 듯 거품이 많이 생겼다.  

 

30여분 실랑이 끝에 생강을 넣고 삶은 미꾸라지를

믹서기에 곱게 갈아 채에 내려

삶아 둔 무청 시래기를 쏭쏭 썰어 합친 다음 푹 끓였다.

 

여기에 조선된장 두 숟갈을 국물에 걸러 넣어 간을 맞추고 

생마늘, 껍질 깐 들깨가루를 풀어 부글부글 끓이니

구수한 냄새가 제법 추어탕 맛을 낸다. 

 

아침일찍

뭉근하게 지은 12곡밥에 

뜨끈뜨끈한 추어탕을 보온통에 담아 병원으로 달려갔다.

 

엄마!! 엄마!! 내가 추어탕 끓였어.

추어탕을 끓였다는 사실만으로 흥분한 내 목소리에

엄마는 빙긋 웃으며 수저를 드셨다.

 

 막내 딸이 생애최초로 끓인 추어탕을 맛있게 드시는 곁에서 

나는 미꾸라지와 고군분투한 리얼스토리를 쫑알쫑알 쏟아냈다. 

 

\"엄마... 나 오늘 식겁했어. 미꾸라지는 뱀 되려다가 실패한 건가봐... 

전부 배를 홀랑 뒤집고 죽어서 소름이 끼치는데 정서방은 도망치고.......

쫑알...쫑알...\"

 

하하하하하!!! 흐흐흐흐~~~크크크크 ~~~

 

그제 수술자리 재 봉합한 실밥이 터질까봐

복대로 감은 배를 움켜 잡은 엄마가

마구 웃기 시작했다.  

 

 얼마만인가...

두 번다시 듣기 힘들것 같던 엄마의 시원한 웃음 소리...

 

“어!! 엄마가! 엄마가 웃었어!! 크 흐흐흐흐~~

 

황금보다 소중한 엄마의 웃음소릴 들으며

행복해서 죽을 뻔했다.  

 

행복, 그까이 꺼, 별거 아니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