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암환자가 된 이후
내 머리 속은 오직
무슨 음식을 만들면 엄마가 드실 수 있을까….
어떤 약재가 치유에 도움이 될까. .....
어떻게 하면 엄마를 웃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있다.
순간 순간이 엄마와 마주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며
엄마와 보내는 가장 행복한 시간임을 생각하면 가슴 벅차기까지 하다.
음식을 거부하는 엄마를 달래고 사정해서 떠 먹이는 실랑이조차 힘든 날은
입장 바꾸기기를 해 본다.
내가 아주 큰 수술을 하고 엄마의 자리에 누워 식사를 거부한다면
엄마는 어떻게 할 것 같냐고....
엄만 망설임 없이 \'억지로 맥이지\' 한다.
맞아... 엄마의 그 마음이 지금 내 심정이라고....
그제서야 소태같이 쓴 입맛의 엄마가 밥 몇 숟갈,
고기 한 조각, 국물 한 숟갈을 드셔 준다.
일 주일에 두 어번 재래시장을 헤매고
유기농 먹거리를 찾아 전국의 홈페이지를 뒤져 전화를 건다.
말도 안되는 뻔한 이야기로 갈급한 나의 시간만 빼앗을 때도 많지만
알면서 속아주고 몰라서 속고, 때론 혹시 하는 마음에 믿어주고....
그러나 늘 감사한다.
아직은 엄마를 위해 내가 돈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 감사하고
무얼 해 드릴까 고민할 수 있는 엄마가 곁에 있어 줘서 고맙고
한 달동안 수술 못지 않은 검사과정과 무려 세 번에 걸친 대수술을
모두 잘 이겨내 준 것이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뇨에 암환자의 먹꺼리란
참으로 한정적이다.
어제는 운좋게 플라스틱 통에서 펄펄 살아 헤엄치는 미꾸라지를 만났다.
생산자 \'남원\' 그 한마디에 덜렁 사고보니
오일 마사지 한 것같이 미끄덩대는데다 펄펄 살아 움직이는 놈들을
어떻게 끓여야 할 지 난감하다.
한 마리씩 머릴 댕강 잘라 버리기엔 너무 잔인하고..
병을 마구 흔들어서 기절시킬 수도 없고
이수씨개로 콕콕 찌를까?
궁리하다가 남편에게 맡기기로 했다.
“자기, 미꾸라지 샀는데 죽여만 주면 추어탕 맛있게 끓일께”
엉덩이를 쓱쓱 밀어 방 구석으로 도망치는 모양이
나보다 더 가관이다.
얼핏 본 미꾸라지는 뱀 같기도 하고, 거머리 같기도 한 것이
단체로 꿈틀거릴 때마다 소름이 쫘악 돋는다.
고개를 돌려 손만 내밀어 미꾸라지를 냄비에 사정없이 쏟아 붓고
왕소금을 한 주먹 집어 넣은 다음 두껑을 덮어 버렸다.
요동치는 미꾸라지들에게 미안하지만
검지손가락으로 두껑을 꼭 누른 채 기다렸다.
얼마 후 살그머니 열어 본 냄비 안에는
누릿한 배를 뒤집어 드러누운 모양이 살아있을 때보다 더 흉측하다.
고무장갑을 낀 다음 냅다 주무를 때 마다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미끄덩하는 느낌에
“으히~ 으히~ 으이~~ 으~ 으~….”
신음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엄마가 좋아하니까… 엄마가 좋아 할 거니까….
주문을 외우듯 눈을 딱 감고 박박 주물렀더니
세제를 푼 듯 거품이 많이 생겼다.
30여분 실랑이 끝에 생강을 넣고 삶은 미꾸라지를
믹서기에 곱게 갈아 채에 내려
삶아 둔 무청 시래기를 쏭쏭 썰어 합친 다음 푹 끓였다.
여기에 조선된장 두 숟갈을 국물에 걸러 넣어 간을 맞추고
생마늘, 껍질 깐 들깨가루를 풀어 부글부글 끓이니
구수한 냄새가 제법 추어탕 맛을 낸다.
뭉근하게 지은 12곡밥에
뜨끈뜨끈한 추어탕을 보온통에 담아 병원으로 달려갔다.
“엄마!! 엄마!! 내가 추어탕 끓였어.”
추어탕을 끓였다는 사실만으로 흥분한 내 목소리에
엄마는 빙긋 웃으며 수저를 드셨다.
막내 딸이 생애최초로 끓인 추어탕을 맛있게 드시는 곁에서
나는 미꾸라지와 고군분투한 리얼스토리를 쫑알쫑알 쏟아냈다.
하하하하하!!! 흐흐흐흐~~~크크크크 ~~~
그제 수술자리 재 봉합한 실밥이 터질까봐
복대로 감은 배를 움켜 잡은 엄마가
“어!! 엄마가! 엄마가 웃었어!! 크 흐흐흐흐~~”
황금보다 소중한 엄마의 웃음소릴 들으며
행복해서 죽을 뻔했다.
행복, 그까이 꺼, 별거 아니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