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강원도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사돈댁을 먼저 보내드리고 우리 부부는 헐렁하게 내려오면서
새벽 1시에 올라가느라 못 잔 잠도 보충하면서 동해안 해안도로를 따라
철지난 바다라지만 내 눈엔 아름답기만한 바다와 주변 시설들을 즐기면서 내려왔다.
중간에 영덕게로 유명한 강구에 들러서 회도 좀 먹고 아들에게 줄 게도 좀 삶았다.
뿔뿔 기어다니는 싱싱한 게를 골라서 주변에 삶아 주는 집에 맡겨 두고 시장 구경에 나섰다.
킹크랩과 홍게 영덕대게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고 횟거리도 다양하고 싱싱했다.
주말이라 관광차를 대절해서 게를 먹으러들 왔는지 온통 큰 대형버스들에
승용차까지 시장에 널린 게나 생선수보다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ㅎㅎㅎ
시골에서는 너무 비싸기만한 전복이 무려 12마리에 삼만원이라니~~~
물론 크기가 좀 작긴 했어도 엄연한 전복이었고 맛과 향이 좋아서 고3 수험생용으로 좀 샀다.
우럭 한마리
광어 한마리
숭어 한마리
오징어 두마리에 삼만원.
그것도 펄떡펄떡 살아있는 싱싱한 횟거리들이....
내륙지방인 이곳에서는 거의 십만원에 가까운 횟감이 단돈 삼만원.
즉석에서 회를 뜨고 주변에 즐비한 초장집으로 들고가서 먹는데
둘이서 그 많은 회를 먹는데 어찌 된 회가 먹어도 먹어도 줄지를 않으니...
남편도 회라면 혼자서도 서너사람 몫을 해 치우는 바다사람인데 그날은 도저히
그 많은 회를 다 해결할 수가 없었다.
나도 어지간히 먹었다 싶었는데도 접시에 수북한 회는 아직도 그대로 인 듯.ㅎㅎㅎ
배불리 회도 먹었고 전 날 오랫만에 집에 온 아들을 그냥 두고 온게 미안했는데
아들에게 줄 선물도 준비했기에 기분이 아주 좋은 상태로 국도에서 다시 고속도로로
올라가서 달리다가 어느 휴게실에 들러서 마악 화장실로 향하는데
누구 들으라고 하는 고함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느 중년여자가 빽~~고함을 지르는게 아닌가?
\"아저씨~~
거기는 여자화장실인데 어딜 들어가욧~~!!
남자화장실은 저 옆인데 어딜 들어가욧~!!\"
나는 두리번두리번 그 소릴 들어야 할 변태성 남자가 어디있나???
호기심이 잔뜩 묻은 눈길로 화장실 입구를 살폈다.
화장실로 들러 가던 발걸음을 멈칫하고 돌아보는 내 앞에 좀 풍만한 중년여자가
여전히 고함을 지르며 난리난리.
\"여자 화장실에 남자가 왜 들어가욧!!
저 옆에 남자화장실이라고 써 있잖아요~~!!!\"
난 도무지 이 아줌마가 누굴 지적하고 있는지 또 뚤레뚤레 살피다가
화장실 문을 막 열고 들어서려는데
\"저기저기....남가가 여자화장실에 막 들어가네~~
내 말이 안 들리나?
이 봐요~~~\"
갑자기 소란한 여자화장실.
난 그 당사자가 누군지 모르고 볼일을 다 마치고 손을 씻으려고 세면대에 다가갔는데
아까 그 아줌마가 내 뒤에 서 있다가 일행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하이고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사람 여자야?
남자 아니야?
꼭 남자같다 아이가.....\"
헐~~~~~~~~~~~~~~~~~~~~
그럼 아까부터 날보고 남자화장실로 가라고 그 난리였던거였어?
아무리 지금 내 헤어스타일이 짧은 숏커트 생머리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
손을 다 씻고 휙~~돌아서는데 그 아줌마 표정이 또 웃기웃겨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눈하고 정통으로 딱..마추지자 한순간 멈칫하더니만
뜨악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세밀히 조사하는데 이건 완전 발가벗긴 느낌이다.
눈도 눈도....츠암내.....
요렇게 생긴 남자가 어딨냐?
작지만 살인적인 (??)미소가 담긴 눈동자에
다소 펑퍼짐하지만 오똑하고 복스런 코에
사랑을 부르는 요..요...앵두같은 두 입술까지~~
이만하면 충분히 여자의 상징은 다 있구만 어딜~~!!
하기사 요즘 남자들은 여자보다 더 여자같더라만서두...ㅎㅎㅎㅎ
성균관스캔들이던가?
잘금 4인방에 나오는 그 남자들.
여자인 내가 봐도 너무 이쁜 남자들이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초등학생이 남자냐고 묻는건 또 그렇다치자구~
살만큼 산 중년의 아줌마가 그런 대성통곡할 망언을 백주대낮에 하다니....
그 아줌마를 명예훼손죄로 고발을 해? 말어?
초등학생이 그랬을 땐 접시물을 찾았는데 이젠 뭘 찾는다???
나 이런 말 듣고도 여자로 살아야 할까?
내가 남편눈에나 우리 애들 눈에만 여자로 보이는걸까?
화장실에 다녀 온 아내의 얼굴이 뭔가 심각해 보였는지 남편이 물었다.
\"왜 그래?
아까 먹은 회 때문에 배 아파?\"
이 남편은 지금 내 기분을 빅분지 일이라도 이해할까?
무덤덤하게 화장실 앞에서의 사건을 다 말해주니 남편의 반응........................
거의 뒤로 벌러덩 뒤집어 지는 시늉을 하고 웃어준다.
그래 분명히 웃어줬다.
도저히 참을수 없는 그 무엇 때문에.
자 그럼 같이 웃어볼까나?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쟈갸~~
나 분명히 여자맞지 응?
그으럼~~~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근데 그 웃음소리 상당히 기분 이상한 거 알아?
우이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