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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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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도우미 들어오던 날.


BY 2010-09-04

십여년을 우리집에서 빨래 도우미로 살던 구형 세탁기가 이젠....나이 먹었다고....

느닷없이 어떤 조짐도 없이 몇일 전 돌아가셨다 ㅜㅜ

결혼해서 구입했던 가전들이 하나 둘씩...

내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나와 함께 김씨 집안으로 시집온 이녀석들은

신접살림을 차리고 새집으로 이사를 하고도 여지껏 나의 또다른? 동반자로

나를 돕고 위로하고 그야말로 동고동락을 같이 했었다^^

 

시어머니의 눈물나게 쓴소리도 남편의 서운함도 아이들의 근심거리들도

이녀석에게 차곡차곡 쌓아서 한꺼번에  던져주면....

내 맘을 아는건지...한시간 남짓...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팡팡!! 두드리고 하더니만...시원~하게 배수구로

모두 쏟아내버리고는 금새 하얗게~ 내 속내를 헹구어준다.

 

그랬던 녀석이...

한마디 소리소문도 없이 ㅋ....ㅋ

 

오늘 빤짝빤짝~ \"새로 왔어요~전 신형이예요~\"  하면서 어차피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구형에게

더욱 기를 죽이며 당당히 우리집 빨래 도우미가 새로오셨다.

 

흠....최신형이라 좋긴하넹?

유독 깔끔떠는 작은아들이 더 신나서 열심히 하지만 그전 녀석하고는 완전 다르게

조~용~히!!! 움직이는 도우미 앞에 앉아 내내 빨래감이 돌아다니는걸 구경하고 있다.

처음 빨래를 넣고 흥분한 울아들 \"엄마~ 시작버튼 같이 눌러여~\"

우린 무슨 거대한 시행사업에 테이프를 끊듯 그 앞에서 각자의 검지손가락을 모아서 함께

꾸~욱!! 눌러 새도우미의 위력을 경험했다는....ㅎ

 

그러던 사이...어느새 간다 만다 인사도 없이 그동안 내 온갖 시름을 안고

유유히 사라져버린 구형녀석...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않더라....ㅎ